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 재림의 기약을 하는 '별로 만난 사이'

'낙타날다' 에서

by 건너별

결국 나는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 다음날 양성이라는 문자와 함께, 회사에 어떻게 얘기할까 걱정했지만 뭐 자가격리 규칙이란게 있으니 어쩌겠는가. 일주일간 집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걸 느꼈다. 목이 아파 침삼키기가 힘들고, 열은 떨어지질 않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일주일간 누워서 약먹고 잠만 자며, 어머니께서 주시는 밥만 먹으며 지내었다. 감기 같은거 잘 안걸리는 편인데, 코로나는 역시 코로나였다. 너무 아팠다.

하지만 5~6일차쯤 접어드니 확실히 회복되는 기세를 보였다. 병원을 오히려 빨리 갈껄 후회했다. 바이러스는 빠져나가도 목은 아직도 아파서 주사도 맞고 약도 제대로 먹으니 호전되었다. 코로나야 자가격리고 뭐고 다신 보지말자. 안아픈게 최고야 역시.








8월 15일에 만나자며 집단이 결성되었었는데, 긍졍누나와 진이와 토마스 이 세명이었다. 나는 시간도 다시 나게 되고 그들과 마지막에 인사도 제대로 못한 것이 아쉬워 그 만남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Rain누나와 헉이형까지 모두 가능하댄다! 다들 멀끔한 상태로 뒤풀이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식사은 양고기를 먹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지만 우리에겐 허르헉기피자 헉이형이 있다. 그를 위해, 또 우리의 국적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한국적인 삼겹살로 메뉴를 변경하였다!

그리고 자가격리기간동안 힘을 숨기고 있었던 덥수록한 수염으로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


| 너는 코로나 대체 어디서 걸린거야!!

| 헉이형형 다시 여행 갈거지? 우리랑 안갈거면 지금 이자리에서 나가줘!!

| 누나 고기 왤케 잘구워~~

| 나 보드카 부장님 드리니까 진짜 좋아하시더라.

| 나 피클만들고 있어!

| 나는 까페 놀러갈거야! 알바할거야! 방학 끝날때까지 놀거야!

| 토마스는 무조건 5인분이지~

| 형 진짜 침착맨인줄 알았다!



각자의 삶을 다시 살다가 이야기 나누니 또 다른 그들의 취향을 알게 되고, 피로에 쩔어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여긴 정말 무해한 모임이야.
차돌박이와 삼겹살은 우리에게 한국과 일상을 의미했다



그리고 까페를 찾아보다가 뭔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이름, '낙타날다'. 오리날다는 아는데 낙타날다는 처보네. 까페 이름에 낙타가 들어가면 무조건 가야지. 여기 낙타있으면 대박이다.



들어가니 분위기도 좋고 좌석도 느낌있었다. 우리는 다시 넘쳐흐르는 마음으로 끊이지 않는 수다를 나누었다.

첫째로, 각자의 일터나 집근처로 놀러가자는 말들.

둘째로, 낯가려서 친해지는데 3년은 걸린다는 잇몸튼튼마음튼튼 진이. 그 말에 우리가 친해지도록 향후 3년간 노력할게~ 라며 웃는 동행들.

셋째로, 투어 가이드의 꿈을 안고 언젠간 해보자는 나의 말. 각자 담당역할은 악기, 노래, 위험한거, 치아건강(?) 등등.

넷째로, 허르헉기피자 헉이형의 독서습관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 이건 아마 흘러가듯 이야기해서 나만 기억하는 걸수도 있지만, 어려운 책을 여러 매체(유튜브, 다른 글)를 통해 보완해나가는 느낌으로 나의 인식을 확립한다는 그 말이 되게 멋있어 보이고 동의가 되어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째로, 귀걸이, 코걸이, 피어싱에 대한 이야기. 나중에 우리가 할미 할비가 되면 그것들이 당연해지고, 그걸 이해못하면 꼰대가 되겠지 하는 장난기어린 한탄.

여섯째로, 또 여행 어디갈까 하며 근처 캠핑장이라도 에어배드 챙겨 가자, 여수가서 스윙스그네 타고싶다, 등의 제안들.

일곱째로, 잃어버린 물건들. 못다한 우리만의 썰들과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사진찍기.

꽃단장한 그들. 그리고 난 수염.


나는 약속을 잘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와 함께하며 "다음에 같이 뭐 할래?" 이런 제안을 쉽게 하지 않는다. 그럴 마음이 잘 안든다기보다는, 그런 기약이 시간이 지나 흐지부지되는 것이 싫다(어릴때보단 좀 덜하지만). 그래서 공수표를 날리는 사람, 그러니까 나에게 약속을 하고는 기대하게 만들고 정작 본인은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실망도 하고 가끔은 상처받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밥 한번 먹자~" 하는 인사치레가 싫은거다. 친하지 않던 10년만에 길거리에서 만난 동창이 저런 말을 한다면 나는 "그래"가 아니라 "뭘 밥을 먹냐. 잘 살어~" 이러고 말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방어적인 태도가 역으로 다른이들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을 것 같다. 역시 마음의 크기는 균형을 이룰 수 없다.


어찌 됐건 내가 하고싶은 말은,

우리 몽골 투어 동행이자 별로 만난 사이는,

그 마음의 크기가 균형은 맞지 않을지라도 무언가를 하자는 제안을 모두 받아들여줄 거라는 믿음을 서로에게 심어 주었다.


그리고 난 기꺼이, 당돌하게 제안한다. 또 보자~ 담엔 캠핑으로 놀러가자.


마지막으로,

만남을 마치고


다음번에 보자~! 앞으로도 잘 부탁해!

외치는 나. 이 말을 진심으로 할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렇게 길면서도 짧았던, 일주일간의 1인칭의 서사시를 마무리해 보려 한다.


시간이 꽤 지나 내가 다른 여행객이자 유튜버의 영상에도 출연했다는 걸 알았다. 본 영상의 35분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이 끝나고 건강도 회복하고 나니 나는 세상이 달리 보였다. 사람들은 그대로였지만 나는 혼자 괜히 속으로 신이 났고, 이전에 나에게 일어나는 안좋은 일도 더 여유있고 웃으며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뎌졌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 그래, 여행은 국가가 나에게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고, 나는 일주일간의 건강을 잠시 코로나 바이러스에 제물로 바쳤다.


생산성도 늘어난 것은 물론 뭐든 할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서도 얻기 힘든 활기와 원동력! 퇴근하고도 공부하고, 일하고, 운동하고, 지금처럼 글을 쓰며, 스팀팩을 쓴듯, 버프를 맞은 듯 '갓생'을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 여행을 왜 가냐고 물어본다면 이제 자신있게 내밀 수 있는 시리즈가 지금 내가 마무리하고 있는 이 '별로 만난 사이' 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자유로웠고, 우리는 낭만적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자연스러움과 대자연과 사막과 별을 품은 몽골.

누군가가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체력이 허락하는 한 자신있게 도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 팀은 또 하나의 '별로 만난 사이' 로 아리따운 마무리를 하길 바라 본다.



그러므로,


나의 여행은 지치지 않을 것이다.

값비싼 음식과 옷과 전자기기에 우선하는, 내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높여 주는 건 다름아닌 여행이다. 여행을 가서든, 갔다 와서든. 그리고 여행의 기억이든, 함께하게 된 사람들이든.







앞으로도 자유와 낭만을 보급하고 전파하는 나의 삶 속의 여행은 지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노래를 혼자 부르게 될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이미 함꼐 따라 부르고 있다.
다만 내가 자유를 만끽할 적에, 당신이 말없이 옆으로 다가와 따라 누워주길 바란다.
나는 그런 당신과 함께 온 마음을 누비며, 이슬 맺힌 눈속의 순수한 웃음으로 영원을 약속하고 싶다.





















'별로..☆ 만난 사이, 몽골' 를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도 낭만있고, 힐링되고, 재미있는 글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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