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준 남자(상)

#1.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

by 강미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게 뭐야?"

"어떤 것? 음식? 아니면..."

"나는 월요일이 제~~일 싫어! *으뜸이도 그렇다고 했어."

"딸램, 너 오늘이 제일 싫다매~"

"응, 오늘도 싫지. 학교 가는 날이잖아.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도 없고 계속 앉아만 있어야 해. 맞다. 나 코로나가 제일 싫어. 정~~말 싫어."

"생각났다! 엄마는 설거지가 제일 싫어."

"그럼 엄마가 설거지하면 내가 백 원줄까?"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은 코로나가 제일 싫고 동전을 제일 좋아한다. 딸이 동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3학년 오빠가 어릴 때부터 모은 돼지저금통 안의 2만 원 정도 되는 양의 동전들이 탐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아이가 나에게 동전을 준단다. 정말 백 원씩 받으려다가 마음만 받기로 했다.


결혼 전에는 내가 설거지를 싫어하는지 몰랐다. 원래 집에서 엄마를 돕기도 했고 혼자 밥 먹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했으니까. 내 친구는 요리가 싫고 설거지가 좋단다. 나는 반대로 요리는 좋아하고 설거지는 싫다. 그래서 진담반으로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되면 같이 살자고 했다.

KakaoTalk_20201013_092228254_01.jpg
KakaoTalk_20201013_092228254.jpg 미드 'suits'. 대형 로펌 회사를 다니는 여자도 싫어하는 설거지.

남편은 바빴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데 평일에는 퇴근하면 밤 10시가 넘는 게 보통이었다. 일찍 퇴근하는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에도 설거지가 있을 것이다. 설거지를 제대로 하려면 사실 힘을 많이 줘야 한다. 나는 팔힘이 약해서 그런지 설거지를 열심히 해도 유리가 반짝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게다가 할 일이 많아 설거지에만 매달릴 수는 없어서 빨리 하는 편이었다.


남편이 설거지를 할 때에면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혹시라도 찌꺼기가 남아있을까 빡빡 닦고 열심히 헹구었다. 그것도 맨손으로. 그래야 뽀득뽀득을 느낄 수 있으니까.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설거지하기 힘들다고 했지? 안 그래도 내가 도와줄 사람 보고 있거든."

"뭐? 그럼 설거지는 그 사람이 다 해주는 거야?"

"뭐 거의 그럴걸?"

"진짜?? 나도 들어봤어. 설거지남... 친구들이 그러더라고. 싸지는 않던데..."

"그게 매달 지불할 수도 있고, 아예 장기적으로 하려면 한 번에 돈을 주고..."


설거지남. 남편 대신 설거지만 해준다는 사람.

단톡 방의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인터넷에서 사용후기를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그래서 설거지남에 대한 정보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는데...


1. 호불호가 강하다. (설거지를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어야만 만족한다는 통계가 있었다.)

2. 한 번 사용하고 그 맛을 알면 이제 그 사람 없이는 설거지를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원숭이 꽃신처럼...

3. 그 사람이 쓰는 설거지 세제가 따로 있어서 그것은 내 비용으로 사야 한다.

4. 외모가 비슷하며 나이가 젊고 말없이 정말 딱 설거지만 해준다.(회사에서 약속한 듯)

5. 의외로 어르신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다.

6. 언제든 설거지를 맡기고 싶을 때 옆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날이 되었다.

남편은 전화해서 오늘 설거지남이 오기로 했으니 문을 열어주라고 했다. 처음에는 문을 열어주고 주방의 위치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그 뒤로는 알아서 할 거라고 했다.


딩동.

"이유진 고객님. 설거지남입니다."


<계속>


*으뜸이: '흔한 남매'에 나오는 남매 중에 오빠. 중학생이다.

*원숭이 꽃신: 이솝우화로 공짜로 꽃신을 신게 된 원숭이가 발바닥이 부드러워져 이제는 꽃신 없이는 못 걷게 되어 큰 대가를 치르고 계속 꽃신을 신게 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