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창'의 재해석
한때 헬스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주로 쓰이다가 최근 떠오른 은어 중 ‘헬창’이란 말이 있다. 헬창이란 일반적으로 '헬스'와 '엠창 인생'을 합쳐 만들어진 뜻으로 다소 과격한 표현일 수 있다.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조금 풀어서 표현하자면 순수하게 운동하고 난 후의 성취감과 근육통을 즐기며 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흔히 '헬창'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헬스장에 몸집이 크며, 행동 하나하나가 큰 사람들. 긴 시간 운동하면서 괴성과 함께 온갖 플레이트(이하 원판)는 다 끌어다 쓰는 헬스장 분위기를 흐리는 듯한 느낌의 부류가 떠오른다면 맞다. 그대가 정답이다. 하지만 요즘은 피트니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헬스 즉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헬창'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어렵지 않게 헬창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스스로 헬창을 외치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헬창도 격(?)이 생겼다. 옛날 옛적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아저씨 같은 느낌이 아니다. 그저 운동이 좋아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즐거움을 누리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헬창’이 염두에 두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운동 수행이다. 일단 그날 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운동을 해야 살아있음을 느끼고, 하루를 잘 살고 잘 마무리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만약 하고자 했던 운동을 못했다면 그 느낌은 여성분들이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잠든 찝찝함 혹은 화장실 볼 일을 끝까지 보지 못한 듯한 찝찝함과 다소 비슷하다.
두 번째는 단백질 섭취이다. 어떻게든 단백질은 먹어줘야 한다. 먹지 않으면 내 몸에 있는 모든 근육들이 다 빠져나가 지방만 남을 것 같은 느낌이다. 라면에는 꼭 계란을 풀어먹어야 하고, 식사할 때 챙겨 먹을 닭가슴살은 꼭 한 팩씩을 지니고 다닌다. 그것도 아니라면 단백질 보충제는 필수이다.
이 두 가지는 사실 한 가지 이유에 기인하게 되는데 결국 ‘근손실’을 막기 위함이다. 근육의 손실은 사실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헬창의 늪에 빠지면 빠질수록 이 강박관념도 비례한다는 게 특징이다.
나조차도 헬스장을 찾지 않으면 다른 방식이라도 해소하려고 갖가지 방법을 찾게 되고, 집에는 매트부터 벤치, 덤벨 등 운동기구들이 늘고 있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고 싶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때문에 시간과 장소가 부족한 요즘에는, 운동을 대신해 자출(이하 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무료한 삶을 위로한다. 주변에서는 왜 사서 고생하냐는 말을 듣기 일쑤지만 이 자체가 좋은 것을 어찌하리. 그렇게 운동을 한 후 식사시간이 다가올 때면 이번 끼니는 어떻게 단백질을 섭취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탄단지라고 하여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을 적절히 섭취할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중에서도 단백질은 필수 요소이다. 적절한 시간의 텀을 두고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해줘야만 내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참 피곤하기 짝이 없어 보여도 나에겐 생각보다 즐거운 고민이다.
쉬운 듯 어려운 '헬창'의 인생이지만, 그만큼 순수한 인생도 없다.
앗, 오늘 메뉴는 김치볶음밥이니 그 위에 계란 프라이 3개는 얹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