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담 May 12. 2020

내가 사랑한 이웃들(1)

계란은 덤


 우리 집 1층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있었다. 원래도 치킨을 좋아했지만, 포장할인까지 되는 덕에 혼자 자주 시켜먹었다. 그러다 자연스레 사장님과 안면을 트게 됐다.


  사장님은 아주 파이팅이 넘치는 분이셨다. 치킨집 오픈은 점심때가  되어서야 하는데, 매일 아침 일찍부터 나오셔서 가게 청소를 하셨다. 그러고도 새벽까지 영업을 하셨으니, 나는 보면서  사장님은 정말 강철 체력이구나 싶었다.


  특성상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업이 있는 날이 많았는데, 밤에 집에 오는 길이면 사장님은 언제나 활기차게 학생 이제 와요? 힘들겠네.” 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셨다.  인사 덕분에 혼자 걸어오는 밤길이  무서웠다. 


 


  치킨엔 언제나 오븐에 구운 계란 하나가 함께 들어있었다. 호일에 감싸져 있는 계란은 한참이 지나도 뜨거웠다. 살살 굴려 껍질을 까고   베어 물면, 퍽퍽하면서도 담백하게 들어오는  맛이 좋았다. 치킨을 시키면 오는  계란 하나가 평소  사장님답다 싶었다. 과하지 않게 따뜻한.


  방학  본가에 갔다가 돌아온 날, 이십 분 뒤에 찾으러 가겠다고 치킨집에 전화를 했다. 여러 분점이 많은 프랜차이즈 치킨 집인데, 이상하게 여기가 제일 맛있었다. 


  이십 분 뒤에 찾으러 내려갔는데, 처음 보는 남자분과 여자분이 웃으면서 치킨을 건네주셨다. 뭐지,  사이에 사장님이 바뀐 건가, 아니겠지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혹시 사장님이 바뀌셨냐고 여쭤봤다. 


네. 저희가 새로 시작한 지  달 정도 됐어요.”


 라는 대답을 듣고, 얼떨떨한  가지고 올라가서 치킨을 먹었다. 그런데,  먹고 나서도 사장님께 마지막 인사도 못한 것이 마음이 불편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전에 계시던 사장님 번호를   있을까요?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잠깐 고민하시는 듯하더니, 번호를 알려주셨다. 이미  달이나 되었는데, 갑자기 연락하는 게 실례는 아닐지, 뭐라고 보내야 하고 싶은 말이 전달이 될지 문자를  번이나 썼다 지웠다.


 “사장님. 치킨 자주 포장해가던 윗집 학생이에요. 바뀐 사장님께 부탁드려 번호를 받아 연락드리는데 실례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방학 끝나고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들렸는데, 사장님이 바뀌었더라고요. 이 년 동안 만날 때마다 인사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저는 밤길이 무섭지 않았고,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시든지,   되기를 기도할게요.”


 “학생. 연락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도 너무 아쉽네요. 학생도 앞으로도 학교 열심히 다니고,   챙겨 먹어요.”


    년의 시간 동안 아래 치킨집은 주인이  번이나 바뀌었다. 치킨을 좋아하니  번씩 시켜 먹었지만, 전의 그때처럼 맛있진 않았다. 더는 따뜻했던  계란도 없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이 매서운 바람을 만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힘든  시켜먹던  치킨 하나에 보물처럼 들어있던 호일  삶은 계란으로부터, 나는 너무  위로를 받았다.


 


이전 05화 우울하면 빨래를 돌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