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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Apr 25. 2024

오늘도 여행길에 오른다

-일상


낯선 향기에 기분 좋은 설렘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생활의 공간을 떠나 잠시 떠나온 공간, 우리는 그 시간 속에 머물면서 잠시 일상을 벗어나 충만한 생기를 맞이한다. 때론 분주한 시간 속에서, 때론 여유로운 공간 속에서 자신과 만나기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세상이라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왔듯이 우리는 평생 여행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이 신이 주신 선물이지만 계속 펼쳐지는 지난한 풍경 속에 존재하다 보니 생경함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그러면서 새로운 장소를 탐하고, 새로운 음식을 갈망하고, 새로운 시간을 찾는다. 그러한 행위 속에서 우리는 고요함을, 멈춤을, 내면과의 만남을 훑어 지나가며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남편과 나는 매년 한 번 있는 결혼기념일에는 집을 벗어나 호텔에서 묵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올해가 27주년이다. 그러고 보니 스물일곱 번째 외출의 기억이 있다. 일 년을 열심히 보낸 우리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 되어주곤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이들과의 추억 만들기, 크리스마스라는 특수인 이벤트로 똑같은 향기의 연속이기도 했다. 반복되는 여행에서 다른 무늬와 색으로 물들이지 못했다.


이제 오십 중반이라는 시절에 다다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잠시 차를  타고 가더라도 그 시간은 나에게 여행의 순간이 되어주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도 설레는 여행의 시간이 되어 잠시 미소를 짓게 한다. 길모퉁이에서 손짓하며 흔들리는 꽃잎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촉감도 나에게 여행의 순간이 된다.


여행은 일상이었다. 매일 내 앞에 펼쳐지는 것들이 새로운 순간이었다. 그 만남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을 때 나는 멈춤의 미학을 경험한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 쉼의 시간을 누린다. 그 만남의 순간이 중첩되며 다양한 삶의 색이 덧칠해진다. 그러면서 나만의 생이 그려지고 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며 맞이하는 새날을 여는 설렘이 나를 새로운 시각 속으로 안내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이 일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햇살이 가린 어느 날에도, 검은 먹구름이 드리운 날에도 내 삶은 눈이 부신다. 햇살은 내 마음에도 떠오르고 있음을 알아버렸다. 오늘도 충만한 여행길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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