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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34 봄눈 발자국 따라

볼 빨간 청춘의 봄

by eunring Mar 04. 2025

아침부터 실없이

또 웃습니다

문앞배송 상자 덕분입니다


새벽 눈송이 그림 소식에

잠시 주문을 망설이다가

어설픈 봄눈 살짝 다녀간다기에

필요한 몇 가지를 주문했는데요


어머나~ 배송 상자에

육각형 눈꽃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이른 아침 살포시 다녀간 봄눈 발자국에

뽀송한 감성까지 덤으로 따라와

때 아닌 설렘을 줍니다


철부지 학생시절 봄눈 흩날린다고

친구랑 눈송이인 듯 나풀대다가

봄옷에 눈가루 잔뜩 묻히고

발그레한 얼굴로 수업시간에 늦었던

볼 빨간 청춘의 철 모르던 봄날 

어느 순간이 문득 떠올라

또 웃습니다


어느 누구신지~

배송 상자에 눈꽃 발자국을 그려 넣어

내 마음에도 또박또박

사랑스러운 봄눈 발자국 하나

아련히 남기신 그분은 아마도

일솜씨 좋으신 금손이 분명합니다


물끄러미 배송 상자의

사랑스러운 눈송이를 바라보는데

오래전 안목 높은 어느 화가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궁정 화가 아펠레스가 그리고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본 알렉산더 대왕이

자신의 얼굴을 1도 닮지 않았다고 하자

당대 최고의 초상화  화가였던

아펠레스는 그만 기가 막혔답니다


그런데

알렉산더의 애마 부케팔로스가

그림을 보고는 자신의 주인

알렉산더임을 단번에 알아보며 반겼대요

그러자 아펠레스가 말했다죠

그림 보는 눈이 주인보다 낫구나~


여기서 유쾌한 반전이 있어요

알렉산더는 사랑하는 여인 판카스테

아름다운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아펠레스에게 누드 초상화를 주문했는데요


아펠레스와 판카스테가

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니 이를 어쩔~

뭘 어쩔~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아름다움의 진가를 아는 것은

나보다 예술가인 자네가 낫겠지~

그리고는 두 사람의 사랑을

쿨하게 허락했다고 해요


봄눈 발자국 따라

볼 빨간 청춘의 어느 봄날을 맴돌다가

안목 높은 화가 아펠레스와

대인배 알렉산더 대왕이 살던

옛날 멀고 먼 나라까지

한 바퀴 휘돌고 오니

창밖엔 햇살이 가득합니다


이미 녹아 사라지고 없는

봄눈 발자국 따라

이런저런 생각들이 뽀그르르

부질없이 많아지는 걸 보니

봄은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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