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있는 시간의 아름다움

by 궤적소년

우주는 대부분 텅 비어 있다. 별과 별 사이에는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 침묵. 고요.


혼자 있는 시간도 그렇다.

사람들은 혼자를 외로움과 동일시한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혼자 밥 먹으면 쓸쓸하다고, 혼자 여행 가면 허전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연락이 끊기면 안 된다고,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났다.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약속을 잡았다.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서. 텅 빈 시간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서.


어느 날, 모든 약속이 취소됐다. 연락할 사람도 없었고, 만날 사람도 없었다. 나는 혼자 남았다. 완전히.

처음에는 불안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휴대폰을 계속 확인했고, SNS를 들락날락했다. 아무도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세상이 나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게 슬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공허함이 편안해졌다.

우주의 고요처럼. 아무 소리도, 아무 움직임도 없는 그 고요함이 오히려 평화로웠다.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고양이가 담장 위를 걸어갔다.


나는 처음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봤다.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내 시선으로. 누군가의 해석이 아니라, 내 감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은 텅 비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득 차 있었다. 내 생각으로, 내 감정으로, 내 존재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비로소 내 목소리가 들렸다.


우주의 빈 공간은 사실 비어 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우리가 볼 수 없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그렇다. 외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나 자신으로 가득 차 있는 시간이다. 누군가를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나는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이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아침에 혼자 커피를 마시는 시간. 밤에 혼자 책을 읽는 시간. 주말에 혼자 산책하는 시간. 그 시간들이 외롭지 않다. 오히려 가장 나다운 시간이다.


별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거리 때문에 각자의 빛을 낼 수 있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를 태워버린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빛나기 위해서.


나도 그렇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찾기 위해서.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혼자는 외로움이 아니다. 혼자는 우주적 고요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의 빛을 본다.

keyword
이전 06화감정의 빛이 도달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