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서
"영희야, 엄마야..."
"네, 엄마. 아빠는 좀 어떠세요?"
"뭐, 상태가 그대로 인 것 같다. 요새 장독대를 쳐다보면서 잠자리 구경하고 계셔..."
"장독대 위에 잠자리요? 병원에서 창문 바라보고만 있던 것과 같으시군요... 걱정이네요."
"그래서 말인데, 어차피 여기 집도 이제 얼마 남지 않으면 철수를 해야 할 것이라서 내가 너희 아빠와 좀 더 깨끗한 집으로 이사를 갈까 생각하고 있다."
"이사요? 그 집 보상금을 받으시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우리 동네 사람 한 명이 우리 집을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포함해서 1억을 줄 테니, 이사 가시는 것이 어떻냐고 하더라고... 잔금은 보상금 받을 때 전해주고..."
"그래요?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 저희가 같이 갈게요..."
"그렇게 할래? 그럼 내일 오후에 집에 들러라..."
"네, 엄마. 그럼 아빠 잘 보살펴 주시고요"
그렇게 최금란은 계약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김부동의 기억을 되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살던 집에 있으면 정신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으나, 김부동의 행동은 오히려 점점 애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더 악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오전에 마찬가지로 황철수는 최금란을 찾아왔다.
그리고 오후에 계약을 하기로 하였다.
"재수 씨, 어제도 얘기를 했듯이 이곳에 있는 집기들은 제게 모두 남겨주시기로 하시면 합니다."
"집기들을요? 그래도... 제가 사용하던 화장품도 있고, 전화기도 있는데..."
"아, 그런 생활용품들은 당연히 갖고 가셔야죠... 가구물이나 옷장, 책상 같은 것들을 말한 것입니다."
"저도 한 달 정도 여기서 지내면서 책도 읽고 옷도 걸어두고 해야 할 것은 필요해서요"
"그렇군요... 내 알겠어요. 최대한 저와 남편이 사용하던 책이나 귀중품과 생활용품은 챙겨가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겨둘게요..."
"네, 감사합니다."
오후에 영희와 영희 남편이 엄마를 만나러 왔다.
그리고 황철수가 집에서 점심 먹은 뒤에 다시 최금란과의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서 방문했다.
"영희야, 이 쪽은 아빠와 오랜 친구이셨던 황철수 사장님이야"
"안녕, 몇 번 집에 왔었기 때문에 알고 있을 거야... 만나서 반갑다."
"네, 전에 아빠하고 같이 술 한잔 하실 때, 아빠 모시러 가면서 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 때라면 아마도 15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그걸 기억하는구나..."
"네, 맞아요. 그날 아빠가 좀 많이 취해서 모셔 오는데, 힘들었었거든요..."
"원래 너희 아빠가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데, 한 번 취하면 깨어나기 어려워서..."
최금란이 말했다.
"저, 그럼 계약 진행을 하려고 저희 딸이 사위와 함께 오게 되었는데, 시작하셔요"
"네, 그렇게 하시죠"
영희는 남편과 함께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위하여 대박 부동산 사장을 집에 들르도록 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다 모이셨군요... 그런데, 김부동 선생님은 혹시..."
"아, 저희 남편은 방에서 자고 있어요..."
"여기 등기를 확인해 보니까, 소유주가 김부동 씨와 최금란 씨가 공동으로 되어 있더군요"
"네, 맞아요. 저희 남편이 지난 40년간 특히 해준 것이 없다고 하면서 곧 철수가 될 곳이라고 하면서, 올해 봄에 소유를 공동으로 바꿔서 신청했었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남편분이 소유권의 일부를 갖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진행하실지...
최금란이 대답했다. "영희가 어제 저희 남편의 현재 상태로 인하여 부동산 거래에 어려움이 있는 것에 대해서 자녀가 위임을 받아서 하는 것에 대해서 알아봤다고 하더라고요."
영희가 말했다. "부동산 사장님, 솔직히 저희 아빠의 상태가 언제 호전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이곳이 곧 철수가 될 곳이라고 하기 때문에 아빠의 건강상 이사를 했으면 합니다. 제가 아빠의 큰 딸이라서 위임을 받아 이곳에 대한 이전에 대해서 동의합니다. 동의서를 작성해서 서명했고요, 의사 병원 진단서를 첨부했어요."
최금란이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남편이 방에 누워있는데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야속하고 힘듭니다. 철거일정이 다가오는데 여기에서 남편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남아있는 것도 더 이상 기대를 할 수 없어서 이렇게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박 부동산 사장이 말했다.
"자, 그러면 말씀해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 이 집에 대한 매매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이에 앞어서 조항에 넣어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첫 번째는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집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위해서 해당 당사자 모두의 매매 동의가 필요함에 있어서 자녀분이 위임을 받았다는 충분한 근거자료가 없으며, 단지 동의서를 작성해서 오셨기 때문에 차후 법적인 소송에서 이번 계약이 모두 무효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액수가 신규 매입하시는 분이 금일 납입하는 금액보다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잔금 미입금에 대해서 계약서상에 명시를 하였습니다."
"즉, 잔금 납입금액은 이 집에 대한 보상금액에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지난번 김부동 씨가 합의한 금액인 4억 3천8백5십5만 원에서 1억을 제외한 3억 3천8백5십5만 원은 잔금으로 지급을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이 집에 대한 보상금액으로 김부동 씨와 최금란 씨 앞으로 지불이 될 금액이며, 이를 철거 진행 후 1개월 후에 지급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소유권이 넘어간다는 전제는 집의 등기서류상에 성함이 들어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잔금에 대한 지급이 명시된 일정까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황철수 씨가 지금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집과 비슷한 시기에 보상금이 지급될 것입니다."
"만의 하나라도 김부동 씨의 기억이 돌아오고 이 계약에 대해서 김부동 씨가 동의를 하지 않게 되면 모든 계약은 없었던 것으로 바뀌어지게 됩니다. 그 얘기는 이 집을 점유하고 있던 동안 이곳에서 발생된 모든 일들은 계약 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영희가 말했다. "만약 보상금이 지급되기 전에 아빠가 기억을 하시고, 이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하게 되면 선금과 중도금으로 받은 1억 원을 다시 돌려줘야 하는 건가요?"
대박 부동산 사장이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가령 오늘 계약을 했는데, 보름 후에라도 김부동 선생의 기억이 돌아오고 이번 계약에 동의하지 않게 되면, 1억 원을 황철수 씨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진행될 보상금 절차와 관련하여 김부동 씨 집에 대한 보상은 그대로 김부동 씨에게 지급되고, 황철수 씨가 현재 소유한 집에 대한 보상도 이 집과 상관없이 지급될 것입니다."
황철수가 말했다. "아까 얘기한 내용 중에 모든 계약이 무효화되고 점유하고 있던 중 발생된 일은 계약 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의미가 궁금해지네요..."
대박 부동산 사장이 대답했다. "네, 그럼 제가 다시 설명을 드릴게요... 뭘로 예를 들어야 쉽게 이해를 할까... 아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가령 계약을 한 이후에 김부동 씨와 최금란 씨 집 어딘가에서 황금 덩어리가 발견되었다고 해봅시다. 발견된 시점이 만약 잔금지급일까지 모든 비용처리가 되어서 등기 이전까지 마친 상황 이후이라면, 그 황금 덩어리는 김부동 씨의 것이 아니라 황철수 씨의 것입니다. 그러나 등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기간 중에 설령 김부동 씨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계약을 무효화해 버린다면, 그 황금 덩어리는 김부동 씨 외 최금란 씨의 것이 됩니다."
그리고...
연재소설 '운수 터져버린 날(제25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