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전화해선 통화 가능하냐고 묻는 어투가 절박해서 끊을 수가 없었다..지금 자신의 처지가 너무 서글프고 가여운데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그녀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녀의 고달픈 사랑을 알기에 또 난 이번에도 대나무밭 역할을 할 수밖에.
긴 통화를 끊고 나서 다 알지는 못하나 그녀 심경을 안쓰런 마음으로 위로차 써본다.
나의 사랑은 실패에요.
나의 어리석은 사랑으로 나도 당신도 결국 잘못되었어요.
우리가 나눈 것이 사랑일까요
당신은 날 사랑했나요?
난 당신을 사랑한 걸까요?
아니에요.
난 그저 당신을 편하게 해주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한 거에요
항상 당신을 지켜보며 필요한 걸 즉각 제공하는 집사 역할에 충실한 거에요
당신에게 소속감을 주고 돌아와 편히 누울 집에 불과했던거죠.
나로 기뻐하는 당신을 사랑한 거에요
당신은 그저 당신을 잘 보필하는 날 원한 거에요.
당신의 미소만 보려고 말하지 못한 나의 아픔을 당신은 보지 못해요
아프지 않은게 아닌데
보려하지 않으니 안 보이는 거죠.
보이지 않으려 해도 이제는 지난 시간 속에 자라난 아픔이 불쑥 불쑥 삐져나오더라구요.
당신은 내 아픔이 보이면 화부터 내요
때론 아픈 내가 안쓰럽고 속상해서 그런가보다 했지요
허나 그저 화만 낼뿐 상처 가까이 오지 않고
아픈 날 혼자 두더라구요
그 아픔이 그대때문이라 여기면 더 화를 내요.
그러니 긴 세월 안으로만 자라난 가시가 결국은 이제 나의 온 몸에 얽혀 스스로 찔러대니 결국 난 상처투성이가 되었어요.
사랑에 솔직하지 못한 내 서툰 사랑이 날 다치게 한 거에요
그대도 나도 더 깊게 익어가는 사랑을 배울 기회를 잃은 거에요
그러니 우린 어리석은 사랑을 한거죠
시간 속에서 더불어 여물기보다는 썪어가는 사랑이었던거죠.
이제는 우리의 어리석었던 사랑에 용서를 구하고 용감해질 시간입니다.
당신 머릿속에서 매일 사랑하고 있는 그녀는 내가 아닙니다.
당신이 재단한 대로 입고 웃어야 하는 인형은 내가 아닙니다.
이제는 온전히 서로를 직시할 시간입니다.
서로의 알몸을 응시하고 함께 갈지
단호히 돌아설지 용기내 보려구요.
이제는 옹이진 내 속도 들여다보고 보듬으려구요.
당신을 사랑한 세월 행복했음을 고백합니다.
타인이 보면 가스라이팅이라 할지 모르는
어리석은 사랑일지나
나의 자발적인 헌신도 사랑이었어요.
사랑은 아프고 고난함을 알게 했으나
또 그렇게 행복했어요.
단, 사랑도 지혜로워야함을
여차하면 어리석을 수 있음을
또 이렇게 온 가슴으로 알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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