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그 좋았던 날들.
그 어느 계절보다도 '청춘'이 떠오르는 계절이 봄이 아닐까.
봄 길을 걷다 보면 20년도 넘은 그 시절의 어느 날들이 문득문득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진다.
삼삼오오 모여 지나가는 중, 고등학생들을 볼 때면 교복치마를 입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던 내 모습이 생각나고 한 발자국 떨어져 걷는 어린 남, 녀 학생들을 보면 그 시절 나의 짝사랑이 떠오른다.
'참 좋을 때다'
이런 마음이 들면 나 어릴 적 언젠가 엄마가 나에게 하신 말씀도 떠오른다.
"넌 좋겠다. 아직 어려서"
"뭐가?"
"젊으니깐 무엇이든 꿈꿀 수 있잖니"
부러움과 한이 섞인듯한 엄마의 말, 그 모습이 꽤나 서글퍼 보였다.
공부에 뜻이 있었지만 가정형편상 실업고로 진학을 하였고 결국 적응하지 못해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던 엄마. 이른 나이에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하였던 엄마에게 젊은 날의 내가 얼마나 부러웠을까.
그런데도 난 몰랐다. 나의 젊은 날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릴 줄은. 그 시절이 좋은 시절이었음을.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라고 노래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나의 젊은 시절을 나도 모르게 흘려보냈다.
배낭을 메고 세상을 여행하고 싶기도 했고 외국에 나가서 공부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다.
소개팅에서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였고 꿈을 위해 도전하였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져 보기도 하였다.
그 대신 학교에서 주최한 국토대장정으로 배낭 메고 이 주간 걸어보기도 하였고 짧지만 필리핀에 어학연수도 가보았다.
운명적인 만남은 없었지만 익숙한 만남에서 사랑을 느껴보기도 하였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직장에서 적성을 찾기도 하였다.
나의 청춘은 짧았고 원하는 것을 다 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대신 다른 경험들을 쌓았다.
청춘은 짧다.
그래서 난 우리 아이들이 청춘을 떠올렸을 때 후회하지 않게 많은 것들을 하며 보내길 바란다.
뒤 돌아봤을 때 가슴 아프게 짝사랑하던 모습도, 친구들과 모여 다니며 쌓아가는 추억도, 이름만 들어도 아프다는 첫사랑의 기억도, 치열하게 공부해 보는 날들도, 많은 것에 도전해 보는 열정들로 많은 시간들을 추억으로 남겼으면 좋겠다.
이렇게 써보니 참 부럽다.
해볼 수 있는 게 많아서, 아직 꿈꿀 수 있는 시간들이라서.
'청춘'이 오고 있어서 너네는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