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할 수 있으면 아빠도 할 수 있다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마음속에 존재하는 이 질문의 답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주양육자는 모두 여성(엄마)이었다. 여성이 전업주부일 경우에는 주양육자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주양육자 역할은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맞벌이 부부 중, 어린이집 선생님이 써주신 키즈노트를 보고 다음 날 등원 준비물을 챙기거나 계절에 맞는 아이 옷을 꺼내고 정리하는 일(주양육자의 일)을 아빠가 담당하고 있다는 부부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동일한 직업, 임금, 근무 환경을 가진 부부들조차! 그런 관계는 불평등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다른 집 아빠들보다 낫지 뭐. 그래도 도와달라면 잘해 줘.’라는 답이 돌아왔다. 때로는 ‘그게 여자의 삶이다’ 같은 답도 있었다.
아니야. 그건 여자의 삶이자 운명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결혼 제도를 만들고, 여성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남성 노동자가 밖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살피도록(그리하여 자본주의 체제가 견고하게 지속되도록) 만든 것은 맞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2021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내가 언제까지 이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야 할까? 심지어 이 틀에 대해 상당히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도?
부부간의 평등한 양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당차게 엄마 휴직을 선언했다. 주양육자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될 수 있으며,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일 또한 엄마의 역할이자 몫이기도 하다. 0.1cm까지 따져서 부부가 동일한 노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별에 의해 양육과 집안일의 주체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내 삶을 통해 실험하고 주장하고자 한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