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의 중력이 내 삶에 끼친 영향

by 궤적소년

행성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궤도를 그린다. 태양이 없다면 행성은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이다.


나에게 그 태양은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 나는 방향 없이 떠돌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막막했고, 저녁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 것 같았다. 나는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는 소행성 같았다. 중력도, 방향도 없이 그저 표류하는.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궤도를 발견했다.

그 사람 주위를 돌며,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사람의 메시지를 확인했고, 저녁이 되면 그 사람과 통화를 했다. 나는 처음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중력은 양방향이다. 태양이 행성을 당기지만, 행성도 태양을 당긴다. 사랑도 그랬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이끌렸지만, 그 사람도 나를 향해 움직였다. 우리는 서로의 중력 속에서 균형을 찾았다.

가까워지면 충돌할 것 같고, 멀어지면 잃어버릴 것 같은 그 거리.


행성은 타원 궤도를 그린다. 때로는 태양에 가까워지고, 때로는 멀어진다. 우리의 관계도 그랬다. 언제나 같은 거리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가까워지는 시기가 있었고, 멀어지는 시기도 있었다. 가까울 때는 서로의 온기를 느꼈고, 멀 때는 서로의 그림자만 바라봤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를 태워버리고, 너무 멀면 서로를 놓쳐버리는 그 아슬아슬한 거리.


어떤 날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숨이 막혔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나를 잡아당겼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내 하루를 지배했다. 나는 그 사람의 궤도에 완전히 갇힌 것 같았다.

어떤 날은 중력이 너무 약해서 불안했다. 내가 이 궤도를 벗어나는 건 아닐까. 그 사람이 나를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나는 더 세게 붙잡으려 했고, 그럴수록 관계는 흔들렸다.


궤도는 영원하지 않다. 어떤 행성은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서 타버리고, 어떤 행성은 너무 멀어져서 차가워진다. 어떤 행성은 아예 궤도를 이탈해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우리의 사랑도 그 위험 속에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균형을 잡아야 한다. 너무 가까워지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도록.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실패한다. 충돌할 것 같은 순간도 있고, 놓쳐버릴 것 같은 순간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이 궤도를 떠나고 싶지 않다.


이 중력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떠돌던 소행성이 행성이 되는 순간은, 중력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나는 이 중력 속에서 비로소 내 이름을 찾았다.


사랑은 때로 무겁다. 그 무게가 나를 붙잡아준다. 방향 없이 떠돌지 않게,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버리지 않게. 나는 이 궤도 위에서 천천히 돈다. 그 사람 주위를, 그리고 나 자신 주위를.

keyword
이전 02화광기의 초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