- 복싱 50일 차가 넘어가면.. ; 어? 할 만 한데. 살살하니깐 괜찮네. 그래도, 딱 여기까지.
- 복싱 90일 차가 넘어가면.. ; 응! 이제 괜찮네. 흔들리는 샌드백. 푸핫!
거대 샌드백 사용백서. 복싱 시작한 지 10일 차가 넘어가면 복싱의 모든 것이 알고 싶고 궁금할 때이다. 특히 원투 펀치를 배우고 나서는 주먹의 세기가 센지 약한지 알고 싶어 근질근질해진다. 원투 펀치 연습을 10일 나 넘게 했으니 알고 싶은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 복싱을 배웠으니 샌드백 때리는 맛을 느껴봐야지. 내 주먹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싶어 진다. 이제 겨우 10일 차를 넘겼는데 말이다.
이쁘다 샌드백들..~~^^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치고 있었다. 복싱 체육관에는 총 6개의 샌드백이 있다. 항상 샌드백 연습을 시작할 때는 자연스럽게 제일 가볍고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샌드백을 찾아간다. 자기의 수준을 잘 아는 것이다. 치는 폼이 이상하지만 계속 치다 보니 자신감이 붙는다. 그동안 가벼운 샌드백으로 연습을 하면서 주먹도 단단해진 것 같아 슬금슬금 도전정신이 고개를 든다. 쓱, 옆을 본다. 거대한 샌드백이 있다. 머리가 마구 돌아간다. 저걸 한번 쳐봐? 말어?
할까? 말까? 고민을 할 때 무조건 ‘하자’를 외치기로 한 나다. 마음을 굳히고 어깨를 돌려가며 옆에 있는 거대 샌드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자신감이 생기니 도전을 할 수 있는 거다. 나는 할 수 있다. 단단하게 준비를 한다. 원투. 펀치를 거대 샌드백으로 뻗었다. 실력과 경험이 없는 자신감은 고통만을 주는 것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창피해서. 파박. 딱 한번 뻗은 원투펀치가 마지막 펀치였다. 바로 꽁무니를 내렸다. 내 주먹과 손목은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거대 샌드백의 고통을 맛보고 나서 한 달 정도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밉거나 싫어서가 아니었다. 아직 내 주먹이 단련이 덜 되었음을. 나의 펀치 실력이 아직은 햇병아리임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거대 샌드백아,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좀 더 연습해서 다시 너에게 도전장을 내밀겠어. 이런 시퍼런 칼날을 가슴에 품고 열심히 복싱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복싱 50일 차가 넘어가고 있었다. 숫자도 아주 좋다. 50일. 50. 딱 무언가 도전해야 하는 숫자이다.
도전~~ 하기전어 연습부터.. ㅎㅎ
거대 샌드백 앞에 자신 있게 서… 보려고 했으나. 주먹과 손목이 아팠던 기억이 떠올라 조용히, 살짝, 아무도 모르게 자리를 옮겼다. 자신감이 많이 하락한 내가 안쓰러웠지만. 이미 내 앞에 목표물이 있었다. 그동안 칼날을 간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해야했다. 떨리지만 마음을 가라앉혔다. 드디어 원투. 어, 아프지 않네. 오호라. 그동안 펀치가 좀 세졌나 보네. 샌드백이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주먹과 손목에 통증이 없으니 이것으로 성공. 자축을 한다. 웃음이 났다. 하지만 거대 샌드백과 오래 놀지는 않았다. 치고 빠지는 기술은 복싱에서 아주 중요하다. 특히 거대 샌드백 앞에서는 필수이다. 그러니 쿨하게 인사를 한다. 다음에 다시 놀자. 기다려라. 내 주먹이 너와 오래 놀 수 있을 때까지 기대려. 오케이?
시간은 흘려 복싱 시작한 지 90일 차가 지나고 있었다. 훗, 이제는 심심하면 찾아간다. 가벼운 샌드백으로 훅을 연습하다 너어무 흔들려서 거대 샌드백으로 옮긴다. 처음에는 그렇게 펀치를 쳐도 움직이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훅훅훅훅. 몇 번만 쳐도 움직인다. 오늘은 ‘원투원투원투원투’와 ‘어퍼어퍼어퍼어퍼어퍼어퍼’ 연속 펀치를 연습했다. 단련된 나의 주먹과 손목이 자랑스럽다. 역시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야. 도전을 해야 실력이 올라가는 거지. 그럼 그럼. 자화자찬을 하며 혼자 웃는다. 그런데 그때. 쓰윽. 다가온다. 누가? 관장님이.
칼날을 갈자~~~
샌드백 자세교정을 해주신다. 원투펀치를 할 때 팔이 내려갔나 보다. 어퍼컷을 할 때 팔의 각도가 맞지 않았나 보다. 원투와 어퍼를 칠 때 리듬이 이상했나 보다. 아-. 원투원투원투를 치다가 힘껏 한두 번 펀치를 때리라고요. 아…. 자신감 올라간 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크크크. 어렵네 어려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미션이 떨어졌으니. 다시 연습해 거대 샌드백을 정복할 수밖에. 딱! 기대려 거대 샌드백. 다시 칼날을 갈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