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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준 Oct 09. 2021

호주 커피-커피 강국을 이룬 다양성의 힘

“호주 커피 문화에 전 세계가 빠져들고 있다.”

- 호주 ABC 방송


호주의 커피 문화에 대한 찬사는 하루 이틀만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단순한 유명세를 넘어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샌프란시스코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호주 출신 바리스타를 마주하거나 호주식 커피 메뉴를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롱블랙이나 플랫화이트 같은 호주의 커피 메뉴가 알음알음 알려지더니 이제는 여느 카페에서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익숙한 메뉴가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호주의 커피 문화가 한국에도 널리 퍼져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렇다면 무엇이 호주의 커피를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누군가는 카페에서 느끼는 경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서비스는 단순히 커피를 내리고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들도 그저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커피를 선택하지 않는다. 바리스타와 고객은 바 너머로 마주 보며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내리며 고객이 선택한 원두는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떤 특징을 느낄 수 있는지 설명해주며 고객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 다른 이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꼽는다. 해외에서는 일과 관련해서 “Get a real job.”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구하라는 조언이나 충고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일부 직종을 비하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바리스타도 미래에 하게 될 리얼 잡(진짜 직업)을 구하기 전까지 잠시 거쳐가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여겨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문화된 커피를 배우기 위해 호주, 특히 멜버른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바리스타의 위상도 이전과 달라졌다. 또한 바리스타의 시급과 월급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런 문화적인 발전과 경제적인 이유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리얼 잡’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호주가 세계적인 커피 강국이 된 이유는 바로 다양성에 있다. 호주의 카페 중 90% 이상이 개인 소유의 카페이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커피 시장에서 전체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멜버른에서는 커피 체인점을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다. 개인 소유의 카페들조차 다른 지점을 낸다는 말이 나오면 고운 시선을 받기 힘들어 이름과 콘셉트를 바꿔 문을 열기도 한다.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카페가 존재한다는 뜻이고, 매일 피 말리는 경쟁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조차도 호주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2008년 70%에 가까운 매장을 닫으며 호주 전역에 겨우 23개의 매장만을 운영했고 2021년에는 58개까지 늘어났으나 그 성장세는 미미하다. 한국 내 매장 수가 2021년 2분기 기준 1,533개를 돌파하고 서울 강남구의 매장 수만도 86개인데 호주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 수보다 서울 강남의 매장 수가 1.5배 가까이 많은 셈이니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오지(Aussie, 호주 사람들을 부르는 애칭)들의 커피에 대한 사랑, 취향, 그리고 자존심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고, 다양하고, 높다.


여기서는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한 대로 멜버른과 시드니 두 도시에서 온 카페들을 여행할 예정이다. 역사적으로 항상 라이벌이었던 두 도시이지만 커피에 있어서만은 시드니가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이 모여있는 멜버른은 커피의 수도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커피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랜 시간 동안 탄탄히 쌓여온 커피 문화가 이 도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으니까.

하지만 시드니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수준 높은 카페와 로스터리들이 커피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고 로스팅 등 각종 커피 대회에서 상을 휩쓸면서 라이벌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럼 이제 수많은 호주의 카페들 중 어느 곳이 지구 반대편까지 우리를 찾아왔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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