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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재미 Jan 31. 2021

4. 단백질 섭취에 집착하는 이유

'압박감'에 대하여



우리는 무언가에 비용을 지불할 때 '가성비'와 '가심비'를 두고 시소를 탄다. 가격 대비 실용성을 추구하는 가성비와 무언가 보상해주고 싶은 나의 만족을 위한 가심비를 두고서 말이다. 내가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멋은 없지만 실속 있는 '고깃집'이냐, 영양가는 없지만 카메라에 담기 예쁜 '디저트 카페'냐, 이것이 문제로다.



우리는 쇼핑을 할 때 따진다. 가격부터 성능, 디자인 모든 부분에서 말이다. 내가 식사를 할 때도 똑같이 따진다. 맛과 양은 물론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포함한 여러 영양소의 구성요소들까지 포함한다. 더 나아가 다음 끼니가 몇 시가 될지, 지금 식사가 몇 시간 동안 포만감을 유지해줄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왜 하필 단백질을 따지느냐고 물으신다면 이것 또한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이 글을 읽고 나면 오늘 저녁식사 메뉴에 내가 먹는 단백질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요즘 같이 당이 넘치고 넘치는 세상, 선호하는 당이 있으신가요? 저는 중립입니다만.


종종 드라마에서 과로로 쓰러진 주인공이 병실에 누워 수액을 맞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그 수액은 대개 포도당인 경우가 많다. 흔히 '당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당'이 바로 탄수화물이다. 이처럼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섭취가 제한되면 급격히 힘이 없어지고 몸이 쳐진다.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할 때 갑작스럽게 굶으면 몸이 축축 쳐지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릿고개를 넘었던 부모님 어린 시절에는 탄수화물이 굉장히 귀했다. 쌀밥 먹기가 정말 힘들었던 시절, 군것질이라고 해봤자 과일 서리가 전부였던 때다. 이에 반해 현대사회에서는 탄수화물이 너무 흔하다. 오히려 돈이 없으면 먹을 것은 탄수화물밖에 없다. 쉽게 접하는 라면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갖가지 탄수화물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그만큼 저영양 고열량 탄수화물군들을 쉽게 접할 수 밖에 없는데, 불행하게도 우리 몸은 섭취한 에너지의 양만큼 소비되지 못한 잉여 에너지를 그대로 몸 안에 저장해버린다. 그게 '살'이다. 그중에서도 탄수화물은 지방에 비해 유독 저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체중감량 시에 섭취량을 적정량 줄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구마가 너무 맛있어서 한 조그마하게 잘라 나눠먹었던 대회준비 시절. 그래야 많이 먹는 느낌이 드니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렇다면 단백질은 어떨까? 단백질은 우리의 몸을 만드는 구성원으로 사용된다. '머리카락도 단백질이래!', '손톱도 단백질이래!'라는 말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맞다. 단백질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보다 대개 우리 몸의 필요한 세포들과 조직들을 만들고 채우는데 쓰인다. 매일 아침 샤워를 통해 벗겨져 나가는 피부 각질부터 머리카락, 다음날 아침 새로 난 콧수염까지 모두 단백질이다. 자, 이제 대충 감이 올 것이다. 맞다. 우리 몸의 근육도 이 단백질이 만든다. 이처럼 좋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부족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마을을 하나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빨간 집과 노란 집, 그리고 오래된 파란 집들이 보인다. 유독 허름한 파란 집의 주민들이 새로운 집을 지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파란 벽돌을 구할 수가 없다. 저 멀리 빨간 벽돌만 쌓여가고 있을 뿐이다. 파란 집을 지어야 하는데 파란 벽돌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다. 오래된 파란 집 하나를 부수고 그 위에 새로운 파란 집을 다시 지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이 이야기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다. 빨간 벽돌은 탄수화물이고, 파란 벽돌은 단백질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린 그렇게 살고 있다.


이 이야기가 이해가 된다면 왜 그렇게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것이다. 물론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지방, 그리고 단백질은 모두 중요하다. 다만 왜 단백질에 집착하느냐. 앞서 말한 대로 현대사회에서는 단백질을 섭취하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식사가 점점 간소화되고, 대체되는 간편식품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고열량의 탄수화물 식품들이 대거 늘었다. 지금 옆에 보이는 음식이 있다면 영양성분을 검색해보길 바란다. 대부분은 탄수화물 함량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만큼 신경 쓰지 않으면 끝도 없이 먹게 되는 게 탄수화물인 반면, 챙겨 먹을 수 없는 것은 단백질인 것이다.  


참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좋은 놈, 그렇지만 찾아먹기 힘든 나쁜 놈,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놈. 그게 바로 단백질이란 놈이다.


세미나에서 여러 종류의 단백질 식품을 받고 신났었다. 단백질은 보통 육류를 포함한다. 고기!



'한 만큼의 대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급훈이자 지금까지도 내 좌우명이다. 내가 한 만큼 대가는 따라온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혹여 사회에서 대가가 따라오지 않을지라도, 내 스스로가 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 내가 운동을 하며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덤벨 하나 더 들며 열심히 근육을 터뜨렸는데, 당연히 그 땀에 대가가 있으려면 충분한 단백질 섭취로 마침표를 찍어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단백질이 없다면 내 근육은 어떻게 더 탄탄해지고 예뻐지겠는가. 나는 조금 허름하지만 충분히 예쁜 내 파란 집을 부수어가며 새 집을 짓고 싶진 않다. 더 견고하고 예쁜 파란 벽돌을 얹어가며 한 층 한 층 더 쌓고 싶다.


운동 후 먹는 단백질 보충제는 꿀맛이다. 특히 우유에 타 먹는 보충제!



이왕이면, 살도 덜 찐다


명절이면 우리 집은 차례를 지낸다. 그리곤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내 동생은 밥에 기름진 전을 곁들여 즐기고, 나는 밥과 생선으로 식사를 한다. 생각해보자. 똑같은 개수의 음식을 섭취했다. 밥과 전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 굳이 개수로 나타내자면 동생은 탄수화물만 2개를 먹은 것이다. 반면에 나는 생선이라는 단백질 식품을 먹었다. 밥이라는 탄수화물 식품군 1개와 생선이라는 단백질 식품군 1개를 동등하게 섭취한 것이다. 동생과 나는 똑같은 두 가지의 음식을 먹었지만, 각각 몸에 쓰이는 용도는 다르다. 식사 후 내 동생의 몸은 일상생활 속에서 탄수화물군 1개를 쓰고 남은 1개의 탄수화물이 차마 소모되지 못한 채 살로 저장될 것이다. 살로 저장되지 않으려면 1개의 탄수화물 열량만큼 더 움직여야만 할 것이다. 나는 똑같이 탄수화물 1개를 에너지로 쓰고, 1개의 단백질은 내 몸 어딘가를 구성하는데 쓰일 것이다. 물론 살이 되진 않을 것이다. 명절 다음 날, 동생이 '왜 똑같이 먹는데 나만 살이 쪄?' 라면서 홈트를 하고 있을 때, 옆에 누워 '글쎄~'하고 놀리는 상상에 웃음이 난다. 이렇게 생각하면 단백질을 찾아먹는 것, 생각보다 할 만하다. 사실 뭘 먹더라도 많이 먹으면 찌는 건 사실이지만, 단백질은 덜 찐다는 강박관념이 더욱 단백질을 찾게 하기도 한다. 몸이 무거워지면 운동하기도 싫어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요?


사실 그냥 자동적으로 단백질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이 좋은데 이유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생각이 나니까 좋은 것처럼 똑같다. 그저 먹으면 든든하고 마음이 편하다. 오늘 내 할 일을 한 것 같다. 앞에서 단백질을 먹을 수밖에 없는 단백질의 역할과 장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지만 사실 별 거 없다. 그냥 먹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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