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번째 주,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에 대하여
이번 주는 취미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던 한 주였다.
취미를 말하기 전 노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노동이란, 몸을 움직여 일을 한다는 뜻으로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인 생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기에 노동은 사회구조적으로 봤을 때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으며, 살기 위해 쓰이는 이 고귀한 노동력을 저울질해 보면, 취미는 자칫 시간과 돈에 여유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보일 수도 있을 거다. 여기서 억지를 부려 보자면 취미를 즐기는 자를 보며 허송세월하는 것으로까지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깟 취미 따위에 시간과 돈을 쓰고, 고귀한 노동력을 소모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아무리 생업이 중요하다 한들, 건강보다 중요할 순 없다. 건강은 육체적인 것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을 포함한다. 다섯 명 중의 한 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단 통계를 근거로 들며, 현대인의 정신건강 위험에 대해 말하는 뉴스 앵커의 입을 보고 있자니, 그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걱정마저 들 정도다. 온갖 경로를 통해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이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단 걸 체감한다.
정신건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스트레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인데, 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취미'가 연상된다. 어김없이 매번 취미란 단어가 떠오르는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와 관련이 깊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보니 '취미 = 해소'로 두 단어 사이를 단정 지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잠깐이면 모를까 취미로 스트레스를 완벽히 해소한 적은 없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취미 자체가 스트레스 발생의 원인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취미가 단순히 놀며, 즐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단순하다는 것, 논다는 것이 부정적인 대접을 받을 이유는 없다. 이 세상 어떤 것이든 '그냥'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그냥'일지라도 적당히 고유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노는 것도, 즐기는 것도 취미를 가져야 하는 순수성에서 보자면 상당히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취미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내게 조금 더 깊다.
내게 맞는 취미를 찾아야겠단 생각을 꾸역꾸역 했던 건, 아마도 '나'와 대화하는 시간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와 대화한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의미한다. 취미를 선택할 땐 처음엔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접근했지만 그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니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것에서조차 흥미를 느끼는 걸 알게 되면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었다. 타인의 어떠한 개입도 허용하지 않은 채 온전하게 '나'와 소통하는 과정을 겪는 것조차도 즐거움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즐거움이 마치 도파민 같다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세로토닌이 분비될 때와 비슷했다. 그렇게 시작된 취미생활은 나에게 건강한 마음을 갖는 것에 중요함을 알려줬다.
어느덧, 취미가 '나'의 건강만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채워준다는 걸 알게 되자 더 많은 취미와 만나고 싶어졌다. 마치 취미를 찾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나름의 기준은 있었다.
우선 나의 개똥철학 중 하나인 '원하는 걸 갖기 위해선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시 말하면 여건이 되어서 취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취미를 갖기 위해 여건을 만들어 냈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우선은 시간과 비용,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취미부터 찾았다. 산책, 독서, 글쓰기가 그랬다. 언제 어디서든 짬을 내면 취미가 될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육체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다. 다음엔 최소한의 비용과 상대적으로 장소 제약이 적은 것을 골랐다. 러닝과 맨몸운동이었다. 러닝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복장만 잘 갖추면 밖에서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근력 운동은 헬스장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선호하지만 헬스장을 오가는 시간이 아까울 땐 집에서 할 수 있는 맨몸운동으로 줄어드는 근육량을 부여잡았다. 가장 좋아하는 축구는 비록 허리 디스크 이슈로 그만두었지만, 덕분(?)에 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수영은 수영장을 가야 하므로 시간과 장소 제약이 많아 강습은 코로나 때 그만두었고, 지금은 자유 수영을 다니고 있다. 참고로 수영은 정말 모든 국민이 배웠으면 좋겠단 생각을 할 정도로 좋은 운동이라 말하고 싶다.
비록 내게 정착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까지 생각하면 정말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을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저 체험에 그친 것이 아닌, 내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것을 거부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조금만 다르게 접근하면 얼마든지 괜찮은 취미를 만날 수 있으며, 육체와 정신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취미는 매개체일 뿐 그 시간 동안 '나'와 대화하며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노력도 생업에 쓰이는 노동력만큼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렇듯 나의 삶은 다양한 취미를 경험하며 풍요롭게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