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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풍기 Sep 05. 2023

40살 아파트인데 몸테크 해볼래?

부동산재건축은 10년이면 신축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다양한 피피티들. 우리 가족의 경제적 상황이 적혀있는 엑셀 파일들이 있다. 매일 열어보다가 그마저도 귀찮아서 페이지를 사진 찍어 핸드폰 즐겨 찾는 사진으로 설정해놨다. 시도 때도 없이 현금자산 얼마로 할 수 있는 투자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나에게 어떤 날은 경매를 해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고. 어떤 날은 갑자기 강원도의 소형 평수 아파트에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고. 어떤 날은 비과세 혜택을 포기해서라도 지하철 호재가 있는 40년 된 소형평수 아파트 몸 테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또 어느 날은 미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방문하기도 하고. 몇만 대 1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곳의 청약을 넣기도 했다. 물속에 떠있는 오리처럼 바쁘게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중 이번 이야기는 초초초영끌을 해야 가능한 지하철 초 역세권 호제가 있는 약 40년 된 아파트 몸 테크에 관한 이야기다.
 
 
 갑자기 예전 자취하던 동네가 궁금해졌다. 지도를 펼치고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호재가 없나~ 찾아보다 “지하철 연장”이라는 엄청난 호재를 발견하게 되었다. 헐 나 여기 잘 아는 동네인데? 이게 무슨 일이지.

 당장 네이버 부동산에 있는 부동산에 전화해서 두 개의 단지를 비교해달라고 했고, 실제 안전진단 진행 중인 두 개의 아파트는 호가가 오르고 있는 시점이었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잔금을 천천히 치르는 것으로 해서 전세를 끼고 계약하는 방법을 추천했고. 일단 시간이 나면 방문하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끝냈다.
 
 
 당장 남편에게 이번 주에 그 지역에 방문을 해보자고 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먼 곳이었다. 당장 계약을 할 수도 있으니 나 혼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피피티를 켜서 우리가 영끌로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적었다.

 적금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금, 보험 담보, 예금담보 이자까지 계산해서 현재 소득이 적어진 상태의 DTI. 정부에서 새로 출시한 “특례 보금자리론” 등등 다양한 대출 상품들과 우리의 경제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주말, 40살 아파트 임장을 갔다. 부동산 소장님은 나이가 있으신 할머니 소장님이셨다. 반말 반 존댓말 반의 말투로. 집을 몇 개 보여주셨다. 우리는 마음을 먹긴 했지만 40살 먹은 아파트의 모습에 살짝 충격을 먹었다. 일단 샷시와 도배 싱크대 정도까지 생각하면 최소 3천은 집값 제외하고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해야겠구나 마음먹었다. 



 그래도 숲이 울창하고 5분 거리에 황금 지하철 노선이 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님께서는 앞 단지 재건축 사례를 말하면서 평수와 대지지분, 추가 분담금 등을 언급하시면서 젊은 새댁이 여기를 어찌 알고 오셨는지 물으셨다.


사진은 재건축 단지와 상관없는 제가찍은 사집입니다. 



 나는 예전에 여기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고. 찾아보다 호재가 있는 것을 알고 다짜고짜 왔다고 했더니 “새댁이 찍기는 잘 찍었네, 여기가 이 지역 마지막 남은 재건축 단지야”라고 말씀하셨다. 뭔가 그 말이 너무 재미있고 웃겼다. 이제 막 안전진단을 하는 아파트였는데 재건축까지 진행된다고 해도 15년은 생각해야 넉넉했다. 40년 아파트에 15년을 더한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피피티를 켰다. 질문지를 만들어서 답을 해보자.



 - 40살 아파트에서 몸 테크 하면 가치가 있을까? (yes. 지하철 호재, 재건축)
 - 남편 출퇴근 거리가 줄어드나? (no, 비슷하거나 10분 정도 짧아짐)
 - 자금 계획은 괜찮은가? ( no, 내가 일을 해야 하고 150만 원씩 월에 부족함)
 - 일은 무슨 일을 시작..? (hm …. 대답할 수가 없네)
 - 정리 잘 하면서 좁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 자신이 없다)




 사실 나는 40살 된 아파트에서 사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매달 갚아가야 하는 이자의 덫을 이겨낼 수 없을 거 같다는 결론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못 구한 일자리를 갑자기 이사를 간다고 한들 일자리가 구해질 거 같지도 않고. 저녁마다 남편이랑 이자 감당 못해서 머리 아플 것을 생각하니 그것도 고통스러웠다. 아 나는 지금 일을 벌일 준비가 안되었구나?

 내가 설득을 시킨 상태라 남편은 마음을 굳게 먹은 상태였다. 웃기게도 내가 설득을 시켜놓고 내 마음이 흔들렸다.
 남편은 황당해 했다. 내가 다 설득해놓고 당장 할 것처럼 해놓고 마음을 접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내가 말하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적당히 흘려듣는 정도, 언젠간 해봐 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받아들였었지, 이번처럼 진짜 실행할 것처럼 반응을 보인 것이 처음이었다. 내가 허무하게 접은 것에 대해 남편은 지금도 어이없어하지만 진짜 이사할 것처럼 준비하니 우리의 경제상황이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40년 된 아파트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일을 구할 수 없는 내 현실이 참담했다.
 돈을 벌어야 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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