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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사 김과장 May 03. 2022

三人行必有我師

우루무치 乌鲁木齐



투루판을 떠나 우루무치로 향했다. 

우연찮게 일정이 맞아 샤오장과 교주, 때맞춰 놀러 온 교주의 후배들까지 한 차로 가게 됐다. 

우루무치에서 머무는 시간도 비슷해 뜬금없이 여행단이 꾸려졌다. 

샤오장이 한국인들 틈에서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본인은 젊은 남자들 거느리고 여행 다닌다며 싱글벙글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호텔 프런트에서 일기예보를 보니 최고 기온이 40도라고 나온다. 

교하고성에 간 날이 '38도'였는데, 드디어 40도를 넘는 날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더울지 짐작도 안 됐다. 



더위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우루무치까지 가는 버스는 냉장고였다. 

에어컨 송풍구 조절기는 고장이나 열거나 닫거나 둘 중 하나였고, 온도 조절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창가 좌석 위에서 쏟아지는 에어컨 바람을 막아버리면 창문과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열기에 통구이가 될 것 같고, 에어컨 바람을 맞자니 콧물이 줄줄 흘렀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시 정차한 곳에서 맞은 무지막지한 바람에 경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으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풍력발전소가 나타났다. 

이곳을 기점으로 더위가 한풀 꺾이는 기분이 들었다. 


우루무치에 도착하니 수은주는 2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더위를 느낄 수가 없었다. 

30도를 넘지 않으면 덥지도 않다. 

게다가 해가 지거나 구름이 끼면 제법 쌀쌀하기까지 했다.



우루무치 Go Go


짧은 이동이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여독이 제법 쌓였다. 

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고 야시장으로 향했다. 

우루무치는 신장위구르족자치구의 성도다. 

중국 특유의 네모 반듯한 무채색의 건물 사이를 가득 채운 인파는 빵모자를 쓴 위구르인들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질적인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 다녔다. 

야시장은 투루판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규모였다. 

거리를 가득 메운 좌판 위에 푸짐하게 차려진 먹거리들과 통째로 구워 이빨을 삐죽 내민 채 머리에 리본을 달고 있는 양고기 통구이가 시선을 끌었다.

화려한 조명과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가 분위기를 돋우지만, 분 단위로 꼬여드는 거지와 잡상인들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졌다. 




샤워를 하고 도미토리로 돌아오니 교주가 옆 방에 한국 여행객이 들어왔다며 빨리 오라 부른다. 

건너가니 나를 제외 한 우리 방 사람들이 과일을 한 상 차려놓고 둘러앉았다.

주인공은 10개월째 단신으로 인도 여행하고 파키스탄 건너 신장으로 들어온 이였다. 

분위기를 살피느라 대화를 관망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질문을 던져대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저을 뿐이었다.


"언어장애가 있어서 말을 못 하신대"


의아해하는 날 보고 교주가 귀띔했다. 

여행하면서 얼마나 불편했을지 가늠이 안 된다. 

그런데도 표정은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 

문득 사소한 불편에도 짜증을 내고 '도대체 여긴 왜 이래?'라며 툴툴거리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담소를 나누던 도중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새로 온 여행객과 같은 방을 쓰는 대만 사람인데, 짧은 순간 사람들 표정이 일그러진다.  

'놈'은 처음부터 눈을 아래로 깔고 사람들을 쳐다보며 거만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로 "중국말 할 줄 알아?"하고 물어봤다. 


"미친놈, 염병헌다"


어디선가 나지막이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지는 사설은 더 가관이다.

자신은 혼자 여행 다니고 있으며, 어디를 가봤다며 자랑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 힘들긴 하지만 할만하다며, 자기는 본인이 '인디아나 존스'같다고 생각한단다. 

그러면서 우리 보고도 잘해 보라는 충고를 건넸다. 


어이가 없어도 정도가 있어야 반응을 할 텐데, 처음 느껴보는 당황스러움에 할 말을 잃었다. 

샤오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여기 너 같은 사람들밖에 없다"라며 쏘아붙였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걸 나르시시즘으로 해석해야 할지 잠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군대에 가면 정말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는데, 주로 별난 병신을 만나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도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은 생각지도 못하게 내 고정관념을 깨는 스승들이 더 많다. 

물론 병신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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