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매년 같은 궤도를 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온다.
같은 자리를 돌지만, 그것은 정확히 같은 봄이 아니다.
나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커피를 마시고, 책상 앞에 앉는다.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저녁이 되면 다시 침대에 눕는다. 매일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만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조금 다르다.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나무는 조금씩 자란다.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난다. 겉으로 보면 같은 나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매년 한 층씩 쌓인 시간의 기록이 있다. 나도 그렇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천천히 성장한다.
어제 쓴 문장과 오늘 쓴 문장은 다르다. 지난해 마신 커피와 올해 마신 커피도 다르다. 같은 사람을 만나도, 어제의 그 사람과 오늘의 그 사람은 다르다.
모든 것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나도, 세상도, 시간도.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이다. 내 일상도 그렇다. 똑같아 보이는 매일이지만, 그 안을 흐르는 시간은 매번 다르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지만, 태양계 전체도 은하를 중심으로 돈다. 그리고 은하도 우주 공간을 움직인다. 그래서 지구는 결코 같은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1년 후 같은 날짜를 맞이할 때, 우리는 이미 우주의 다른 지점에 와 있다.
나의 일상도 그렇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조금씩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떤 날은 지겹다. 왜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의미 없는 하루. 변화 없는 삶. 그럴 때면 나는 나무의 나이테를 떠올린다. 매년 같은 계절을 겪지만, 나무는 그 반복 속에서 성장한다.
어떤 날은 감사하다. 같은 일상이 있다는 것. 예측 가능한 하루가 있다는 것.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럴 때면 나는 지구의 궤도를 떠올린다. 안정적인 궤도 덕분에 계절이 찾아오고, 삶이 지속된다.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다. 반복은 리듬이다. 숨을 쉬듯, 계절이 돌듯, 나는 내 궤도를 돈다. 그 궤도 위에서, 나는 천천히 나를 찾아간다.
어제의 나를 기억하면서, 오늘의 나를 기록하면서, 내일의 나를 상상하면서. 같은 궤도를 돌지만, 나는 매번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된다.
그것이 일상이 주는 선물이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깨닫고, 때로는 잃어버리기도 한다.
매일의 작은 반복이 쌓여, 결국 우리의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