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시간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얼굴들을 만납니다.
창밖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
이어폰을 끼고 잠이 든 사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손만 꼭 잡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차 안에서 만나는 얼굴들은
참 신기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아마도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시간’ 때문이 아닐까요.
그 시간만큼은 나란히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흔들림을 느끼며
같은 바람 속을 지나가니까요.
어떤 날은
작은 아이가 창밖 구름을 보며
엄마에게 물어보던 목소리가 마음에 오래 남고,
어떤 날은
할머니가 손자 도시락을 챙겨주던 손길이
유난히 따스하게 기억되기도 합니다.
기차 안에서 만난 얼굴들은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마다 다른 자리, 다른 사연, 다른 목적지.
하지만 그 모든 얼굴 위에
잠시 같은 햇살이 머물고,
같은 오후가 흘러갑니다.
그래서 기차가 좋습니다.
얼굴들을 마음에 살며시 담아갈 수 있어서요.
언젠가 그 얼굴들도
누군가의 여행길 기억 속에서
조용히 웃음 지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기차 창밖을 오래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