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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Sep 19. 2022

요리에 담긴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주먹구구 레시피


바쁘게 직장 생활할 때는 무엇이든 맛있게 먹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바쁘게 살다 보니 내 손으로 만드는 음식보다 누군가 만들어주는 음식에 의존했다. 시간과 노동을 절약하기에 적절했기에.



그때는 음식을 만드느라 수고하는 손길이 값져 보이지 않았다. 굳이 부엌에서 오랜 시간 피곤하게 왜 서 있어야 하나 생각했다. 나가기만 하면 맛있는 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니  맘껏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했다. 집 밥이 먹고 싶은 날에는 동네마다 들어선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참 편리했다.



몸이 아프고 나서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내 손으로 직접 건강한 재료를 구입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음식 재료에 담긴 좋은 성분을 알게 되면서 요리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요리과정은 과학이고 예술이었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사랑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요리하는 것에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가사 노동하는 시간이 배로 늘어났다. 식구들 식사 준비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다 사용하던 옛날의 아낙들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었다. 요리하는 시간을 단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읽으며 식사를 간단히, 최대한 간단히 하는 것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식사 준비하는데 시간을 줄여서 시를 쓰고 바느질을 하고 글을 쓰자는 헬렌 니어링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지금도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일과 건강한 땅에서 자란 재료를 구입하는 일에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하지만 요리 과정이 복잡하고 조리 시간이 긴 음식들은 서서히 피하고 있다. 어려서 먹던 음식을 기억하며 엄마의 깔끔하고 단정한 음식들을 기억해 냈다. 시어머님께 자주 얻어먹었던 소박한 음식도 자주 재현해 봤다. 번들번들하게 기름진 고기와 수많은 조미료가 들어가 입맛을 자극하음식은 어쩌다 한번 먹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렇게 요리하는 방향이 바뀌고 나서 요리 책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요리를 해온 구력도 딸리고  유명한 요리사처럼 정확한 수치를 계량해 가며 요리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그저 엄마처럼, 시어머님처럼 대충 눈짐작으로 요리하는게 편하다. 어려서부터 한국식 요리법에 길들여진 탓이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 레시피가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야말로 두리뭉실한 요리법들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소개하는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될 지 몰라 그를 위해서 계량 치를 간단히 메모해 놓았다.  



우리에게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 나에게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변주곡처럼 삶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내용은 조금씩 다를 지라도 우리는 크고 작은 이야기계속 만들어가 살아가고 있다. 특히 어떤 음식을 먹으며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 음식 속에 깃든 에피소드, 그 음식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사람, 그리고 물건 등등.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젊은 시절 칼질도 제대로 할 줄 몰라서투르게 했던 요리부터 지금은 눈감고도 만들 수 있게 된 요리까지, 수많은 요리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은 내 앞으로 음과 눈물을  데려다 주었다. 


이제부터 요리를 통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요리 속에 사람이 담겨있고 물건이 담겨있으며 인생이 담겨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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