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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초신성

by 궤적소년

초신성은 별의 죽음이다. 하지만 그 죽음은 조용하지 않다. 별이 폭발하며 우주 전체를 밝히고, 그 빛은 수백만 년 동안 우주를 가로지른다.


내 광기도 그랬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괜찮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미소 지었다. 누가 봐도 멀쩡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무언가가 점점 더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별은 자기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폭발한다. 나도 그랬다.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 밤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요동쳤다.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온갖 생각들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터졌다.

광기가 찾아왔을 때,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을 했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았고,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시에,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초신성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다. 하지만 그 빛은 죽음의 빛이다. 나도 그랬다. 겉으로는 눈부셨지만,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에너지 넘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에너지가 아니라 폭발이라는 걸.


초신성 폭발 후 남는 건 두 가지다. 중성자별이거나, 블랙홀이다. 나는 내가 어느 쪽으로 남을지 알 수 없었다. 광기가 휘몰아친 후, 나는 텅 빈 느낌이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후의 침묵. 폭발 후의 고요.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내가 아직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물었다. "괜찮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초신성 폭발을 목격한 사람은 그 빛의 아름다움만 본다. 하지만 별 자신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는 걸, 그들은 모른다.


약을 조절했다. 상담을 받았다. 일상을 다시 세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는 나로 돌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새로운 나가 되었다.


초신성이 남긴 물질들은 새로운 별을 만든다. 폭발의 잔해가 우주를 떠돌다가, 언젠가 다시 모여 새로운 생명을 낳는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도 사실 초신성 폭발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죽음이 새로운 생명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내 광기의 잔해가 언젠가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빛을 내고 있다. 그 빛이 파괴의 빛인지, 창조의 빛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폭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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