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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하는 사서를 아십니까?

PART IV_번외 편(아르바이트)_1. 국립중앙도서관

2003년부터 사서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몇 번의 낙방을 경험하고 마냥 놀 수는 없을 것 같아서 2004년 12월에 아르바이트 채용공고를 검색하다가 근무처가 국립중앙도서관이라는 공고를 보고 입사 지원을 하게 되었다. 담당 업무는 서지데이터 구축을 하는 MARC(Machine Readable Cataloging)구축 인력이었다. 당시에 구로역 근처에 위치한 ㈜씨지정보통신 이라는 데이터베이스 관련 구축작업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에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채용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내가 맡게된 업무는 당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납본받는 전국의 석, 박사학위논문의 MARC 서지데이터 파일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학위논문의 서지정보를 입력하는 일이었다. 영문 및 한국어로 작성된 석,박사 학위논문의 서지정보를 입력하는 것이었는데 단행본 서지데이터 입력 업무보다는 학위논문이라서 주제 분류부터 기입할 서지사항들이 더 세분화되어 있어서 작성하는 항목들이 많았다.


학위논문의 기본적인 서지사항을 입력하고 분류번호를 부여하는 것도 DDC(듀이십진분류법)에 의거하지만 사서의 주관적인 경향이 들어가는 일이라 경력이 얼마 없던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보존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80여명 되는 인력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가 넘어서까지 하루 종일 각자에게 할당된 학위논문의 MARC 서지데이터 파일을 작성하였다. 당시에도 시간외 수당 같은 것은 없었고, 회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는 저녁식사가 전부였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제시한 과업지침서에 맞추어서 서지데이터 파일을 작성하는데 외국도서관의 학위논문 서지데이터 파일을 참고하기도 하고, 선임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작성하기도 하였다. 20개가 넘는 각 항목(표제정보, 저자정보, 주기사항 등)들을 작성하다보면 1권의 학위논문 서지데이터를 입력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래서 늘 야근을 하지 않으면 내게 주어진 할당된 작업량을 마칠 수가 없었다.


업체에서는 용역계약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제한된 기간 내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해야 하기에 업무는 매우 타이트 했었다. 두 달 조금 넘게 근무하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들기며 들었던 생각은 단기간은 할 수 있겠지만 이 업무를 장기적으로 직업으로는 할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시간 중에는 화장실을 가는 것 외에는 다들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만 두들기는 답답한 공간에서 나는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병간호를 해야 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퇴사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답답한 공간을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현재도 서지데이터구축 업체들의 근무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등에서 외부용역으로 학위논문이나 서양서, 동양서(중국어, 일본어 자료), 국내 단행본의 서지데이터 작업이 대행업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보통 단기간으로 용역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업체에서도 정규직을 채용하기보다는 단기 아르바이트 혹은 재택근무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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