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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는 가게의 진짜 '비밀'

에고를 내려놓는다는 것 - 직업의 성공에 대하여

by 세이지SEIJI

같은 거리, 다른 운명

요즘 뉴스에는 자영업의 암울한 현실이 연일 보도된다. 장사가 안 된다는 목소리, 가게 문을 닫았다는 소식, 치솟는 폐업률. 그런데 내가 사는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텅 빈 채로 간판만 바라보고 있는 가게도 있다. 그러다 몇 달 후 지나가면 어느새 다른 간판이 걸려 있다. 같은 거리, 같은 시대, 비슷한 업종. 그런데 운명은 이토록 다르다.

나는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상업구역에 산다. 산책길에 자연스레 목격하게 된다. 새로 들어선 가게, 사라진 가게, 그리고 10년 넘게 한결같은 자리를 지키는 가게. 유튜브에서 자영업자를 밀착 취재하는 콘텐츠를 보다 보면 문득 생각이 든다. '저 방식으로는 힘들 텐데...'

수많은 자영업의 흥망을 지켜보며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입지, 자본, 메뉴 등 여러 조건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따로 있다.

얼마나 '자아수축'에서 벗어나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느냐. 달리 말하면, 자신의 에고를 얼마나 내려놓을 수 있는가, 혹은 대중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가가 그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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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내 카페 이야기

2015년, 나는 카페를 열었다. 그리고 1년 반 후 문을 닫았다. 지금 돌아보면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다. 그 공간은 온통 나의 세계관, 나의 취향, 나의 가치로만 채워져 있었으니까. 커피를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조차 흐릿했다. 내가 손님에게 무엇을 제공하려는지 스스로도 명확하지 않았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카페면서 동물권을 알리는 공간. 내 정신세계의 복잡함을 그대로 투영한 곳이었다. 게다가 하루 종일 카페에 갇혀 지내는 생활이 내 기질과 맞지 않아,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손님을 받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카페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곳이 사적인 공간이었다면 문제될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상업 공간이었다. 누군가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교환'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나는 답하지 못했다.

당시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옳다고 믿는 것,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펼쳐 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자아수축 상태였다.



말 한마디로 단골을 잃는 법

음식점이나 카페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거나 음료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다. 그런 목적만이라면 훨씬 저렴하고 편리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찾아오는 이유는 '기분 좋은 경험'을 위해서다. 혼밥을 하든, 가족과 함께하든, 친구와 수다를 떨든, 핵심은 기분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다.

그런데 많은 자영업자가 이 지점을 놓친다. 인테리어에 큰돈을 들이고,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지만, 정작 고객 응대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거나, 직접 응대하더라도 본인의 성격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고객 심리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 없이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 한마디로, 표정 하나로, 어투 하나로 단골을 잃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얼마 전 겪은 일이다. 리뷰를 보고 찾아간 식당은 식전빵을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우리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았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문득 그 생각이 났다. 계산하며 사장에게 물었다. "원래 식전빵 나오지 않나요?" 사장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다 떨어져서요."

그렇다면 미리 말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죄송하지만 식전빵이 소진되어 제공이 어렵습니다'라고. 기분이 상해 "그럼 미리 말씀해주시지 그랬어요"라고 했더니, 마침 사장 뒤로 식전빵이 구워져 나오고 있는게 보였다. 사장은 어두운 낯빛으로 "아 그럼 싸드릴게요"라며 포장을 시작했다.

"아니, 이미 식사 다 했는데 됐어요." 내가 거절했지만 계속 싸주려 했다. 거지 취급받는 기분이었다. 다시는 그 식당에 가지 않기로 했다.

말 한마디면 해결될 일을 이런 식으로 손님을 잃는다. 그러고는 장사가 안 된다며 경기 탓, 시대 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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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랑받는 가게의 비밀

반면 내게는 단골 브런치 카페가 있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사실 단골이 된 작은 이유에 불과하다. 더 큰 이유는 철저한 위생 관리, 사장의 세심한 배려, 그리고 형식적이지 않은 진심 어린 소통이다. 계산할 때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기계적인 멘트가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 영업시간과 휴무일 같은 고객과의 약속도 철저히 지키려한다.

이 가게 주인은 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의 에고가 아니라 고객의 필요를 우선한다. 맛있는 음식뿐 아니라 기분 좋은 경험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그 필요에 응답한다. 그래서 단골이 생기고, 장사가 되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에 응답하기

유튜브에 '고양이탐정'이라는 채널이 있다. 실종된 반려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출장비와 성공 보수를 받는다. 원래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낸 경우다.

그는 꼼꼼한 성격, 동물에 대한 애정, 예의 바른 태도라는 자신의 기질을 고양이 수색이라는 일에 정확히 연결시켰다. 그리고 세상의 필요—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이들의 절박함—에 응답한다. 의뢰가 끊이지 않고, 수익도 발생한다. 그의 일에는 에고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철학은 있겠지만, 결국 고객이 원하는 바, 즉 고양이를 찾는 것에 충실하다.

이는 자영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직업에 적용되는 원리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교환이다. 자영업을 하든,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든, 그것이 성공하려면—수익을 내려면—자신의 에고를 뒤로하고 세상의 필요에 얼마나 응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은, 결국 대중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거기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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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실천 사이

이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니까. 단순히 원리를 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에고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여정이다.

만약 내가 다시 카페를 연다면, 예전과 같은 방식은 절대 취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나도 모르게 내 에고를 투영할지도 모른다. 자아수축이 아닌 자아확장으로, 세상과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나 자신도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이것만은 안다. 잘되는 가게의 진짜 비밀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독특한 메뉴가 아니라는 것. 그것은 자신의 에고를 얼마나 내려놓고, 세상이—고객이—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에 응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모든 직업인이 마주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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