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지방과 이별하고 싶은데 쉽지 않으시죠? 거의 다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유산소 싸움입니다. 많이 달릴수록 군살이 빨리 빠지시게 될 겁니다. 유산소 하루 2시간 가능하실까요?"
운동 중 가장 재미없는 시간이 유산소다. 수영은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재미가 있다. 힘들면 배영을 하며 팔의 힘만으로 가도 된다. 달리기는 다르다. 무더위만 아니라면 밖에서 멋진 풍경을 보면서 달릴 수 있지만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실내에서만 뛸 수 있다. 러닝머신 위에서 벌어지는 나와의 싸움은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2시간을 달릴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이가 등교를 하면 무조건 운동복, 운동화, 물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을 마치고 싸 온 도시락(단호박 100g, 단백질 100g, 방울토마토, 아몬드 5알)을 먹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운전을 하며 마신다. 커피 향에 정신을 차리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파트 헬스장 화장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몸을 풀어주고 운동을 해야 무리가 가지 않는다. 40대 이후에는 갑작스러운 운동을 하면 다칠 수 있다.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가볍게 걷는다. 속도 5km로 3분 정도를 걸은 후, 9km로 달리기 시작한다. 운동 초기에는 인터벌 러닝(2분 걷기+2분 달리기를 30분 동안 반복)을 했다. 지금은 9km를 30분 달린다. 체력이 그동안 많이 향상되었다. 달리기만 하면 무릎통증으로 고생했는데 꾸준한 운동 덕분에 통증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은 결코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자만하면 다칠 수 있기에 내 몸상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평일, 주말, 휴가 할 것 없이 틈만 나면 달리고 또 달렸다. 새벽시간과 밤시간에는 달릴만했다. 무더위로 인해 금세 땀범벅이 되지만 기분만큼은 최고다. 남편과 경포호수를 달리며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하러 나왔다. 전문가의 냄새가 나는 커플이 보인다. 까맣게 탄 몸은 건강미가 물씬 풍겼다. 달리면서 드러나는 근육은 매력적이었다. 일정한 호흡과 발폭을 보며 우리도 의지를 다졌다.
호수를 반바퀴를 돌 때쯤 엉성하게 달리는 한 사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살기 위해 달리고 있다란 생각이 들었다. 배가 많이 나온 아저씨 세분은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뛰고 있었다. 성인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뛰고 있는 듯 보였다. 뛰면서 끝나고 먹을 메뉴를 정하는 모습이 귀여운 소년 같다.
그들과 함께 달리며 주변의 나무, 호수, 구름, 하늘을 본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감사하며 미소 지으며 남편과 속도를 맞춘다. 달리면 달릴수록 호흡은 안정적이다. 그렇게 우리 몸은 달리기에 적응하고 있었다.
몸은 한번 익힌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내 몸 어딘가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몸이 달릴 때 느꼈던 근육의 떨림과 땀방울을 기억하도록 나는 오늘도 달린다.
아무리 달리는 속도가 떨어졌다 하더라도 걸을 수는 없다. 그것이 규칙이다. 만약 자신이 결정한 룰을 한 번이라도 깨면, 앞으로 더 많은 룰을 깨게 될 것이며, 그렇다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