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딸과 함께 헬스를 시작했다.
처음엔 근육 손상이 염려되어 반대했지만, 딸을 위해 반대만이 최선일까를 고민한 끝에 함께 헬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따뜻했던 4월 운동 시작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7월까지는 체육관을 걸어 다녔다. 집 둘레와 앞으로는 작은 산이 있고 주위에 나무와 풀과 꽃이 많아 눈이 호강한다. 맑고 깨끗한 공기는 폐와 심장에 쌓인 노폐물까지 말끔히 씻어내는 느낌이다.
8월과 9월은 무더위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제법 선선해져 운동 끝나고 집까지 (약 1.5km) 걸어오곤 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운동 끝나고도 1시간(왕복)은 거뜬히 걸어 다닐 수 있겠다. 체육관으로 가는 길가엔 여러 야생초가 질서 없이 늘어서 있지만, 그 모습마저 예쁘다. 5월과 7월 사이에는 노란 민들레와 잎 뒷면에 솜털이 난 붉은 자주색 ‘지칭개’ 풀은 보도블록 틈 사이를 뚫고 올라와 앙증맞게도 피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양한 새는 사방에서 조잘거린다. 바람이 실어다 주는 풀 향도 맡으며, 따스한 햇볕도 쬐니 피부도 호사를 누린다. 아기자기한 꽃도 구경하며 체육관으로 가는 딸과 나는 마치 마실 가는 아이 같다. 다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딸이 원하는 만큼 체육관을 갈 수 없다는 현실이 살짝 아쉽다. 하지만 헬스를 시작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딸에게는 큰 발전이다.
딸은 체육관 다니면서 6개월 동안 근육량이 최대 1.5킬로그램까지 오르기도 했었다. 아직은 시소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약 1.2~1.5킬로그램 정도 오른 셈이다. 담장을 넘기는 홈런은 아니더라도 담장 벽을 맞힌 안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운동도 ‘과유불급’이 될 수 있다. 독이 되지 않도록 딸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근육량을 키우든 해야 하는데 알맞은 양을 저울에 달 듯 딱딱 맞추기가 쉽지 않다. 자칫 무리한 근육운동은 염증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스테로이드 부작용 중 하나인 근육 손실이 낳은 결과로 제자리에 서서 뛰어오르는 동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제자리 뛰기가 안 된다고?’ 이해하기 힘든 딸아이 모습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제자리에서 위로 폴짝 뛰려는데 바닥이 딸아이 발을 꽉 잡고 있는 모양새다. 몸은 참 신비롭다. 근육 손실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력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지금은 딸에게 제자리 뛰기는 식은 죽을 사발째 들고 단숨에 먹을 수 있는 정도다.
딸 덕분에 좋아하는 운동을 다양하고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 내가 더 신바람 났다. 근육운동을 하며 8개월간 나를 괴롭힌 테니스 엘보도 80퍼센트 정도 나아졌다.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을 꼭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도 충분히 유산소와 근육운동할 수 있다. 딸은 혼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헬스를 시작했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일단 돈이 굳는다. 이 어려운 시국에 엄청 중요한 핵심이다.
현재 운동을 하고 있지 않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운동은 ‘걷기’다. 걷기를 해보니 묻지도 따질 이유도 없이 좋다. ‘히포크라테스’가 ‘걷기는 최고의 약’이라고 했을 만큼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싶다. 걷기에 관한 글을 추후에 올리고 싶을 만큼.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몸은 운동이 노상 고프다. 하고 안 하고는 자신이 결정하지만 일단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면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절실함을 느끼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운동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를 가져다준다.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요인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삶을 제공한다. 건강을 잃어본 사람은 알고 있다. 건강하게 살아보고 싶은 것이 얼마나 간절한 꿈인지를.
운동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이 후회가 아닌 건강을 쌓아가는 삶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