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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작성하기

책 구성을 위한 정보 3

by 김경희

에필로그는 글이라는 여행을 마친 후 들려주는 작가의 뒷이야기다. 본문에서는 하지 못한 고백, 감사의 말, 또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작고 사적인 속내가 담기기도 한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며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디에서 멈칫했는지, 어떤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렀는지 마지막으로 꺼내 기록한다.


때로는 독자에게 말을 거는 형식으로 쓰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인사가 된다. 그래서 에필로그는 온전히 문학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결론을 요약하지 않으면서 글을 정리하고,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서 또 다른 의미를 전한다. 본문의 무게에서 벗어나 자유롭지만, 여전히 전체의 흐름과 감정선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나는 글을 쓰다가 문득 ‘이건 에필로그에 어울리겠다’ 싶은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본문에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라도, 마음에 남는 여운이 있다면 쉽게 흘려보낼 수 없다. 그럴 땐 ‘에필로그’라는 이름의 파일을 열어 저장해 둔다. 마치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쪽지처럼.


지금은 쓸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써야 할 말들이 있다. 그런 문장들은 본문보다 한 발짝 물러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마지막 장을 덮기 직전 문득 손을 들어 보인다. 그 손짓을 나는 외면하지 않는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을 뿐, 그 말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글 쓰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모아둔 메모들은 에필로그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당시의 감정과 의도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어떤 여운을 남기고 싶은지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덕분에 에필로그는 억지로 짜낸 결말이 아니라, 글 전체를 감싸는 따뜻한 숨결로 완성된다.


에필로그는 마지막에 쓰지만, 처음부터 마음에 품고 가야 할 글이다. 글 쓰는 동안 떠오른 작은 생각들, 순간의 감정, 지나가는 이미지를 흘려보내지 말고 붙잡아 두면 좋다. 그렇게 모인 글의 조각들은 결국 독자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아름다운 문단이 된다.






정성 다해 쓴 에필로그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독자의 마음 어딘가에 가만히 가라앉아 있다가, 문득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니 에필로그 쓸 때는 마무리 짓기보다는, 여운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 문장을 닫는 것이 아니라, 문장 너머의 여백을 열어두는 일이다.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감정과 해석을 채워 넣는다.


에필로그는 이런 면에서 보면 끝이면서도 또 다른 시작이다. 책은 닫히지만, 독자의 생각은 계속되니까 말이다. 작가는 비로소 손을 놓고, 독자는 그 손을 받아 자기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된다. 에필로그는 조용한 이음매에서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문장 하나를 건네는, 글쓰기의 가장 다정한 작별이다.


에필로그에 담기 좋은 내용은 첫째, 여정의 마무리와 회고-책을 쓰며 얻은 깨달음, 처음과 달라진 마음가짐, 그리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에필로그는 책의 여정을 조용히 되돌아보는 시간이니까.


둘째, 독자와의 직접적인 대화-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단순한 인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자기 삶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면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셋째, 열린 결말- 끝맺음을 단정히 닫지 않고, 앞으로 이어질 삶과 이야기에 대한 여지를 남기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뉘앙스는 독자의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넷째, 책의 주제와 삶의 연결- 책에서 다룬 이야기가 단순히 글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일상과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에필로그는 책과 독자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는 공간이므로.


다섯째, 감사의 마음- 책을 쓰는 동안 힘이 되어준 사람들, 혹은 끝까지 읽어준 독자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는 진정성 있는 마무리를 만들어 준다. 작은 고백이 독자에게는 따뜻한 온기로 다가온다.


여섯째, 다음 걸음의 예고- 후속 이야기나 작가의 다음 작업, 혹은 독자와 또 다른 방식으로 만날 가능성을 살짝 암시하면 자연스러운 연결이 된다.


에필로그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이처럼 다양하다. 그러나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마지막 문장을 끝내는 순간, 더 덧붙일 말이 없을 수도 있다. 억지로 마침표를 하나 더 찍는다고 여운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여백이 남기는 침묵이 오히려 독자의 마음속에서 더 오래 살아 숨쉬기도 한다. 그럼에도 에필로그는 작가의 뒷모습을 은근히 내비치는 창이 되어줄 수 있다. 결국, 에필로그를 쓰느냐 마느냐는 작가의 선택이다. 글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그 지점, 바로 거기가 진짜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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