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상담소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고민 중 하나는 '인간관계'인데요. 학교, 회사, 학원 등 많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자연스레 속상할 일도 생기게 되죠. 내 앞에서는 마냥 착하게 행동하지만, 내 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사람도 종종 만나게 되는데요.
세균도 마찬가지예요. 몸 안에서는 착한 세균으로 우리를 도와주다가, 몸 밖에서 만나면 우리를 해치는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로 대장균이 있답니다. 여름에 '대장균이 식중독을 유발한다는' 기사를 많이 접하셨죠. 그래서 [대장균=나쁜 세균]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답니다.
우리 대장에는 세균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어요. 보통 성인의 경우 장 속에 150~400여 종의 세균이 살고 있고, 그 수가 100조 개를 넘는다고 해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균들이 살고 있는 거죠! 그중 대장균은 총 장내 세균의 수의 0.1%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요. 세균이 우리 장내에 있다고 하니 괜히 찝찝한 생각도 들지만 장내세균은 우리 장 안에서 좋은 역할을 해준답니다. 해로운 세균들이 장 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침입을 막아주고 몸 안의 면역력도 높이고, 대장 상피를 견고하게 하고, 신경계 발달을 돕는 등 여러 면에서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대장균은 우리가 음식을 잘 소화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필요한 비타민 K, 비타민 B5, 비타민 B7을 만들기도 해요. 또한, 대장균은 또한 우리에게 많은 과학적 지식을 선물해준 세균이에요. 대장균은 지난 100년 동안 가장 많은 실험의 대상이 되어온 생명체가 아닐까 싶은데요. 까다롭지 않은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쉽게 키울 수 있고, 20분만 시간을 주면 금세 분열해 두 마리가 되기 때문에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어 실험에 이용하기 적합한 세균이었던 거죠. 대장균을 이용해 DNA 복제, 단백질의 발현 과정을 알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생명현상의 큰 틀을 잡을 수 있었답니다.
대장 안에서는 좋은 세균
몸 안에서, 그리고 실험을 통해 우리에게 유의미한 존재가 되어준 대장균을 몸 밖에서 만나게 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인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여름철 식중독 493건을 분석한 결과, 병원성대장균이 109건(22.1%)을 차지했다고 밝혔어요. 여름철 식중독의 주범이라는 얘기죠. 식중독뿐 아니라 패혈증 환자의 혈액에서도 대장균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요도에 세균이 침입하면 생기는 요로감염증의 원인균으로도 뽑히고 있어요. 많은 질병을 대장균이 일으키고 있는 셈이죠.
몸 밖에선 나쁜 세균
대장균은 인간의 대장 안에서 오랫동안 살며 서로 해를 끼치지 않고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적응해 왔기 때문에 장내에서는 별다른 병원성을 띠지 않지만, 대장균이 대장 밖으로 나가면 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세균으로 변한답니다. 몸 밖에선 최대한 대장균을 만나지 않도록 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