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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로 배우는 삶의 태도
선택의 무게가 유독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저쪽이 맞는 길인데 이걸 고르는 거면 어쩌지,
이쪽을 포기했다가 저게 안 되면 어떡하지’
겨우 하나를 붙잡고 나서도
잡지 않은 다른 기회들이 왜 그리 반짝이고
좋아보이는지.
어째서 하나를 고르고 나서도
눈 앞에는 새로운 선택들이 즐비하며,
또 그걸 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댓값은
어쩌면 그렇게 큰지.
그래서 내 손에 쥔 것들에
전처럼 시간과, 노력과, 마음을 들이는 게
어쩌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불확실한 길은 아닌지.
어쩌면 삶은 길고 긴 도박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수없이 있다.
삶이 도박 같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행운과 요령일까.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스택을 갖고 시작해
운 좋게 강력한 핸드가 들어오고
꼭 맞는 보드가 깔리는
그런 걸 기다리면 언젠가는
의심의 여지 없는 정답만을 고를 수 있는 걸까.
핸드와 보드, 그런 것들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선택권 없이 주어지는 것들. 우리가 부모를 고를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이 온통 불공평한 것처럼.
불운한 보드에 화를 내는 건, 쉬운 만큼 정말 바보 같은 일이기도 했다.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불확실함과 싸우고 있음을.
결국 이 게임은, 한 가지를 묻는 것이었다.
나는 불확실함과 싸우기에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행운을 바라지 않았다. 예측 범위 밖의 일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불행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와,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해 생각했다.
늘 불확실하다. 당연히 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길고 긴 그라인딩이라고 생각한다면, 패배들은 당연히 겪는 경험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이 싸움에서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뭘 고르든 결국 어딘가 베팅해야 하는
불확실한 삶 한가운데에서
어떤 선택이든.
우린 결국 정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한 발짝 떨어져 본다면, 이겨 나가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