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풀어낸 UX 디자인: 프로들의 10가지 비밀
비밀 2 : 흩어져 있는 정성적 데이터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법
정성적 데이터는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한 데이터죠. 하지만 내부에 정돈된 자료가 없거나 어떤 데이터가 우리 서비스에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면 자료가 흩어져 있는 상태에요. 흩어져 있는 정성적 데이터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합니다.
어떤 데이터든 목표와 기준부터 명확하게 정의해야 질서를 부여할 수 있어요.
고객의 미충족 니즈를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던지, 고객의 현재 서비스 불만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던지와 같이 정성적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가 확실해야 합니다.
'냥냥북스' 라는 가상의 전자책 서비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데이터 수집 목표 : '냥냥북스'에 어떤 기능을 추가하면 좋을지 결정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데이터 수집 기준 : 20대 중반~30대 중반 남,녀 중 직장인 대상
** 참고해주세요.
데이터는 정량적, 정성적으로 나뉩니다.
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데이터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 정량적 데이터란?
정량적 데이터는 숫자나 문자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입니다. 결괏값이 명확하게 나오는 것이 특징입이에요. 클릭 수, 전환율, 방문 횟수, 매출액 등과 같이 사용자가 남긴 숫자에서 얻습니다. 이로 인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요.
# 정성적 데이터란?정성적 데이터는 언어로 이루어진 정보입니다. 결괏값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유저 인터뷰, 행동 관찰과 같은 방법으로 얻으며 정량 데이터에서 얻을 수 없는 '왜?'를 찾기 위해 수집합니다. 사용자의 감정과 생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숨은 니즈나 원츠를 발견할 수 있어요.
고객 문의 기록
회사 내에 고객을 응대하는 팀이 있다면 고객 문의 기록을 통해 사용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앱 서비스라면 앱스토어 리뷰를 통해서도 요구사항을 수집할 수 있어요.
기존에 진행했던 고객의 답변 기록
기존에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 인터뷰 자료, 사용자 관찰 자료, 사용자 피드백 자료와 같이 고객이 직접 목소리를 낸 자료가 있다면 확보합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직군의 의견
대부분의 회사에는 영업 또는 사업개발처럼 고객을 직접 만나는 직군이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은 이사, 대표, CTO, CPO등등 직군에 구분 없이 고객을 만나기도 하죠.
누가 되었던 그들 뒤에는 항상 고객이 있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묻고 기록하세요. 가장 강력한 정성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도서, 논문, 뉴스, 신문
관련 분야의 도서와 논문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 심리, 트렌드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서는 '타겟 고객이 보는 도서'를 확인하는 것이 좋고 논문은 '타겟 고객을 분석한' 논문을 보는 것이 좋아요. 뉴스나 신문은 그들의 일상 생활이나 현재 고충을 확인할 수 있어 추가적으로 확보해놓으면 좋습니다.
업계 보고서
업계 보고서나 시장 조사 자료를 통해 더 넓은 시각에서 사용자의 요구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요. 이는 도메인에 따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빠르게 포기합니다.
경쟁사 조사
경쟁사의 서비스를 면밀히 조사합니다. 구글링, 뉴스, SNS 그 어떤것이라도 좋아요.
그들이 강조하는 기능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요. 이미 고객의 니즈가 반영된 것일수도 있어요. 특히 오래된 기업이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살피고 신생 기업이면 무엇을 강조하는지 살펴요. 무엇이 되었던 경쟁사의 정보는 정성적 데이터의 힌트가 될 수 있으니 모아서 특이점을 살피면 도움이 됩니다.
수집한 모든 자료에 출처, 날짜, 유저 유형, 주요 내용 등 속성을 삽입해요. 이를 속성정보(메타데이터) 라고 합니다.
우리 조직에 필요한 속성을 삽입하면 됩니다. 이후 데이터를 찾고, 그룹화하고, 시각화 하고, 패턴을 찾기 편하게 하려는게 목적이에요. 이 목적에만 부합하면 됩니다. 검색할 때 누락을 방지할 수 있는 이점도 있어요.
아참, 유의할 점이 하나 있어요. 조직마다, 서비스마다, 직군마다, 상황마다 필요한 속성정보는 다릅니다.
모든 상황에 다 쓰이기 편하도록 이것 저것 다양하게 고려하여 넣으려면 한세월이 걸릴지도 몰라요. 그러니 조금은 대충(?) 넣는 것이 좋습니다.
속성정보 삽입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아래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툴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접근이 쉬워야 함
이해 관계자에게 공유가 쉬워야 함
입력, 수정, 삭제, 업데이트와 같은 관리가 용이해야 함
인용구나 문장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함
저는 주로 노션(Notion), 구글 스프레드 시트(Google Sheets), 피그마(Figma), 피그잼(Figjam)등을 혼합하여 사용해요.
자료에 속성이 부여됐다는 것은 '데이터'로서 준비가 됐다는 뜻입니다. 이제야 정성적 데이터가 준비된거죠. 이 정성적 데이터를 카테고리화 합니다.
카테고리화는 특정 기준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그룹화 하는것을 말해요. 처음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목표와 기준을 세웠는데요, 그 기준에 맞춰 카테고리화를 하면 됩니다.
아, 그 외의 목표와 기준을 추가하면 안되냐구요? 안되는건 아닌데요, 주의는 필요해요.
자료를 수집하다 보면 이 자료도 근사해보이고 저 자료도 근사해보여서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양껏 모아오기 쉬워요. 괜찮아요. 사실 무슨 정보가 핵심 정보인지 모을 때는 모르기 때문에 많이 모아오면 좋습니다. 문제는 모아온 뒤에요.
카테고리화 하는 과정에서 목표와 기준을 계속 추가하면 이 작업은 끝나지 않을거에요. 욕심을 내려놓고 처음의 목표에 맞는 데이터만 카테고리화 하는 것이 좋아요.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데이터 수집 목표 : '냥냥북스'에 어떤 기능을 추가하면 좋을지 결정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데이터 수집 기준 : 20대 중반~30대 중반 남,녀 중 직장인 대상
・수집한 정보 : 경쟁사 '댕댕북스'의 연령별 베스트셀러, 다른 전자책 서비스의 앱스토어 리뷰, 냥냥북스의 앱스토어 리뷰, 종이책과 전자책의 구분에 따라 다른 뇌의 인지반응에 대한 연구 논문 등
・카테고리 : 20대 직장인의 베스트셀러 카테고리, 30대 직장인의 베스트셀러 카테고리, 남성의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여성의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전철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도서 선택에 대한 정보 카테고리, 자차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도서 선택에 대한 정보 카테고리, 전자책 이용 디바이스 대한 정보 카테고리, 종이책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전자책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등등
참고로요, 글로 보면 막힘 없이 척척 나눠질 것 같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카테고리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이건 이쪽 카테고리야, 저쪽 카테고리야?' 라고 헷갈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보류'라는 카테고리를 붙여 한곳에 모아둔 뒤 그 안에서 다시 카테고리를 나눠보세요.
붙잡고 '이쪽인가, 저쪽인가'를 고민하다보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건 내용이 한두개 밖에 없어서 카테고리화 하기 애매한데?' 라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애매함' 이라는 카테고리를 붙여 한곳에 모아두세요. 그리고 잊어버리세요.
이 또한 계속 붙잡고 고민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완벽주의자가 계시다면, 미리 응원합니다. 흐린눈을 장착하기 힘드실텐데 화이팅이에요...! (흐린 눈 잘하는 전 참 다행이에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Affinity Diagram) 기법으로 직접 분류하기
포스트잇이나 카드에 내용을 적어 벽에 붙이고 관련 있는 항목들을 그룹화 하는 기법이에요.
아날로그 기법도 좋지만 피그마나 피그잼, 미로 등의 디지털 툴 이용을 추천드립니다. 검색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여러명이서 한다면 시공간을 초월해 협업하기도 좋구요.
여러가지 태그를 달아 다차원으로 분류하기
내용에 여러 가지 태그를 달면 다차원적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지금 이 문장은 20대 직장인의 퇴근 후 자기계발에 대한 논문 내용에서 발췌한건데. 여기에 사용자의 니즈가 반영되어 있어. 더불어 20대 직장인의 행동 패턴도 확인할 수 있어. 2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거지. 그러니 한가지로만 분류할 수 없어. '사용자 니즈'와 '행동 패턴' 태그를 달아서 두군데다 놓자." 가 될 수 있겠죠.
프로그램으로 자동화 하여도 사람의 검수는 필수
태그를 단 후 카테고리화 작업은프로그램으로 자동화 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도 되고요, 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됩니다.
타인의 도움을 못받는다 해도 요즘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게 시키면 금방 분류해줍니다. 특히 챗 gpt는 유료버전을 쓰면 데이터 분석도 잘 해줘서 이용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90%가량 절약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성적 데이터는 사람의 감정이나 문화, 습관이 묻어있기 때문에 내포된 뜻이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해요.
예를 들면 '오늘 전자책 보다가 핸드폰 부실뻔 했잖아ㅠㅠ' 가 문자로 보면 부정의 의미 같지만 사실 '너무 감동 받아서 하는 행동'의 표현일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건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이중언어에요.
또는 우리 종종 너무 재미있거나 웃기면 옆 사람을 때리잖아요. 그걸 ai가 기쁨이라고 정의할까요 폭력이라고 정의할까요..? (어? 나만 때리나...?)
그렇기 때문에 자동화를 하더라도 마지막에 사람의 검수는 꼭 거쳐야 해요.
위의 과정을 거쳤다면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동일한 기준 아래에 착착 질서를 지키며 존재하고 있을거에요. 질서를 부여한 정성적 데이터가 탄생한 것이고 이제야 해석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어요.
이제 해석에 들어가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말한 것 그대로' 녹이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건 요구사항이지 인사이트가 아니에요.
인사이트에는 '왜 이런 요구사항이 나왔는가' 또는 '왜 이런 패턴으로 이용하는가' 에 대한 이유가 모두 도출되어야 합니다. 이 행동의 이유는 고객이 그대로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또는 말해줬어도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닐수도 있기 때문에 앞서 찾았던 논문, 책, 인구학적 통계, 알고 있는 인간 심리에 대한 지식, 주변 사람들의 자문 등등을 통해 유추해내야 하죠.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데이터 수집 목표 : '냥냥북스'에 어떤 기능을 추가하면 좋을지 결정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데이터 수집 기준 : 20대 중반~30대 중반 남,녀 중 직장인 대상
・수집한 정보 : 경쟁사 '댕댕북스'의 연령별 베스트셀러, 다른 전자책 서비스의 앱스토어 리뷰, 냥냥북스의 앱스토어 리뷰, 종이책과 전자책의 구분에 따라 다른 뇌의 인지반응에 대한 연구 논문 등
・카테고리 : 20대 직장인의 베스트셀러 카테고리, 30대 직장인의 베스트셀러 카테고리, 남성의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여성의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전철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도서 선택에 대한 정보 카테고리, 자차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도서 선택에 대한 정보 카테고리, 전자책 이용 디바이스 대한 정보 카테고리, 종이책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전자책 베스트 셀러 카테고리 등등
・정성적 데이터를 해석하여 발견한 것들 :
(1) 공통으로 말하는 문제점 : 책을 보다가 내 생각을 메모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 -> 왜 메모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보는 중에 내 생각을 메모하고 싶어함
(2) 연령별 요구사항 : 20대 : 소셜 로그인 필요, 30대 : 메모 기능 필요 -> 왜? 20대는 소셜 로그인이 아니면 귀찮아서 회원가입을 거부함, 30대는 메모 기능만 된다면 로그인 종류는 허들이 되지 않음
(3) 사용 패턴 : 출근길에 본다 > 자기전에 본다 > 퇴근길에 본다 -> 왜? 출근길은 에너지가 많아서 뇌에 정보를 인지할 공간이 남아있으나 퇴근길은 남아있지 않아서 보지 않음
(4) 사용 환경 : 전철 > 카페 > 침대 > 버스 -> 왜? 출퇴근 시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쓰기 때문에 전철에서 많이 봄. 하지만 버스는 흔들림이 많아 같은 출퇴근자라도 보지 않음.
・인사이트 :
(1) 연령대와 상관없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보다가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고 싶어한다.
(2) 메모기능을 통해 로그인을 유도하려면 20대는 소셜 로그인 제공이 필수이다. 30대는 소셜 로그인이 아닌 이메일 로그인이어도 그 방식이 이탈의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3) 연령대와 상관없이 책은 출근길에 가장 많이 보며 자기전에 가장 적게 본다.
(4) 전자책은 연령대와 상과없이 다양한 곳에서 보지만 공통점은 모두 '멈춰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5) 직장인은 출퇴근 시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쓴다고 말하지만 사실 출근시간만 자기계발 시간으로 쓴다. 그 이유는 하루의 에너지 총량과 관계있다. 더불어 흔들리는 버스는 같은 출근길이라도 책을 보지 않는데 그 이유는 흔들리는 공간은 우리의 뇌가 제대로 서있는것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즉, '왜?'를 뽑아내는 것이 바로 정성적 데이터의 존재 이유입니다.
결국 UX 설계에 있어 가장 강력한 근거는 바로 해석을 통해 도출된 '왜'가 됩니다.
해석을 통한 인사이트 도출로 UX 설계의 근거를 만들어보세요.
정성적 데이터는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왜'를 말해주기에 매우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좀흩어져 있다면 인사이트를 바로 뽑기 어렵죠. 누가 '짜잔'하고 모아주지도 않구요.
위에 소개한 방법을 통해 흩어져 있는 정성적 데이터에 질서를 부여해보세요.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한 UX 설계의 근거가 될 정성적 데이터로 재탄생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