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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학 그만 가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미안해.

by 세아



나의 큰 아이는 어린이집 두 번, 초등학교는 세 번을 옮겨 다녔다.

처음 다니던 어린이집이 너무 좋아 학교 가기 전까지 옮기지 말아야지 했는데 천안으로 이사오며 옮기게 되었고 천안에서 남양주로, 남양주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를 세 번이나 전학 가게 만들었다.

나는 고등학교까지 쭉 한 동네에서 다녔기에 꼬맹이적 만나던 친구들을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만나는 게 당연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부모 때문에 강제로 친구들과의 이별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들었다.

처음 어린이집을 옮겼을 때가 큰 아이 6살 가을 무렵이었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날 "엄마 나 긴장돼요."라고 말하던 아이.


언제 이렇게 커서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게 떨리고 긴장된다는 걸 알게 된 건지 미안한 마음에 짠해졌다.


쑥스러움 많은 우리 아이가 낯선 친구들과 쉽게 어울릴 수는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보냈는데 다행히도 아이는 잘 놀다 왔는지 같은 반 여자 아이 얘기를 해주며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어린이집 때는 아직 어리니깐, 초등학교 저학년은 전교에 모르는 친구들이 더 많을 때이니 전학을 가는 게 그리 아이들에게 부담이 안될 거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남양주로 이사 올 때도 그랬고 지금 2학년이 된 둘째도 걱정은 덜 되었는데 4학년이 된 큰 아이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이미 오기 전부터 전학 가기 싫다고 몇 년만 더 있다 가면 안 되냐고 말을 하던 아이였다.

친한 친구를 사귀면 이사를 가고 다시 적응해서 새 친구들을 사귀었더니 또 이사를 가고 아이에게도 얼마나 스트레스였을까..

새 학년 시작 전날, 아는 친구들 하나 없는데 어떡하냐며 잠을 못 자고 뒤척이는 큰 아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더군다나 이사 온 동네는 저출산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다른 동네로 많이 빠진 건지 학년별로 반이 세 개에서 네 개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4학년인 친구들은 대부분 알거나 친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혹시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 나 역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첫 등교날 무엇보다 친구들과 말은 해봤는지 궁금해서 하교한 후 그것부터 물어보았다.

"아니,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라고 말하던 아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을 하니 엄마인 내 탓 같고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 반갑게도 같은 반에 전학 온 친구가 한 명 더 있다고 했다.

'아, 다행이다!' 전학생이 있다는데 엄마인 내가 왜 의지할 동지가 생겼다 느껴지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일 그럼 그 친구한테 먼저 말 걸어봐! 넌 어디서 전학 왔어? 난 남양주에서 왔는데 벌써 세 번째 전학 온 거야. 이렇게 말해봐! 아마 세 번이나 학교 옮겨 다닌 애는 그 학교에 너밖에 없을걸?"

장난스럽게 이런 말을 꺼내자 그제야 아이도 얼굴이 좀 풀리면서 미소 지었다.

아이들이니 금방 적응하고 친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부모가 되니 별게 다 걱정거리다.

내 아이가 혹시라도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지는 않을까, 친구들과 싸우다 또 울어버리면 어떡하지? 남자애가 툭하면 운다고 친구들이 놀리면 어떡하지?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무는데 그러다가도 엄마인 내가 내 아이를 믿어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어 쓸데없는 생각들을 밀어내버린다.

이렇게 쓸데없는 걱정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면 나 어릴 적을 떠올려본다.

나 어릴 적에 우리 엄마는 도대체 뭘 믿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학교를 보낼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cctv도 잘 돼있지 않고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에 누가 잡아가면 어쩌려고 알아서 놀다 오겠지 믿고 밖으로 내보냈을까?

학교에서 친구들이랑은 잘 어울리는지, 요새 친구들이랑 뭘 하고 노는지, 좋아하는 아이는 없는지 우리 엄마도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해했었나 싶다.

이런 두려움과 궁금함을 좀 넣어두고 아이를 잘 지켜보는 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제일 큰 도움이겠지 싶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표들과 걱정 가득한 마음들도 억지로라도 집어넣어 두려 한다.

그래도 학교 다닌 지 일주일쯤 되니 첫째 건 둘째 건 같이 노는 친구도 생겼는지 친구랑 있었던 일도 말해주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제는 정말 전학 안 보낼 테니 이곳에서 절친 만들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쭉 멋진 우정 만들 수 있는 친구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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