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의견을 모은다는 것에 대하여

by 숙제강박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일은 힘들다.
나와 다른 세상을 가진 이와의 의견이 합일되길 바라는 것만큼 허무맹랑한 것이 또 있을까.
우리가 세상에서 합일된다고 보고 있는 것들은 합일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첨가제가 들어간 경우다. 가령 권력의 상하관계라든지 한쪽의 일방적인 배려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진정한 합일이 불가능하다면 합일을 시도할 가치조차 없는 것일까. 아니면 완전한 합일처럼 보이지 않는 많은 일들이 모여 전체적으로는 합일을 이루는 것일까? 미물인 나는 더 큰 세계를 볼 수가 없어 답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야구나 축구보다 걷기나 달리기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태생이 혼자인가 보다. 용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친구도 있구나.

따지고 보면 삶을 살아간다는 건 합일을 이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결과물을 내기 위해 얽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매일 씨름한다. 합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차고 넘칠 텐데 세상은 있지도 않은 합일을 위해 우직하게 달려간다.

그렇다고 합일을 포기한다면 인생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절대 이루지 못할 게 뻔한데도 남들이 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목표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합일을 목표로 삼는 일이라는 건 인생이 원래 힘든 거라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남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다른 인간들을 긍휼해하는 과정을 겪어내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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