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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준 Oct 10. 2021

듁스 커피(Dukes Coffee)

멜버른의 플린더스 레인(Flinders Lane)은 일명 미사 거리로 유명한 호시어 레인(Hosier Lane)을 포함하여 멜버른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의 매력적인 관광지를 여럿 접하고 있는 길이다. 그 중에는 브런치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인기 명소로 센터 플레이스(Centre Place)와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Degraves St.)가 있다.

센터 플레이스는 폭이 3미터나 될까 싶을 만큼 좁고 거리의 끝에서 끝까지 왕복해도 2 ~ 3분이면 충분할 만큼 짧은 길이다. 그렇지만 이 골목의 수많은 카페들은 바쁜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정신을 깨워줄 커피를 내리느라 온종일 향긋한 커피향으로 가득하다. 10여개의 카페가 밀집해있는 이 거리 바로 맞은 편으로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가 있는데 이 곳도 야외까지 테이블을 내놓은 카페들이 즐비하다. 커피는 물론 브런치를 즐기는 손님들로 인해 시도때도 없이 테이블과 길거리가 가득차며 하루종일 활기차게 돌아간다. 두 거리의 카페 수를 합치면 20여개는 족히 될 텐데,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왠만한 커피 수준으로는 버티지 못할 것이 뻔하다.

세계 최고의 커피 수준을 자랑하는 멜버른. 그 중에서도 카페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센터 플레이스 바로 옆으로 2013년 듁스 커피 로스터스(Dukes Coffee Roasters)의 플래그십 스토어 Dukes at Ross House(이하 듁스커피)가 문을 연다.

멜버른 CBD에 자리 잡은 이후로 듁스커피는 멜버른의 커피씬(coffee scene)에서 빠질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각종 매체에서도 멜버른의 베스트 카페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이름이 등장하며 멜버니안(멜버른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놓쳐선 안 될 관광 스팟으로 떠올랐다. 카페의 유명새로 인해 듁스커피를 단순히 카페로 알고 있는 고객이 많지만 사실 듁스커피는 로스팅 회사다. 2008년부터 자체 블랜드를 포함한 각종 스페셜티 원두 등을 로스팅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로스터리와 카페, 두 커리어를 모두 성공적으로 쌓아올린 듁스커피의 맛을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듁스커피 쇼룸이다. 관광지 한 가운데에 있어 관광객과 주민들로 번잡스러운 멜버른과는 달리 과연 이런 곳에 카페가 있기는 한 건가 싶을 만큼 조용한 주택가 한 가운데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비록 장소는 다를지 몰라도 외관은 멜버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멜버른의 듁스커피는 영국 어딘가에 있을 법한 전통적인 펍이나 카페와 꽤나 닮아있다. 빈티지하면서도 심플한 느낌의 파사드(주로 건축물의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를 뜻함)는 숲을 연상시키는 듯 초록색으로 덮여있으며 창호는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내부는 미니멀하면서도 우드톤으로 따뜻하게 조성하여 마치 숲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듁스커피 쇼룸 역시 그 클래식한 파사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면의 통창을 통해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내부는 클래식한 외관과는 달리 현대적이고 심플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으로 깔끔한 하얀색 카운터가 보이고 그 위로 생생한 색감의 테이스팅 노트가 눈에 들어온다.

쇼룸 내부는 꽤나 아담하다. 카운터석의 네자리와 입구쪽 창가에 두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창틀 의자가 전부다. 자리가 다소 적은 것이 아쉽지만 카페로서의 기능보다는 ‘듁스커피 쇼룸’이라는 이름에도 나와 있듯 쇼룸의 역할로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해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사실 조금 과장하자면 바리스타도 고객들도 서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다. 꽤나 가깝다고 느껴지는 이 거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바리스타가 부리는 마법에 있다.

이 곳의 바리스타들은 멜버른의 바리스타들처럼 고객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간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과 자연스레 눈을 맞춰 인사하고 주문을 받으며 원두의 맛과 특징, 그리고 종류에 따라 어떤 기구를 통해 내릴 수 있는지 안내한다. 빨리 주문을 받고 끝내려 하지 않고 눈 앞의 고객에게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 카운터석을 사이에 두고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고, 고객은 커피를 맛보며 서로의 할 일을 한다. 커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물어보자. 다른 고객을 응대하고 있지 않는 한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자세히 알려줄 것이다. 이렇듯 따로 또 같이 있다는 느낌. 친절함과 적절한 거리감 사이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덕분에 이 작은 공간이 더욱 친밀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원두는 에스프레소용 블랜드와 싱글 오리진부터 필터용 싱글 오리진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다. 싱글 오리진 원두는 때에 따라 종류를 바꿔가며 계절마다 시즌 베스트 등을 선보인다. 특히 2008년, 듁스커피의 시작부터 함께 한 듁스 에스프레소 블렌드(Dukes Espresso Blend)는 에스프레소나 롱블랙으로 내려 마셔도 밸런스가 좋고 풍부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지만 라테나 카푸치노 등 우유와 어울릴 때 그 맛이 더 극대화된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멜버른에 기반을 둔 로스터리인 만큼 우유와의 궁합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쇼룸까지 오는 길이 너무 멀다고 생각한다면 듁스커피에서 원두를 납품하는 다른 카페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로스팅 회사로서 듁스커피의 원두는 멜버른에서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카페 운영자들이 듁스커피의 원두를 사용하여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브런치로 유명한 한남동의 써머레인과 편집샵 같이 아기자기한 느낌의 33아파트먼트, 압구정의 샷인디암(shot in the arm) 등 서울에 위치한 카페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있는 카페에도 원두가 납품되고 있고 그 수는 수십 곳이 넘어간다(카페에 따라 블렌딩 혹은 필터용 등 취급하는 원두가 다를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마켓컬리, 현대M포인트몰, 네이버 쇼핑 등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듁스커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집에서든 카페에서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멜버른의 플린더스 레인을 거니는 듯 분위기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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