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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 Oct 27. 2022

딸에게 직접 물었다 _2


녹음을 멈추고

잠시 쉬었다 다시 딸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 : 선택에 후회는 없었어?     



답 : 당연히 후회는 없죠. 후회하는 건 운동을 같이하지 않았던 시간?

후회보다는, 부작용과 아픔을 느끼는 정도가 점점 줄어들고 없어져서 너무 좋고 기뻤어요. 기쁨에 도취되어 스트레스와 우울증, 무기력증 관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해요. 몸을 좀 더 움직이고 활동 에너지를 충전했어야 하는데 노력하지 않았어요. 음식은 엄마가 최선을 다해줘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음식에 대한 영역이 있고, 운동에 대한 영역이 있으며, 정신적인 것에 대한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음식은 고득점(사실 아직은 고득점까지는 아니다!)이고 엄마가 스트레스나 잔소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가사 노동과 같은 부담도 주지 않아 양호한 편이에요.     


운동에 관한 영역은 가장 중요하고 나 스스로 해야 되는데 그게 가장 부족했어요. 후회하는 건 그런 거죠. 약을 줄여서 후회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 약을 줄이는 동시에 거기에 채우는 내 노력이 부족한 게 후회되는 거죠.          



질문 : 지금 마음은 어때?          



답 : 6개월을 중환자로 살면서 결심했어요. 이제는 입원할 일을 만들지 말고 노력하자. 나 스스로 돕는 자가 되자. 의사도 엄마도 그 누구도 의지하지 말고 내가 먼저 잘해야 돼. 나 자신을 믿고 내 의지력을 키우고 그걸 지키려고 노력하자. 물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식단 무조건 타이트하게 먹고 깐깐하게 먹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내 정신 건강을 해치니까 내가 먹고 싶은 건 먹어가며 살려고요.


중환자실에 누워서 내가 이걸 못 먹고 죽다니 이렇게 한 맺힌 귀신이 되는 줄 알았어요.(^^)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라도 고울 텐데, 나는 머리 다 빠지고 가죽만 남은 스미골 귀신이 될 뻔했어요. 흑흑     


그 뒤로는 절대 먹는 것 가지고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어요. 그 당시 내가 살아서 퇴원하게 되면 먹는 문제로 스트레스받지 말자.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잘 먹자. 치킨이나 피자 같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기 전에는 무조건 소량의 밥과 채소 샐러드를 먹자는 내가 정한 규칙을 지키면서 즐겁게 식사도 하자. 라며 스스로 다짐했어요. 그렇다고 좋지 않은 음식 무조건 다 먹는 것은 아니고요.


영양소 섭취를 위한 것도 있지만, 맛있는 반찬 해주려는 엄마도 노력해주니까 식단도 만족하고 운동(헬스) 다니는 것도 만족해요. 바람이 있다면 정신적인 힐링을 위해 여행 가고 싶어요. 그 외에는 지금 충분히 감사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올 초에 체중이 급격히 빠져 체력이 급 저하되면서 위기감을 느꼈어요. 또 입원하면 안 되는데. 이러고 있으면 우울증에 걸리겠다 싶었어요. 무기력증에 빠지면 안 되는데 입원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우선 건강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자 마음먹고 모험을 택한 것이 헬스였어요.     


헬스 시작하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했어요. 일주일에 3회는 가고 싶은데 그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었어요. 그래도 운동(헬스, 산책)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고 나에게 루틴 목표가 되었어요. 중간중간 몸이 따라주지 않아 힘든 건 있지만, 일단 버티자 마음먹었어요. 하루하루 오늘도 나는 건강하게 살았는가 생각하면서요.


올해 4월 딸이 그토록 그리던 벚꽃을 5년 만에 볼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쉽지 않았을 선택과 선택에 대한 책임     



딸은 쉽지 않은 선택을 했고,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만 한다. 생각해보면 약을 먹는다 해도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본인이 떠안는다.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수많은 부작용과 합병증이 찾아와도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책임은 고스란히 딸 몫이다.     


누군가는 우려하는 눈으로 또는 목소리로 보거나 말할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나 역시 현재 약을 먹지 않고 힘겨운 통증 (섬유근육통)을 참아내고 있는 이유가 수많은 부작용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딸아이에 비하면 내 고통은 고통도 아니다. 내가 만일 딸이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딸이니까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딸아이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딸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하루하루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낸다면 딸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엔 힘이 채워질 것이다. 힘을 채운 발걸음은 딸이 그토록 원하는 삶이고 미래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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