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작에게

딸아이의 첫 생리

by 모나리자

지난달 큰아이가 살며시 나를 부른다.

“엄마, 나 시작하나 봐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이가 4학년 무렵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가족이 병원에 갔다. 보통 집 앞에 있는 가정의학과를 가곤 했는데 이번엔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여자의사 선생님이 계시는 소아과로 갔다.

예방 접종 전, 진료를 보며 아이의 성장 상태를 문의드렸다. 생일에 맞춰 지금의 성장상태가 양호한 걸로 보이며 이 정도면 6학년 하반기에는 생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 대략 이쯤일 거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내심 내년 중학교 가서 시작하기를 하고 바랬었다. 아직 내 눈에는 어리기만 한데 벌써 시작이라니…


아이에게 생리대 사용법을 다시 알려주었다.

성교육을 받기는 했으나 막상 당장의 일이 아니면 다시 기억하기란 쉽지 않을 테고 내가 알려주며 설명해 주어야 나도 마음이 편할 듯했다. 아이도 유심히 보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혹시라도 양이 많더라도 당황할 필요 없다. 이렇게 저렇게 처리하면 편할 거다. 아이에게 일러주고 다양한 생리대를 구입하러 간다. 작년부터 원래 사용하던 생리대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들도 구매해서 사용해 보았었다. 아이게게 좀 더 좋은 제품이 없을까 해서였다. 사이즈도 다양하게 구매했다. 몇 해 전 이슈가 되었던 생리대 문제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꽃 사가야겠네요.’

남편의 답장이 온다.

예전에 살짝 이야기했두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남녀공학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중을 가면서 그동안은 부끄러워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들을 우리는 마구 드러내고 깔깔거렸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하나둘 자신의 시작을 알리기 시작했다. 각자 성장의 속도에 맞춰 진행되는 것일 텐데 이게 무슨 성적순도 아니고 시작하지 않은 친구들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나는 여름방학이 지나고도 소식이 없었다. 개학하고 만난 친구가 자랑하듯이 말한다.

“야~ 나 광복절날 시작했어! 광순이라 불러줘!”

그러면서 아직 시작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악수를 한다. 곧 자기에게 옮아서 시작할 거라며~

그해 가을 나도 생리를 시작했다. 큰아이처럼 슬그머니 엄마에게 나의 시작을 알린다. 학교에서야 친구들끼리 장난처럼 떠들어 댔지. 집에서나 밖에서는 누군가 듣을세라 조용히 이야기했다.


아이의 첫 생리 이후로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진다. 아이는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 나는 이 아이가 어른이 된 것 같다. 조금 더 천천히 이야기하게 되고 조금 더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생리.

이제 마흔 중반이 넘아 가니 폐경 아니 이제 완경이라고 하지. 완경을 바라보며 갱년기를 걱정한다. 사춘기 아이에게 엄마 갱년기 시작하면 사춘기 이긴다며 으름장도 놓는다. 여자라면 인생의 가장 예쁘고 찬란한 시절 함께 하는 생리다. 진정한 여자가 되는 신호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 달에 며칠씩 답답하고 귀찮은 일정을 치러내야 한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래도 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하지만 이 힘든 여정을 내 딸에게 시작된다고 하니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이제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

조금 더 너의 몸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그런 몸의 변화와 함께 너의 감정에도 솔직하기를,

너는 소중하고 멋진 어른이 될 거라고 엄마는 믿고 응원한다!

사랑해. 딸

축하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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