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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는 아이들

건강한 몸이 어떤 것인지 알려줘야 할 때.

by 세아


나의 아들 둘은 키는 큰데 빼싹 마른 체형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마른 게 신경 쓰이는지 여자 아이들과는 반대로 살이 찌고 싶어 안달(?) 났다.

학교 친구 중 한 명이 큰 아이에게 "너 어디 병 걸린 거 아니야?"라고 했을 정도로 아이 친구들이 보기에도 많이 말라 보이긴 한가 보다.

그래서 우리 시어머니는 아이들 어릴 적에 살이 너무 안 찐다며 한약이라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몇 번을 말씀하셨는데 그때마다 난 완강히 싫다고 거부했었다.

나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에 지금 키가 크다고, 말랐다고 이 체형이 쭉 갈거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바로 그랬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나와 언니 둘 다 키가 작고 빼빼한 체형이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키가 갑자기 쑥쑥 크기 시작하였다. 부모님 두 분 다 키가 작으셔서 우리 자매도 키가 작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한번 크기 시작하니 성인이 되기 전까지 조금씩 계속 크면서 여자치고는 큰 편인 168cm까지 크게 되었다.

어른들은 키가 안 클까 봐 살은 나중에 빼도 되니 일단 많이 먹으라고 말씀하시고는 하였는데 정말 너무 신경 안 쓰고 먹은 탓일까 계속 마른 몸매를 유지하다 중학교 3학년부터 살이 엄청나게 찌기 시작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중학교 2학년까지는 정말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뛰어놀았다. 그런데 중3부터는 활동은 줄었는데 먹는 거는 더 먹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다시 돌아왔을 때 친구 한 명이 복도에서 날 보고는 "너 살이 왜 이렇게 쪘어?"라고 놀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학기 초에 50 키로던 내가 여름방학 끝나고는 50킬로 후반이나 나갈 정도로 확 쪄버렸으니 놀라만도 하다.

나의 경험과 같이 성장기인 아이들은 언제 확 크고 확 찔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살 안 찐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에게 말한다.

"너 나중에 봐봐라, 살 뺀다고 난리 칠지도 몰라."

그리고 내 경험상 살을 찌우는 것보다 살을 빼는 것이 더 힘들다고 느꼈기에 지금 살찌고 싶어 하는 우리 아들 둘이 내심 부럽기도 하다.

찌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먹기라도 하지.. 살을 빼려면 티브이에서 먹는 모습만 봐도 괴롭고 폭식할까 봐 냉장고 열기가 두렵고 참다 참다 성질까지 더러워질까 두려운 게 다이어트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하기 힘든 것이 '살 빼기'인데 우리 아들과는 반대로 살을 빼려고 노력하는 여자 아이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요새는 특히 아이돌들의 인기가 높아 그들이 일반인의 몸매가 아닌데도 똑같이 마르고 싶어 하고 그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주변에 딸 엄마들을 보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학교에서 여자 아이들끼리 몸무게가 몇 킬로니 서로 물어보고 자기가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나간다 싶으면 뚱뚱하다고 생각해서 살을 빼야 한다고 한단다.

한참 외적으로 관심이 많을 때이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마른 몸매'만이 예쁘다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무리하게 살을 빼려 하는 것 같아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뱃살 하나 없던 내가 맞는 청바지 사이즈가 없어 동대문에서 눈물을 삼키며 집으로 돌아오기도 해 보았기에 뚱뚱하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비참한지도 안다.
그렇지만 한참 커야 할 시기에 너무 안 먹으려고 하고 살찌는 것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아이들이 많으니 딸 가진 엄마들 또한 걱정이 많겠다 싶다.

우리 아이들도 지금은 크지만 정작 커야 할 때 안 클 수도 있고 이렇게 말랐던 애들이 나중엔 뒹굴뒹굴 굴러다닐 정도로 살찔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병원에서 검사받아 볼 정도가 아니라면 남들이 뭐라 하건 간에 그냥 열심히 먹으라 하고 마음껏 운동하고 뛰어놀게 두라고 하고 싶다.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살로도 갈 것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뛰어놀다 보면 근육도 생기고 키로도 갈 거 아닌가.

아이들 옆에서 진정한 건강한 모습이 무엇인지, 평소에 나의 몸을 어떻게 관리해 주어야 하는지 바른 인식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게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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