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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LAN 란란 Jul 26. 2024

데이터는 답이 아니라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데이터로 풀어낸 UX 디자인: 프로들의 10가지 비밀

비밀 1 : 데이터는 답이 아니라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데이터로 질문을 던진 뒤 인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답을 하는 것이 결국 좋은 UX로 귀결됨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데이터는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요. 


UX 디자인에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건 그저 숫자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사용자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이유를 묻는 것이죠. 이런 질문들이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 됩니다. 더불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바라봐야만 더 좋은 UX를 설계하고 디자인할 수 있어요.


앞으로 이 시리즈에는 가상의 전자책 서비스 '냥냥북스'가 등장하여 이해를 도울 거예요.


그럼 바로 시작해 볼게요!




데이터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UX를 설계한다는 것이 막막하고 두려운 이유가 이 데이터를 어렵게만 생각해서는 아닐까요? 


데이터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나열일 뿐입니다. 마치 우리들 냉장고에 있는 쓰다 남은 당근과 어제 산 양파, 그리고 3알 정도 있는 계란과 같은 정보인 것이죠. 냉장고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릅니다. '아, 이걸로 오늘 저녁 뭐해먹지?'


UX디자인에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 오늘 우리 집 집들이 저녁으로 새로운 요리를 준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저녁 집들이에 누가 오지?'를 먼저 질문하고 '대학 동기들은 와인을 좋아하는데 그럼 어떤 요리를 하지?'를 질문하고 '그에 맞는 재료는 뭐가 있지?'를 찾아본 뒤 그 재료들을 사 와 요리를 하겠죠. 


'우리 서비스의 사용자가 누구지?'를 먼저 질문하고 '그들은 출, 퇴근길에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럼 어떤 가치를 제안하지?'를 질문하고 '그에 맞는 기능이 뭐가 있지?'를 정의하겠죠.

이 과정 동안 데이터가 질문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자체가 아닌 '좋은 질문'이에요. 좋은 질문에 좋은 답이 나오겠죠. 결국 데이터를 잘 쓴다는 건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가상의 전자책 서비스 '냥냥북스'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냥냥북스 예시]


냥냥북스는 전자책 서비스입니다. (가상이에요)

이번에 MVP 버전을 출시했어요. MVP 버전에는 책을 읽은 후 해당 책에 리뷰를 남기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리뷰를 남기면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는 500포인트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오픈 후 한 달 동안 모니터링 한 결과 이 기능의 이용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포인트라는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는데도요.


냥냥북스팀은 여기서 이미 '책을 읽은 후 리뷰를 남기는 비율이 낮다'라는 데이터와 '금전적 가치를 제공받음에도 사용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데이터가 수집된 것입니다. 이제 이 데이터를 보면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야 해요. 냥냥북스팀은 여러 가지 질문을 자신들에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들은 왜 리뷰를 남기지 않을까?'

'사용자들은 금전적 보상이 뒤따름에도 왜 리뷰를 남기지 않을까?'

'사용자들은 리뷰가 귀찮아서 남기지 않는 걸까?'

'사용자들에게 리뷰 남기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 그전에 리뷰를 남기고 싶으려면 어떤 상태여야 하는 걸까?'


냥냥북스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용자의 접속 시간과 종료 시간, 그리고 책을 다 본 뒤 무엇을 하는지의 행동데이터를 확인하고 더불어 여러 논문 확인과 설문조사도 실시했어요. 그 결과 냥냥북스팀은 위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었어요. 


'책의 리뷰를 쓰는 것은 나 혼자 보는 것이 아닌 남에게 보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리뷰 글을 지독하게 자기검열하느라 남들에게 내보이지 못하는데 이 심리적 허들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에게 리뷰 글을 쓰는데서 오는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라는 답을요.


냥냥북스팀은 그 답을 기반으로 기존에는 리뷰 글을 500자 이내로 쓸 수 있었던 기능을 30자 이내로 줄였습니다. 간단한 감상평만 남기도록 바꾼 것이죠. 그 뒤부터는 리뷰 작성 기능의 이용률이 기존 대비 40%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렇듯 어떤 현상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그 현상에 좋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다 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요, 결국 이 과정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UX를 설계하는 과정이 됩니다.




데이터 분석의 시작은

'사용자' 대한 궁금증 이어야 한다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데이터를 보면 처음에는 막막해해요. 이 많은 숫자들, 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거죠. 반대로 어떤 정보, 어떤 숫자를 수집해야 할지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UX 디자인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용자를 궁금해하는 것'입니다.


UX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많은 분들이 '왜 이 버튼 클릭률이 낮지?'와 같이 화면 안에서의 사용자 발자취를 궁금해하죠.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궁금해해야 하는 부분은 이보다 더 범위가 큰 '사용자'그 자체여야 합니다.


'사용자는 왜 많은 커머스 중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지?'

'사용자는 왜 많은 직업 중에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한 걸까?'

'사용자는 왜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걸까?'

'사용자는 이 구간에서 왜 나가버리는 걸까?'

'사용자는 왜 갤럭시가 아닌 굳이 아이폰을 쓰는 걸까?'


이렇게 사용자의 모든 행동을 궁금해하는 것이죠. 화면 밖을 벗어나 '사용자'자체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수집할 데이터는 무궁무진해져요.



[냥냥북스의 예시]


냥냥북스팀은 냥냥북스 MVP버전 출시를 준비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너무 많았어요.


'사람들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책을 고르기 위해 서점에 가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가?'

'전자책을 보면 눈이 아프지 않은가?'

'언제 전자책을 주로 보는가?'

'그나저나 애초에 사람들은 왜 책을 보는가?'


등등 두서없는 질문이 머릿속에 마구 떠올랐죠.

냥냥북스팀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각종 기사, 논문, 경쟁사 동향 등을 찾아보았고 유저 인터뷰도 진행했어요. 이 때는 '기능'에 대해 답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사용자'에 대해 답을 얻는 것이 목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최대한 기능의 궁금증은 배제한 채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의 시작점은 '사용자에 대한 궁금증'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냥냥북스팀은 이렇게 시장조사와 사용자 조사를 마친 뒤 냥냥북스 MVP 버전을 만들어 출시하였습니다.

출시 후 반응을 모니터링했는데 가장 반응이 좋은 기능은 '30분마다 '잠시 눈을 쉬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알림을 주는 기능'이었어요.


냥냥북스팀은 제품을 만들기 전 '전자책을 보면 눈이 아프지 않은가?'라는 '사용자' 자체에게 포커싱 되어 있는 질문을 던졌죠. 그 결과 많은 전자책 독서가들이 '눈이 아프다'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냥냥북스팀은 그들에게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해당 기능을 넣었는데 이게 반응이 좋은 것이었어요.


이렇듯 데이터 분석의 시작은 반드시 '사용자' 자체여야 좋은 UX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의 답은
'사용자 정의'를 해야 나온다


위에서 '사용자'를 궁금해하라고 했죠. 그 말인즉슨 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경험 설계를 하기 위해서 먼저 사용자부터 정의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UX/UI디자이너 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그래서 그들만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는데요. 설득해야 하는 대상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나 역시 사용자가 아니기에 스스로 주의 함에도 나를 기준으로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뇌는 나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용자를 정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20대 여성'과 같이 명사를 모아둔 결괏값이 아닙니다. 성별, 연령대를 비롯하여 의사결정 방식, 세대에 따른 문화, 관심사에 의한 검색 패턴 등과 같이 그들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의 집합체가 있어야 '사용자를 정의한다'라고 할 수 있어요.


사용자 정의가 선행되어야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가설을 세울 수 있고 가설을 세워야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UX 설계는 이때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사용자 정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kkokkodaec/24




질문의 답은
인간의 마음에서 나온다


UX를 설계할 때는 '나는 안불편한데 왜 사용자들은 불편해할까?' 또는 '나는 이 기능이 필요 없는데 왜 사용자들은 필요로 할까?'와 같은 답을 반드시 내야 합니다. 

이때 우리가 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은 결국'나를 기반으로 한 상상'이 됩니다. UX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그래선 안됩니다. 내가 아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기를 찾아야 해요.


우리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해요. 이 감정이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같은 기능이라도 어떤 감정이냐에 따라 쓰일 수도 안 쓰일 수도 있어요. 또는 같은 값이라도 감정에 따라 그 비용을 지불할 수도 또는 안 할 수도 있고요.


행동경제학에서도 인간의 의사결정은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용자는 때로는 감정, 때로는 습관, 때로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결정해요. 이러한 비합리적인 결정들은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사용자가 특정 버튼을 클릭하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버튼의 크기나 색깔 때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 기능에 대해 신뢰하지 않거나, 사용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어요. 또는 이미 머릿속에 고착화된 특정 기댓값이 있는데 그 기댓값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기능이 이전의 부정적 경험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뿐만일까요? 자아실현 욕구, 소속감,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 다양한 심리적 동기들이 우리의 행동을 이끌죠. 사용자가 특정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그 기능이 그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분석할 때, 이러한 심리적 요소를 고려해야만 진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요.


UX 디자인은 단순히 사용자가 무엇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을 때 비로소 사용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경험을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데이터를 이용해 UX 디자인을 시작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이에요. 그렇기에 데이터의 답에는 정답은 없습니다. 사용자를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그에 따른 답을 계속 내다보면 우리 서비스에 가장 좋은 UX가 무엇인지를 답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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