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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못 신겠다

예전엔 도대체 어떻게 신었던 걸까

by 유 매니저 Feb 13. 2025

나이가 들면서 불편함에 대한 역치가 낮아진 것 같다.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잘 했던 것들인데 이제는 못하겠는 것들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하이힐 신기

- 딱 붙는 바지 입기

- 짧은 치마 입기

- 와이어 있는 브래지어 입기


이 외에도 렌즈끼기, 눈화장, 추운데 얇게 입기, 더운데 덥게 입기 등이 있다. 추운 겨울에 길을 지나가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얇은 살색 스타킹 하나를 신고 얇은 교복 마이만 입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와, 저 학생들은 안 춥나, 어떻게 저렇게만 입고 돌아다니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이미 몇 겹씩 껴입고 따뜻한 롱패딩을 입고 있는데도 추워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도 중고등학교 때는 저렇게 얇게 입고 다녀도 다닐만 했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어려서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체력이 좋아서 뭔가 몸이 불편해도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인가. 


어쨌든 갓 대학교 새내기가 된 20대 초반에는 기본으로 5~6센티짜리 하이힐을 신었고, 심지어 7센티 힐도 신고 잘만 걸어다녔다. 학교가 산에 위치해 있어서 오르막 내리막이 많았는데도 정말 잘만 신고 다녔다. 물론 그 때도 불편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못 참는다. 발이 불편하면 온 몸이 불편하고 하루 종일 피곤하다. 빨리 집에 가서 신발을 벗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발볼도 넓고 발등도 높은 편이라서 신발은 항상 신었을 때 편한 걸로 신는다. 만약 구두를 신을 일이 있다면 1-2센티의 낮은 구두를 신고 발이 최대한 편한 구두로만 신는다.


한 번 편한 옷을 입기 시작하면 불편한 옷은 입을 수가 없게 되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불편해도 예쁘니까 참고 입어야지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야 최대한 참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까지 참을 인내심은 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내면의 저울의 양 쪽에 편안함과 예쁨을 각각 올려놨을 때 예쁨으로 기울어져서 불편함을 감수했다면, 지금은 저울의 중앙 기준이 조금 옮겨진 것인지 아니면 편안함의 무게가 많이 높아진 것인지, 편안함이 아닌 다른 쪽 저울에 뭔가 많이 무겁게 올려 놓아야 편안함을 잠시 유보할 수 있게 되었다.


재밌는 점은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친구들이랑 얘기해보면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 때는 어떻게 그러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불편해서 절대 못 한다.' 


안 그래도 피곤한 인생인데 조금이라도 덜 피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어도 그 부분은 덜 피곤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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