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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 Oct 19. 2022

근육 부자를 꿈꾸는 딸 _1

올해 3월 딸이 헬스를 시작해야겠다고 한다.


지금 이 상황에? 코로나(감기) 재유행이라며 사람 불안하게 부채질하는 이 사태에?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돈 들여가면서 헬스장을 꼭 가야 하나?     


하지만 그보다 더 염려되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혈중 CK(크레아틴 키나제 Creatine Kinase) 수치다. CK는 근육이나 심장세포가 손상될 때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 2021년 3월 딸은 병원 외래 진료 전 오랜만에 런지와 스쿼트, 덤벨 1킬로그램 들고 팔운동 등 근력운동 10분 정도 했었다. 일반인이라면 별문제 없었겠지만, 딸에게는 그마저도 과했을까? 피검사 결과 CK 수치가 무려 3300 IU/L. 정상수치는 56~244 IU/L인데 그보다 13배가 많았다. 입원해야 하는 수치였지만 일단 집에서 안정을 취해보겠다고 교수님께 부탁하고 집에 돌아왔다. 딸은 2주간 운동을 멈추고 안정을 유지해야만 했다.      


헬스를 하게 된다면 여러 운동기구를 사용하게 될 텐데 딸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 손상을 막지 못할 것이다. 딸은 열정이 넘쳐서 일단 시작하면 자신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것이 가장 염려되었다.      


그래도 딸이 꼭 헬스를 해야겠다고 한다면?


투자했으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체육관을 갈 것이다. 딸은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체육관을 가기 위해 평소보다 몸을 더 움직이게 되니 좋은 점이 아닐 수 없고. 집 밖으로 나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햇볕 쬐는 시간도 늘어나고. 집에서도 부담 없이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으니 산책하듯 걸어가면 되고. 여러 기구를 이용할 수 있어서 근육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근육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열심히 하다 보면 근육 부자가 되는 길을 단축할 수 있고... 와우~.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진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괜찮네 이 제안.     


체육관을 다니게 되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상대적으로 많네? 근육량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헬스를 시작하지 않을 이유 없지~. 부족한 신체활동을 지금보다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니까. 혼자 머리를 굴려보았다.     


운동은 인내와 끈기를 요구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은 해야지. 목표를 정하고 실천해보려 해도 목표라는 무게에 여지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천근만근 몸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머리는 알고 있다. 운동이 왜 필요한지. 운동을 외면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행동은 머리를 따라가 주지 못한다.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이유를 찾기 바쁘다.      


꼭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한결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수영을 꾸준히 했던 시간이 비실비실하지 않고 몸과 마음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내가 자가면역질환 환자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 준 것이 바로 수영이다. 운동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때 인지했다. 인내와 끈기가 부족하다면 투자라도 해서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 딸아이 몸무게가 급격히 빠졌다. 체중 변화에 별 이상 없이 지내오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기에 무려 5킬로그램 이상이나 내려갔다. 갑상선 관련 약(용량 문제)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소홀히 대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산책하는 횟수도 줄고, 운동하는 시간도 불규칙했다. 결국 집에서 해오던 운동은 무너졌다. 입맛을 잃고 불면증도 심해져 새벽 4시가 넘어가도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다.     


겁이 덜컥 났다. 딸은 체중이 빠지면서 체력까지 바닥을 보이니 위기감을 느꼈다. 다시 입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무기력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헬스를 시작하기로 나름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코로나(감기)로 뒤숭숭한 시기지만 의지가 확고한 딸아이 마음은 이미 헬스장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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