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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r 29. 2024

비만의 역설

5화

 나는 과체중에 속한다. 겉으로 뚱뚱해 보이지는 않지만, 건강검진 결과상 체질량지수가 과체중이다. 체질량지수가 23을 넘으면 과체중이고 25를 넘으면 비만이라는데 내 수치는 23.7이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어디 다이어트가 쉬운 일인가. 몸무게에 신경 쓰는 것이 밉지 않은 꽃다운 나이라면 모를까.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몸무게나 몸매를 위한 다이어트는 못 한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라면 모를까. 그런데 나이 들어서 다이어트를 하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현상이 생긴다.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힘이 없어지며, 감기에 자주 걸린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다이어트가 건강하지 않은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 다이어트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런 고민을 잠재울 수 있는 기사를 읽었다. ‘적당히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라는 기사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팀에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과체중인 사람들이 마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공동 연구팀도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추적 조사를 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과체중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일본에서도 발표했다고 한다. 


 과체중은 정상 체중과 비만 사이를 말한다. 육안으로 보면 아주 ‘뚱뚱한’이 아니고, 약간 통통한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방이 많아 살찐 것이 아니라 근육량이 많아 통통하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것도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한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아쉽기 때문이다. 죽고 사는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약간 통통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라는 비만의 역설을 의심 없이 믿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살찌는 음식을 찾아 먹어 가며 통통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힘든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는 말이다.  


    






 밥을 좋아하는 남편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예전보다 밥을 잘 먹는다. 밥 먹는 양이 늘면서 체중도 늘어났다. 갱년기를 맞이하면서 기초대사량이 줄기도 했고, 호르몬의 영향도 있겠지만 약간 통통한 몸매가 되었다. 늘어난 몸무게 때문에 밥 먹는 양을 줄여야지 생각했다. 밥 양을 줄이기 위해 나물밥을 자주 해 먹는다. 


 나물밥을 짓기 위해서는 마른 나물과 쌀을 미지근한 물에 불려야 한다.-반나절 정도- 오늘은 마른 곤드레와 마른 표고, 무말랭이를 물에 불렸다. 서너 가지의 마른 나물에 요리하고 남은 당근 호박 자투리도 잘게 잘라 넣고 밥을 하니 색감도 좋고 맛도 있었다.


 나물밥을 지을 때는 가마솥을 이용하면 좋다. 가마솥이 없으면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하면 된다. 솥에 불린 쌀과 나물을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은 다음, 센 불에서 끓이다 밥물이 끓여 오르면 약불로 줄여 20분 정도 더 끓인다. 쌀이 익으면 불을 끄고 잠시 뜸을 들이면 된다.


 나물밥은 양념간장에 쓱쓱 비벼 먹어야 맛이 더 좋다. 파 송송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깨소금, 들기름을 듬뿍 넣고 휘휘 저은 양념장을. 김을 싸 먹으면 금상첨화다. 특히 마른 나물에는 영양이 농축되어 있다고 하니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음식이 바로 나물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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