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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Oct 18. 2024

수채화 같은 풍경의 고산 산장 ‘GUAICANY’

 해발 고도 3852m의 그림 같은 산장에서..

차는 마을을 벗어나 좁은 오르막 비포장 도로를 내달린다. 창밖으로 안개구름에 휩싸인 산들이 보이고 초원에는 말, 소,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런 목가적인 풍경과 산에 오르기 전에 오래된 자동차를 보고 이 나라 경제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쓴웃음을 짓는다. 비록 고물처럼 보이는 자동차이지만 거침없이 달려와 건장함을 보여 준다. 한참을 올라온 것 같아 얼른 휴대폰을 꺼내 고도 앱을 여니, 무려 해발 3852 미터라고 나타난다. 고도 높기로 유명한 페루의 ‘쿠스코’보다 무려 450미터가 높고 백두산 보다 1200미터가 높으니 먼저 내일 갈 산행이 조금 걱정된다.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니 중앙에 삼층짜리 작은 목조 건물이 서있고, 왼쪽으로는 주인이 거주하는 허름한 단층 오두막이 있고, 오른쪽엔 주방 시설이 된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의 작은 삼층 목조 건물이 게스트 하우스인데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안개구름을 허리에 두른 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어쩌면 이 머나먼 곳을 다시 못 올 것 같아 수 없어 셔트를 누르며 사진으로, 영상으로 풍경을 담아낸다. 산중의 집이라 그런지 게스트 하우스는 풍경만 멋질 뿐 편의 시설은 형편이 없다. 난방장치는 없고 대신에 두꺼운 이불로 추위를 막는 모양이다. 그리고 샤워 시설이 없어 주방 시설 건물에 딸린 지붕도 문도 없는 커튼이 쳐 있는 곳에서 데운 물을 바가지로 퍼부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가스를 아끼기 위해 장작불로 물을 데우다, 여의치 않으면 가스 불로 데우는 식이다. 해발 3800미터의 고산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니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 풍경 하나 만으로도 이 정도의 불편함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것 같다. 살아서 언제 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조금은 왜곡된 감정까지 끌어들이며 스스로 불편함에 대한 상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다. 3층 다락방 나의 숙소에 가서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에 빠지고 만다. 산을 좋아하는 내 개인의 취향이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하나만으로도 12시간 밤버스를 타고 온 수고는 온전히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의 만족감에 빠져든다. 흔히 산꾼들이 하는 이야기가 ‘ 산이 거기에 있어, 산에 오른다’는 말을 하곤 한다. 어쩌면 우리의 내일 산행이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르는 진짜 산꾼의 마음으로 산에 올라야 할 것 같다.

그림 같은 산장 풍경 과 산장에서 바라 본 코쿠이 국립공원 산꼭대기 만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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