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즉시 도달하지 않는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닿는 데는 8분이 걸린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태양이다.
사랑도 그랬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바로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특별할 것 없는 만남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의 미소가 떠올랐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감정은 즉시 도달하지 않는다. 만남의 순간에서 출발한 감정이 내 마음에 닿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별빛처럼.
우리는 자꾸만 만났다. 커피를 마시고, 그녀에게 그림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눴다. 매번 만날 때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조금씩 더 끌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끌리고 있었던 걸 조금씩 깨달았다. 감정은 이미 출발했지만, 내가 알아채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첫 만남이었을까. 벚꽃 축제 때였을까. 아니면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그 사람이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모른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의 빛이 내게 닿아 있었다는 것만 안다.
어떤 감정은 순식간에 도달한다. 그 사람이 웃을 때 느끼는 설렘. 그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느끼는 따뜻함. 그런 감정들은 빛의 속도로 내게 닿는다.
어떤 감정은 천천히 도달한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확신. 그런 감정들은 시간이 필요하다.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별빛이 먼 곳에서 출발해 천천히 우주를 가로지르듯.
별이 폭발하는 순간, 그 빛은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그 빛은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을 여행한다. 그리고 언젠가, 어딘가의 행성에 도달한다.
만남도 그렇다. 한 사람이 내 삶에 나타나는 순간, 무수한 감정들이 출발한다. 어떤 감정은 빠르게 도달하고, 어떤 감정은 천천히 도달한다. 어떤 감정은 평생에 걸쳐 도달할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의 빛을 받고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순간, 처음 손을 잡았던 순간, 처음 사랑한다고 말했던 순간. 그 순간들에서 출발한 빛은 여전히 우주를 가로질러 내게 닿는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오래전 일인데도, 그 빛은 여전히 선명하다. 시간이 지나도 빛은 희미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만남은 빛의 출발이다. 사랑은 빛의 여정이다. 그리고 기억은, 그 빛이 도달하는 순간이다.
나는 여전히 그 빛들을 받고 있다. 만났던 사람들, 사랑했던 사람들, 지금도 함께하는 사람들. 그들의 빛은 여전히 우주를 가로질러 내게 닿는다. 어떤 빛은 따뜻하고, 어떤 빛은 부드럽다. 어떤 빛은 눈부시고, 어떤 빛은 은은하다.
그 모든 빛이 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