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 '올 여름의 인생 공부'
(...)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최승자, <이 時代 의 사랑>, 문학과지성사(1981), '올 여름의 인생 공부' 중에서
고여 있다고 느낀 지 오래다.
고인 물은 썩는다.
고인 말도 썩을 것이다.
내가 울고 웃는 아이였을 때 최승자 시인은 첫 시집에서 알게 모르게 그녀의 시론을 펼쳤다.
이 열두 줄에.
가만히 머무른다.
(2018-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