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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Oct 10. 2023

소(所)는 누가 키우나8 : 놀아보소, 놀러오소

예술가들의 놀이터, 소집

서울에 예술하는 분들이랑 협업 프로젝트 한 게 젊은 사람들만 하는데 처음에는 좀 망설였는데. 같이 또 일하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의 마음도 알고. 나중에는 이 동네에서 음악회도 하고. 이런 부분이 최고 기억에 남아요.

- 아버지 소집지기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인터뷰 중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아버지 소집지기에게 소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으로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있어요. 2021년 10월 30일에 소집 마당에서 펼쳐졌던 <예술가의 놀이터 프로젝트 : 놀아보소, 놀러오소!> 특별 공연이에요. 옥자 어르신이 박연희 가야금 연주가의 아리랑 연주에 맞춰 춤을 추셨던 게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기도 해요. 그날 아버지는 어르신들이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기도 하셨는데요. 그 사진은 동네 어르신들께도 아끼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처음 소집 공간을 꿈꿀 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 함께 재밌게 무언가를 하고 싶은 공간을 꿈꿨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진 프로젝트이기도 해요. <예술가의 놀이터 프로젝트 : 놀아보소, 놀러오소!> 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나이의 경계를 허문 프로젝트였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며 지역의 경계를 허문 프로젝트이기도 하고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1년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예술로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는데요. 강릉을 알아가고 싶은 서울 예술가들과 지역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강원도 예술가들이 소집 공간에 모여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고 함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경험하며, 이야기를 쌓아가고자 시작되었습니다.


박연희 가야금 연주가, 고종환 사진작가, 곽푸른하늘 싱어송라이터, 구교진 베이스 연주자, 구래연 미술 작가, 양현석 타악기 연주자, 이렇게 여섯 명의 예술가가 소집 문화공간을 거점으로 하여, 2021년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함께 강릉 이야기를 수집하며 강릉 민요를 재해석하고, 강릉 곳곳에 숨어있는 풍경을 찾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강릉 이야기를 음악으로, 사진으로, 미디어 아트로 풀어낸 전시회가 2021년 10월 29일부터 11월 14일까지 소집에서 진행되었어요. 강릉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 되었는데요.


혼자의 작업도 중요하지만 역시 예술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이 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 시간이었어요.

- 박연희 가야금 연주자의 활동 소감 중  


리더예술인인 박연희 가야금 연주가는 강원도를 오가며 자신의 예술 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었던 강릉의 매력을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예술가의 놀이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해요. 6개월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강릉의 이야기를 탐색해 가며 자신 또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다만큼이나 깊은 산이 매우 매력적인 강릉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배우는 과정이 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어요.

- 곽푸른하늘 싱어송라이터의 활동 소감 중


곽푸른하늘 싱어송라이터는 이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강릉에 대한 인식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바다가 맑은 해안 도시였다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강릉은 ‘오랜 역사가 곳곳에 이어져 내려오는,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전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문화 도시’로 서서히 변화했다고 해요. 각 분야 아티스트와 다양한 시선으로 강릉 곳곳을 여행하며 바라본 강릉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구교진 베이스 연주자는 어렵게 역병을 뚫고 만날 때마다 함께하는 작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며, 특별한 장소의 감정을 서로 공유하며, 그곳의 오래된 노래를 함께 다시 만드는 작업이 정말 즐거웠다합니다. 구래연 미술 작가는 음악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호기심 가득한 도전이었다며, 코로나19라는 상황에 여러 변수를 만나게 되었지만 나름대로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해요. 양현석 타악기 연주자는 예술가 선배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같은 지점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하여 배웠다며, 견문을 넓히고 영감을 받는 작업이었다말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아버지 소집지기가 사진작가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아버지는 6개월이란 시간이 금방 지나온  같다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다른 장르를 좀 더 알아갈 수 있었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예전엔 이런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아버지가 이 프로젝트 이후에 이런 활동을 또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다음 해에도 지원을 했었지만 탈락을 해서 이어가진 못했어요. 됐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이 활동이 정말 좋으셨나 봐요. 이런 활동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많아지길 소망하며 예술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여는데 좀 더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5년 차에 접어든 소집 공간의 쓰임도 변화가 필요한 때가 온 것 같아요. 현재 전시 공간에만 머물러 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종종 열렸던 공연을 동네 어르신들도

, 관람객들도 참 좋아했는데 앞으로는 그런 시간을 자주 갖고 싶기도 해요. 솔직히 그동안은 제대로 공연 시설을 갖추지 못해서 용기를 내지도 못했고, 비용적인 부담 때문에 망설인 것도 사실이에요. 혹시나 이에 대한 지원 사업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조건에 맞지 않아서 추진이 어렵기도 했고요. 그래도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진다고 하죠. 좀 더 적극적으로 공연을 열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소집에서의 유한한 시간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많이 소집되길 열렬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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