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은 잠시 심호흡하고 박소연의 병실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서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연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고, 서현우는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소연의 얼굴색은 전보다 조금은 나아 보였지만, 여전히 창백했다.
"안녕하세요, 박소연 씨,"
하린이 부드럽게 인사했다.
"지금은 좀 어떠세요?"
소연은 힘없이 미소 지었다.
"조금 나아졌어요. 고마워요."
하린은 소연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잠시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다.
"박소연 씨,"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당신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소연 씨가 괜찮으시다면···."
소연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릴게요."
하린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김재호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그가 왜 당신을 그렇게나 집요하게 쫓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아시나요?"
소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김재호는···. 제 친아버지의 오랜 친구였어요. 비록 그 둘 사이가 원만하지는 않았지만···."
하린과 서현우는 어느 정도 짐작한 표정으로 소연을 바라보았다.
"좀 더 자세히 말해줘. 소연아."
서현우가 소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아버지, 강태식 선생님은 김재호와 대학 동기였어요. 둘은 같은 연구실에서 일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하린이 물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아버지는 자신이 과학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 김재호가 비밀리에 인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어요,"
소연이 대답했다.
"김재호는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던 거죠. 처음에는 좋은 의도였대요. PTSD나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거였죠. 하지만 점점 그 실험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아요."
하린은 집중해서 소연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소연의 감정에서 두려움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김재호의 연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셨어요,"
소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 연구를 중단시키려고 하셨던 거죠. 하지만 김재호는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버지를 위협했죠."
"그래서 강태식 선생님이···."
하린이 말을 꺼내다 멈췄다.
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예요. 하지만 모두가 그저 사고라고만 생각했어요."
서현우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미안해, 소연아. 내가 막지 못해서."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김재호가 당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이유는···."
"네,"
소연이 대답했다.
"그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우리 가족을 감시하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저를 위해서였죠."
"당신을 위해서요?"
하린이 의아해서 물었다.
소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김재호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실험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라고요. 그는 저를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거죠."
하린은 소연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김재호의 광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 학교에서 있었던 비리는 뭐였나요? 하린 씨와 강태우 씨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있었다고 들었거든요."
하린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연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건···. 모두 김재호의 계략이었어요. 그는 아버지를 몰아내려고 학교 내에 이상한 소문을 퍼트렸던 겁니다. 하지만 진실은 학교 지하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사실을 숨기려는 목적이었어요. 그리고 그 학교에서 과학 선생님으로 일하시던 아버지가 그걸 발견하신 거죠."
하린과 서현우는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이 사건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두운 것임을 깨달았다.
"그럼 당신이 죽었다고 위장한 것도···."
하린이 말을 꺼냈다.
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건 현우와 제 계획이었어요. 김재호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현우에게 제가 죽은 걸로 해달라고 부탁했던 겁니다. 하지만 결국 김재호는 저를 찾아냈어요."
하린은 소연의 용기에 감탄했다. 그녀가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소연 씨,"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재호가 탈출했어요. 우리는 그를 다시 잡아야만 해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소연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그가···. 탈출했다고요? 정말입니까?"
서현우가 소연을 안아주었다.
"걱정하지 마, 소연아. 내가 널 지켜줄게."
하린은 둘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서현우의 마음속에서 소연을 향한 강한 사랑과 보호 본능을 느낄 수 있었다.
"박소연 씨,"
하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김재호가 어디로 갔을지 아시나요? 그의 계획은 뭘까요?"
소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확히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가 자주 얘기하던 곳이 있었어요. 러시아의 어느 연구소였던 것 같아요."
하린은 눈을 크게 떴다.
"러시아요? 그가 모스크바로 떠났다는 걸 우리도 조금 전에 확인했어요."
소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 사람이 정말로 그곳에 갔을 수도 있겠네요."
하린은 즉시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소연에게서 들은 정보를 전달했다.
전화를 끊은 하린은 다시 소연을 바라보았다.
"소연 씨, 정말 고마워요. 당신의 정보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소연은 힘없이 미소 지었다.
"저도 이 일이 빨리 끝났으면 해요.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꼭 그를 잡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을 안전하게 지킬게요."
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렸다. 놀란 세 사람이 돌아보자 윤지우가 서 있었다.
"하린아!"
지우가 급하게 말했다.
"큰일 났어. 김재호의 부하들이 병원으로 오고 있대."
하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라고? 어떻게 이곳을 알았지?"
"경찰 무전을 도청한 것 같아,"
지우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 소연 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해."
서현우가 소연을 안아 들었다.
"어디로 가야 하죠?"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지하 주차장으로 가요. 거기서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네 사람은 서둘러 병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하린은 계속해서 주변의 감정을 읽으려 노력했다.
"모두 조심해요,"
하린이 다급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우리를 쫓고 있어요. 강한 적대감이 느껴져요."
주차장에 도착하자 그들은 재빨리 하린의 차로 향했다. 그때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모두 엎드려요!"
서현우가 당황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네 사람은 재빨리 차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하린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지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주변의 감정을 더욱 집중해서 읽으려 노력했다.
"전부 세 명이에요,"
하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명은 우리 오른쪽, 한 명은 왼쪽에 있어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들의 주의를 끌게요. 그 사이에 당신들은 소연이를 데리고 도망치세요."
"안 돼요!"
소연이 서현우의 팔을 잡았다.
"현우만 여기 두고 갈 순 없어요."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할게요,"
하린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그들의 주의를 끌 테니, 당신들은 소연 씨를 데리고 도망치세요."
"하린아, 안 돼!"
지우가 소리쳤다.
하지만 하린은 이미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린은 김재호 부하들의 감정을 읽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조금씩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들의 마음속에 불안과 혼란을 심으려고 노력했다.
"거기 누구야!"
이때 한 남자가 크게 소리쳤다.
하린은 천천히 그들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당신들은 이미 패배했어요,"
하린이 차분하게 말했다.
"김재호는 당신들을 이미 버렸어요. 그가 당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이나요?"
남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린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의심의 씨앗이 자라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
다른 남자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하린은 계속해서 그들의 감정을 조종했다. 그녀는 그들의 마음속에 김재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계속해서 심었다.
"잘 생각해 보세요,"
하린이 말을 이었다.
"김재호가 정말로 당신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왜 당신들을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을까요? 그리고 그는 지금 러시아로 도망갔어요. 당신들을 버리고요."
남자들의 표정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린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혼란과 분노가 자라나는 것을 느꼈다.
"우리···. 우리가 속은 건가?"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하린은 그 기회를 포착했다.
"맞아요. 당신들은 속았어요.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으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요."
남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손에 든 총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체포되면···."
한 남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당신들이 협조한다면,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게요. 김재호의 진실을 밝히는 데 당신들의 증언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마침내, 남자들은 천천히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민준과 다른 경찰들이 주차장으로 달려왔다.
"정하린 씨! 괜찮으세요?"
민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이 사람들이 협조하기로 했어요."
민준은 놀란 표정으로 하린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긴 얘기예요,"
하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다 설명해 드릴게요."
경찰들이 김재호의 부하들을 체포하는 동안, 서현우와 지우가 소연을 데리고 나왔다.
"하린아! 괜찮아?"
지우가 달려와 하린을 끌어안았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소연이 하린에게 다가왔다.
"정말 감사해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하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우리 모두 안전하니까요."
민준이 다가와 말했다.
"정하린 씨,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김재호를 잡아야만 모든 일이 끝납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러시아로 가서 김재호를 잡읍시다."
"러시아?"
지우가 놀라서 물었다.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끝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녀에겐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고, 지금까지 김재호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하린이 결심한 듯 말했다.
"이제 우리는 러시아로 가야 해. 김재호를 잡고, 이 모든 일을 끝내야만 해."
민준, 서현우, 지우, 그리고 소연은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결의와 희망이 빛나고 있었다.
"저도 함께 가요,"
서현우가 말했다.
"우리 모두 이 일의 한 부분이에요."
하린은 미소 지었다. 그녀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함께 이 어둠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모두 준비하세요,"
하린이 말했다.
"우리에겐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어요."
다섯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는 결의와 희망이 빛나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김재호를 쫓아 러시아로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모든 진실을 밝혀내고, 이 긴 악몽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하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재호,'
하린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당신을 잡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