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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Oct 12. 2023

소(所)는 누가 키우나9 : 소집으로 소집!

긴장과 설렘 사이에서

소집을 시작하며 가장 걱정이 컸던 건 모르는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었어요. 4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몹시 긴장을 합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번 찾아온 분들을 잘 기억하진 못 합니다. 어쩌다 기억에 남는 분들은 아마도 제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버지와 제가 지키는 날이 다르다 보니, 눈에 익은 분들이 다르기도 해요.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가도 자주 찾아주는 관람객분들이 오면 안도하며 표정이 풀어지곤 합니다. 늘 그런 분들만 오란 법은 없죠.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불쑥 말로 쏘아대는 사람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4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의 차이라면, 그런 말들에 아무는 속도예요. 어떤 경험이든 헛된 경험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이제는 느낌이 딱 오기도 해요. 말선물을 남기고 갈 사람인지, 말벌 같은 사람인지.

얼마 전 지인 분이 그러더라고요. 기은 씨는 꽤 낙천적인 사람이라고요. "제가요?" 처음 들어본 말이라 의아하면서도 수긍이 가기도 하더라고요. 공간을 하면서 인생 공부를 하고, 저를 객관화하는 공부를 하면서 저의 변화를 느끼는 것도 재밌습니다.  


처음에 그런 얘기 많이 했잖아요. ‘여기 사람들을 소집한다.’ 결국 그렇게 다양하고 그런 사람들을 여기에 불러들이는구나. 여기서 또 사람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래서 뭔가 연결고리가 되는 걸 되게 많이 느꼈어요.

- 손명남 작곡가 & 소집 관람객


이전의 방송작가 때도 그렇고, 컨텐츠 에디터 일을 할 때도 사람을 만나는 일이지만 그땐 선택적으로 만나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제 선택과는 무관하게 다 만나야 하는 일로 바뀌게 되었는데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공간을 하면서 어떤 사람이 올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정말 다양하고 폭넓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훨씬 큰 장점이기도 해요. 소집을 자주 찾는 명남 님의 말처럼, 소집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가님들은 물론 그 작가님의 동료 작가님들도 만나 신기하고, 그 많은 여행지 중에 소집을 찾아주는 여행자분들에게도 고맙고, 차로 10분만 벗어나도 멀다고 느끼는 강릉 사람들이 외곽 쪽에 있는 소집을 찾아주는 것도 깊이 감사해요. 특히, 전시가 바뀔 때마다 찾아주는 단골 관람객인 든든지기님들에겐 더욱 감사해요. 올해 든든지기님이 되어준 혜인 님, 영남 님, 서윤 님, 소희 님, 진주 님은 제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분들입니다. 이런 공간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오래오래 지켜달라는 말 한마디가 다음을 이어갈 충전지가 되더라고요.


아주 가끔 뜻밖의 선물 같은 순간도 있었죠. 양희은 선생님, 양희경 선생님을 뵈었던 순간이 그러했고, 산다라박님이 머문 순간도 그러했습니다. 산다라박님은 아버지가 지키는 날 오셔서 직접 만나진 못 했지만 남겨 놓고 간 글선물을 볼 때마다 힘이 불끈 나기도 합니다.


소는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이런 것들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야만 해요. 기억을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방문을 해야만 ‘이런 공간들이 계속해서 키워져 나갈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윤석화 작가


지난 8월에 <영원에 닿은 파편> 전시를 열어준 윤석화 작가님의 말처럼, 공간을 찾아와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야만 공간이 계속 숨을 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딱 전시 작품들을 봤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전시였고요. 작품과 저희 가족의 추억이 담긴 기록들이 다 연결되더라고요. 유년 시절의 기억이 한 인간의 그 생에 있어서 아주 큰 기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 이진주 / 소집 관람객 & 든든지기   


<영원에 닿은 파편> 전시 작품들을 얼른 실물로 보고 싶어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소집을 찾아준 이진주 든든지기 님. 그에게 놀이공원의 추억이 각별했기에 윤석화 작가님의 전시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그날 작가님이 소집을 지키는 날이라  진주 님이 가져온 추억 사진과 작품을 번갈아 함께 보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소집이 갖고 있는 그 작음으로 또 한편으로는 더 밀접하게 작가님들을 만날 수도 있고  또 하나는 강릉에서 만날 수 없는 작가님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공간이에요.

- 이혜경 문화기획자


혜경 님도 소집을 자주 찾아주고 늘 격려를 아끼지 않는  고마운 분인데요. 혜경 님처럼 소집에서는 작가님들과 관람객이 허물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이야기해 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전시를 보러 가면 작품만 보고 와야 하는 경우가 많아 늘 아쉬움이 컸었어요. 그래서 소집에서 만큼은 작가님들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열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작가 만나는 날'을 얼마 전부터 열기 시작했는데 역시 온라인보단 실제로 만나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여실히 느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더해가는 만남의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 한 꾸준히 열 예정이에요. 보다 많은 들이 편하게 갤러리에 놀러 오셔서 작품을 만나고 작가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누군가가 깊이 공감한다는 것, 자신의 작품이 타인의 추억과 연결된다는 것,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를 만난다는 것. 그러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들을 수 있다는 것. 참 근사한 순간들입니다. 그러한 순간순간들이 모여 오늘도 덕분에 소집은 안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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