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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23. 2020

동경에서

동경에서 마지막,

4월

싱그러운 봄, 싱그러운 청춘 같은 그런 달


일상이 바뀌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지, 아침이면 복잡한 전철을 타고, 서슴없이 타인이 건네주는 무언가를 건네받고, 슈퍼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물건을 집던 그런 나날들.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일상이 무너짐은 한순간이며, 인간의 사소한 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실수에서 큰 재앙이 시작된다.

어느 날 뉴스에서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한다. 몇 명이 감염되었다는 이야기를 팔짱을 끼고 혀를 차며 봤던 사람들, 우리랑은 먼 나라네 하며 채널을 돌리던 사람들.

대게의 바이러스나 재앙에 관련된 영화의 시작처럼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시리얼 등 아침을 먹거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관심 없이 간간히 아침 뉴스를 보면서 시작했다.

여기 도쿄에서는, 이제 10시가 되면 구청의 사이렌과 함께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런 방송마저 익숙해져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집에 있는 것이 당연한 듯 지내던 어느 날. 흘러나오는 방송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들으며 바라보던, 아무도 없는 창밖의 거리가 문득 무섭게 느껴짐이 지금이었다.

 짧은 유행이길 바랬던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시작으로 지구 반대편, 유럽과 미국 그리고 어느 작은 나라 그 어디에든 퍼져서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게 된다. 아침 준비를 하며 뉴스를 멍하니 바라보던 우리들은 지금이 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별도 안 갈 만큼 비현실 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영화 같은 삶을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되도록 아무것도 만지지 말아야 하고, 누구랑도 접촉하지 말아야 하고, 밖의 모든 것이 바이러스인 것처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표정을 잃고, 상대에 대한 불신만 쌓인 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니 보이지 않아서 더 무서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도쿄로 이사를 온 우리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의 상황에 빠지게 되었고, 곧 끝날 것만 같던 바이러스가 장기전이 됨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니 나는, 지금까지 미루어 왔던 글쓰기를 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벚꽃이 날리면 벚꽃을 만끽하며 여름이 되면 하나비며 마츠리를 구경하며 즐거운 생활을 할 거라 생각했던 우리는 하나비도 마츠리도 모두 취소되고 한적해진 마을의 거리를 보면서 지금의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하나하나의 발전과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가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코로나도 특별한 일이 아닌, 인류에게 메시지를 전하며 조금 다른 생활 방식을 이어나가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코로나의 위기를 넘어서, 다시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손도 마주 잡고 얼굴도 쓰다듬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다시 돌아오기를 상상해 봅니다. 평범하게 눈도 코도 입도 다 마주 보며, 웃는 얼굴도 화내는 얼굴도 자연스럽게 마주 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을 상상해 봅니다. 

 길에 나서면, 어느 빵집의 막 구워낸 빵 냄새도, 멀리서 부터 나는 커피 향도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기를, 그리고 진열된 사물들의 촉감이나, 자연의 감촉도 자연스레 느껴가며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그런 자연스러웠던 감촉들을 상상하며 글을 씁니다.      

_이공 이공. 시월. 

그래도 해질 무렵의 파란 시간은 즐길 수 있음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 생각하며, 그 파란 시간에 ----_natu(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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