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가체프 Jun 20. 2024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9살 딸아이와 초밥 데이트

세월이 흘렀다.

암에 걸린 딸은 아버지보다 일찍 세상을 등지게 된다.

홀로 남은 아버지는 지난날을 자책하고 눈물을 참아가며

딸에게 우편번호 없는 편지를 보낸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라는 책을 통해서···.


~ ~


"딱 한 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중략)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들어 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언어의 온도> p 152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읽다 알게 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이야기다.



어딘가에 한 번은 꼭 남겨두고 싶었던 그 글귀가

어제 아이와 초밥 데이트를 하고 난 후,

유독 더 머릿속에 맴돌았다.



처음 읽었던 그 날보다 더

코 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근처로 출장 온 대학 친구를

잠깐 만나러 간 자리였다.


아직 집에 혼자 두긴 그래서 아이도 함께 나갔다.


친구의 사업 현황, 대학 선후배들의 근황,

내가 하게 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 등등을

1시간 남짓 이야기했다.

아이도 중간중간 우리 대화에 함께 하다

친구와 작별 인사를 했다.



저녁까지 먹고 들어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우리 가족 단골 초밥집이 바로 보였다.





"진짜 맛있어, 정말 행복해!

엄마랑 데이트 너무 좋아."



애교 가득 섞인 목소리에

특유의 예쁜 몸짓까지 더해

아이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엄마, 아~~."



낳아줘서 고맙다고 잘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나에게 초밥을 먹여주고,

야무지게 새우 꼬리까지 잡아 빼준다.


좀 전에 친구에게 받은 세뱃돈으로

계산도 하겠단다!


다음에 또 데이트하자며 애프터 신청도 했다.



아빠는 평일에 매번 늦게 오고,

우리 둘의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나기도 했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내 아이를 보지는 않았다.

카톡창 너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둘만의 바깥 나들이는

살짝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생각보다 괜찮네! 아이가 너무 좋아하잖아.

올해는 한 달에 한 번 데이트하자."




2024년 2월 21일

이전 07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