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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광 Jul 28. 2024

로또에 당첨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100가지 일들

28. 쏘떡쏘떡



28. 쏘떡쏘떡



금요일이다. 매주 금요일 아파트 단지 내에 장이 선다. 장이 서면 지극히 개인적인 전국 기준 Top of the top인 쏘떡쏘떡을 먹을 수 있다. 아들이 매운 걸 먹지 못하던 6살 때부터였으니 햇수로 7년째 금요일마다 어김없이 먹고 있다. 그러니 매주 목요일밤부터 행복이 시작된다. 쏘떡먹을 생각에 심장이 간질간질 콩닥거리고 괜스레 웃음이 난다. 금요일 아침이 되면 평소와 다름없는 짜증 유발 알람 소리에 눈은 뜨지만 쏘떡 덕분에 온전히 짜증스럽지만은 않은 것에 더 기분이 좋아진다.


"안녕하세요."   


흥분된 목소리를 자중하려 노력하면서 분식 포장마차 사장님께 인사를 드린다. 그러면 사장님은 바로 쏘떡쏘떡 두 개를 튀김기에 넣는다. 이게 포인트다. 우리 동네의 자랑, 우리 동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물론 전국 다른 어딘가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우리 동네에서만 맛보았기 때문에) 바삭한 튀김옷이 입혀진 쏘떡쏘떡. 보통 다른 곳에서 먹었던 쏘떡쏘떡들은 철판 위에 굽듯이 익혀 빨간 소스를 발라 내주지만 우리 동네 쏘떡쏘떡은 그렇지 않다. 얇은 튀김옷을 입혀서 1차로 초벌 튀김해 준비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한 번 더 바짝 튀겨 소스를 발라준다. 그러면 떡과 소시지도 다른 데서 파는 것보다 훨씬 큰 (물론 자로 재고 무게를 측정하면서 비교해 본 적은 없다. 그냥 나의 느낌적 느낌이다.) 쏘떡쏘떡을 만날 수 있다. 막 튀김기에서 꺼낸 쏘떡쏘떡은 너무 뜨거우니 장구경을 하며 한 바퀴 돌자. 이때 쏘떡쏘떡은 유리볼 (아파트 단지 내에 서는 장이니 집에서 나갈 때 그릇 하나를 챙겨 나간다.) 안에서 겨우 입천장을 데지 않을 만큼만 식고 그때 먹을 수 있다. 이게 꿀맛이다. 진짜 맛있는, 콧구멍부터 가득 메꿔 버리는 대중적인 프랜차이즈향 치킨양념 소스와 기름기 가득한 튀김옷이 입안에서 바삭하고 부서지면 푹 익혀져 말랑하다 못해 물렁한 떡과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맛의 소시지가 입 안을 꾹꾹 돌아다닌다. 아껴 먹겠다고 조금씩 베어 물거나 소시지와 떡을 따로 먹으면 그 온전한 맛을 느낄 수 없다. 반드시 소시지 하나, 떡 하나를 한꺼번에 입에 넣는다.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인사말을 건네기 힘들 만큼 입 안을 꽉 채워야 한다. 아쉬운 대로 말 대신 허리를 숙이면 된다. 아마 상대방도 입가에 묻은 쏘떡 양념으로 충분히 내 사정을 이해해 주겠지.


"어?! 떡꼬치는 주문 안 했는데요?"


아들이 7살이 되던 봄, 쏘떡쏘떡을 향한 충성도가 하늘을 찌르던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사장님과 아들사장님 두 분 중 아들사장님이 내가 드린 유리볼에 항상 주문하는 쏘떡쏘떡 2개 외에 하얀 설탕이 뿌려진 떡꼬치를 얹어줬다. 쏘떡쏘떡 하나의 가격은 2,000원, 분명히 계산은 4,000원만 했는데.


"가져가 드세요. 아드님 거."


아들 사장님이 7살 아들이 '스읍!'과 '하!'를 번갈아 뱉으며 쏘떡을 먹은 걸 본 적이 있는데 이게 마음에 걸렸는지 설탕 뿌린 달달한 떡꼬치로 매운맛을 달래주란다. 곁에서 순대를 썰던 어머니사장님 눈치를 보면서 서비스를 내 준거다. 나도 덩달아 어머니사장님 눈치를 보며 세찬 거절의 고갯짓을 보냈지만 이미 떡꼬치엔 설탕까지 뿌려진 터라 물리기도 애매했다. 떡꼬치의 가격은 1,000원. 이후로 서비스 떡꼬치를 주실 때마다 몇 번을 5,000원을 내려고 시도해 보았으나 아들사장님은 매번 거절했다. 단골한테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다는 눈짓과 함께. 그러니 별 수 있나, 사장님 뜻에 따라야지. 나는 쏘떡쏘떡의 노예, 하찮은 손님일 뿐.


당연하게도 우리 동네 쏘떡쏘떡이 쉽게 맛볼 수 없는, 오픈런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히 만들어진 수제소시지에 장인의 솜씨로 빚은 떡을 직접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꼬치에 꿰어낸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레어템은 절대 아니다. 양념소스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겨 나오는 완제품인 것처럼 쏘떡쏘떡도 어딘가 있는 식품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비닐봉지에 담겨 온다. 그걸 사장님들이 튀김옷을 입혀 튀겨 주는 것 일뿐, 그 기름도 사실 아주 깨끗하지 않다. 그래도 충성충성이다. 그만큼 충분히 맛있고 아들사장님 서비스도 최고다. 만족도 3,000%다. 어머니사장님만 있을 때 빼고.


"엄마, 오늘은 떡꼬치가 없어?"

"음, 응."


어느 날 아들사장님이 안 보였다. 어머니사장님은 4,000원만 내니 정확하게 쏘떡쏘떡 두 개만 주셨다. 사실 이게 당연한 거다.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러나... 떡꼬치를 찾는 아들을 보면 어딘가 섭섭해진다. 몇 달, 아니 거의 1년 남짓 쏘떡쏘떡과 떡꼬치를 번갈아 먹었던 아들은 이 두 개를 세트라 여기고 있었고 나도 어느새 떡꼬치 서비스를 당연히 여기는 터였다. 그렇다고 뻔뻔스럽게 어머니사장님께 서비스를 요구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참… 되도록이면 아들사장님 안 보이고 어머니사장님만 있을 때는 부러 안 사고 잠시 후에 가 봐서 아들사장님이 보이면 그때 쏘떡쏘떡을 구매했다. 그럴 때면 유난히 어머니사장님 눈치가 보이지만.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어느 날, 이번 주엔 장이 서지 않는다는 공고문이 아파트 게시판에 붙었다. 그전에도 어쩌다 한 번, 비가 너무 많이 왔던 때 혹은 눈이 너무 많이 왔던 때 사장님들이 못 나온 적은 있었지만 코로나는 달랐다. 처음엔 한주에서 두 주 정도만 쉬겠지 했는데 한 달이 되어도 장이 안 섰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도록 금요일은 조용했다. 돌아오는 금요일마다 가느다란 시무룩함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더니 점점 토끼똥만 한 우울함으로 응집됐다. 미미한 토끼똥이 하나, 둘 늘어간다. 매일 공고문 게시판을 꼼꼼히 읽어봤지만 그 어디에도 장이 다시 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가끔 아파트 경비아저씨께도 여쭤봤다. 아저씨들도 모른다는 말 뿐이었다. 토끼똥들이 모이고 모여 작은 주먹 한 줌만큼 되었을 때 결국 이것들마저 받아들이게 되었다. 토끼똥에 체념하고 적응해 그 존재감마저 당연하게 여겨 공고문마저 눈여겨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외쳤다.


"엄마 장 다시 선데!"

"뭐? 누가 그래?"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오늘 물어봤어!"  


아이가 등교하는 시간, 단지 내에서 차량 통행을 봐주시는 경비아저씨 한 분이 계시는데 아들이 그분께 여쭤봤나 보다. 마음 한편에 꼭 끼어 있던 토끼똥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잠시 잊힌 토끼똥의 존재감이 확 느껴진다. 혹시 모를, 어딘가 눈치 없이 찡겨있을 토끼똥까지 한 톨까지 완전히 털어내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아들과 나는 이걸 막춤이라고 부른다.


그 주 금요일, 아니 목요일, 아니 수요일, 아니 다시 장이 선다는 말을 들었던 월요일부터 심장이 콩닥콩닥 아니 쿵쾅쿵쾅 거렸다. 그러면 그 심장 박동에 맞춰 어깨 몇 번 흔들어 주고 골반 몇 번 튕겨 줬다. 목에 힘을 빼면 머리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주변에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물어 온다.


"뭐야? 무슨 로또라도 됐어? 왜 그래?"

"머리에 꽃만 달면 되네. 얼굴이 딱 그 얼굴이야."


주변에서 나를 엄청난 횡재수라도 맞은 사람 취급을 했다. 글쎄, 이걸 너와 내가 합의한 사회적 가치로 보자면 다소 미비할 수 있겠으나 개인적인 내적 기쁨으로 환산해 보았을 땐 횡재수가 맞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신이 났다.


"안녕하세요!!"


금요일. 쪼르르 장에 달려 나갔다. 두 달 남짓한 기간 혹시라도 우리 동네는 안 나오실까 염려되어 얼른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다행히 계신다. 그런데 너무 일찍 갔나 보다. 아직 1차 초벌튀김도 하기 전이다. 어머니사장님이 쏘떡쏘떡에 막 튀김옷을 입히고 있다.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들사장님은 안 보인다. 아들사장님은 코로나가 터지기 한 두 달 전부터 안 보였다. 다른 동네에서 장사하는 지인 분 일손 도우러 파견 갔다고. 그래서 그만큼 떡꼬치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섭섭해하진 아니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섭섭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조금은, 정말 토끼똥 부스러기만큼은 섭섭했다. 좀 더 섭섭했던 것도 같고... 섭섭의 량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다만 섭섭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아들 사장님 없는 동안 대신 가끔 나오시던 아버지사장님이 계속 계셨다. 세 분 사장님 중 가장 수다쟁이시다. 아들사장님이 두 번째 수다쟁이. 어머니 사장님은 일등으로 무뚝뚝하시다.


"사장님! 이게 얼마 만이에요! 저 너무 기다렸어요! 쏘떡 못 먹어서 죽는 줄 알았다고요! 그동안 잘 계신 거죠?"

"우리야 뭐 그냥 뭐 버틴 거지. 이모 얼굴은 그대 론데 뭘."

"아니에요. 저 쏘떡 못 먹어서 얼굴 수척해졌어요."


이모. 사장님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이모라고 불렀다. 특히 아버지 사장님은 "이모 왔어?". "이모 여기.", "이모 계산." 이런 식이다. 이모라니. 오랜만에 듣는 이모 소리가 이렇게까지 좋을 줄이야!


"이모, 좀 있다가 와야겠네. 쏘떡이 아직 준비 중이야."

"네네, 그럼요! 있다가 아들 하교 할 때 다시 올게요. 지금은 그냥 얼굴 뵈러 왔어요."


정말 머리에 꽃만 달면 딱일 텐션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드렸다. 아들사장님은 있다가 다시 오면 계시려나. 사실 인사 드릴 데가 몇 군데 더 있어 바삐 움직여야만 했다. 쏘떡만큼 충성충성은 아니지만 가끔 사 먹는 돈가스 사장님께도 인사드려야 하고, 타코야끼 사장님께도 인사드려야 하고, 파인애플 탕수육 사장님한테도 인사드리고, 찐만두 사장님께도 인사드려야 한다. 아, 떡갈비 사장님도 빠트리면 안 된다. 쏘떡만큼은 아니지만 모두 나만의 기준 우리 동네 명물 자랑거리 맛템이다.


그날따라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프리랜서이니 낮에 할 일을 밤으로 미루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날따라 그냥 새벽에 하자 싶었다. 클라이언트 PD님께도 미리 양해를 구했다. 엄밀히 말하면 양해라기보다는 "쏘떡이 돌아왔다!"라고 외친 일종의 샤우팅이었지만.


"사장님 저 다시 왔어요."


오랜만에 선 장이 하교한 아이들로 바글바글 해지기 30여분 전, 다시 방문했다. 초벌튀김된 쏘떡이 쟁반에 수북이 싸여있다. 여전히 아들사장님은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사장님이 튀김기 앞에 서 계셨다. 아버지사장이 "오, 이모 왔어!"라고 반갑게 맞이해 주며 쏘떡 두 개만 튀김기에 넣으셨다. 아, 역시... 오늘도 서비스는 없겠구나. 어머니사장님을 힐끗 봤다. 어머니사장님이 이 서비스를 모르실 리가 없고 또 오랜만에 봤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러나 그분은 눈앞의 순대 절단에만 몰두하실 뿐.


잠시 고민했고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고작 1,000원이다. 간만의 기쁨을 고작 1,000원 따위에 반납할 수는 없다.


"아저씨, 떡꼬치도 주세요."


당당하게 떡꼬치까지 외쳤다. 진작 이럴 것을. "O.K" 아버지 사장님이 떡꼬치 하나를 들어 튀김기에 넣는다. 설탕만 뿌려 먹던 아들이 이제 떡꼬치에도 양념소스도 발라 먹는다며 오랜만에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도 나눴다.


"진짜 많이 컸어요."

"그러게, 고 녀석 처음 봤을 때는 기름 튀기는 솥 안이 보고 싶다고 요래요래 까치발까지 들고 그랬는데."

"그렇죠? 작년인가? 모르고 떡꼬치에 설탕 뿌려갔다가 얼마나 혼났는데요. 자기 이제 매운 거 잘 먹는다고."


당당하게 지갑에서 5,000원을 꺼내 드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5,000원을 건네받은 아버지사장님이 계속 나를 쳐다본다.


"응? 사장님 왜요?"

"이모, 천 원 더 줘야지."

"네?"

"응? 저기 천 원을 더 줘야지."

"네? 아니... 쏘떡이 이천 원에... 떡꼬치가 천 원..."

"에이, 이모 쏘떡이 왜 이천 원이야?"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떡볶이 통에 말없이 양념을 붓던 어머니사장님도 멀뚱멀뚱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아버지사장님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오빠. 그것만 받아."

"어? 왜?"

"받아."

"어? 응, 그래."


아버지사장님은 명백히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머니사장님 말씀이니 무조건 따르겠다는 자세로 나의 5,000원을 가져가셨다. 무언가 찜찜한 마음에 내 인상은 구겨졌다. 그새 무어가 바뀌었나?


"아, 이모가 그걸 몰랐구나? 우리 쏘떡 가격이 올랐어. 아니, 그런데 이모가 이걸 왜 몰랐지? 오른 지 좀 됐는데."


말 수 적은 어머니사장님이 조용히 메뉴판을 가리켰다. 메뉴판에는 쏘떡쏘떡 가격이 2,500원으로 적혀 있었다. 저게 언제 바뀐 거지? 쏘떡쏘떡 가격을 2, 000원으로만 알고 충성을 다짐했던 예전 그날 이후로 나는 메뉴판도 안 보고 매번 그 가격이 그 가격이겠지 하고 구매만 해 왔던 거다. 심지어 가격 변동은 코로나 터지기 전, 아들사장님이 다른 곳으로 파견 나가기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아이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 그럼 저 그때부터... 어! 저 그러면 어떻게 해요?"

"뭘? 뭘 어떻게 하려고?"


아버지사장님은 슬러시를 먹겠다고 우르르 몰려온 꼬마들을 상대하느라 비켜나갔고 대신 어머니사장님이 튀김기에서 꺼낸 꼬치들에 양념을 발라주셨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하냐며 피식 웃는다.


"그냥 그렇게 먹은 거고 앞으로도 또 맛있게 먹어주면 되지."


나는 한 동안 떡꼬치 서비스를 못 받아 온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매우 뻔뻔하게 1,000원 할인을 받고 있었던 거다. 그러면서 스스로 섭섭이란 단어를 운운해 가며 대인배 역할에 몰두하려 했다니. 심지어 언젠가 "쏘떡이요. 서울 가면 오 천 원에 팔아요. 사장님들 너무 싸게 파는 거라고요."라는 오지랖도 피웠는데. 나 너무나도 주책바가지였다.


"저기, 사장님 그러지 말고 천 원 더 드릴게요."

"아휴, 갑자기 왜 그래요? 그냥 가."


오늘은 급한 마음에 후다닥 나오느라 아무 그릇도 챙겨 오지 못 해서 어머니사장님이 쏘떡과 떡꼬치를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주신다.


"아니 그래도... 제가 그러면 너무 그러니까."


잠깐 웃으셨던 어머니 사장님은 예의 그 무뚝뚝한 얼굴이 되어 볼살을 떠셨다. 정확히는 고개를 좌우로 저은 건데 그 진폭이 적은 대신 속도는 빨라서 볼살만 떨려 보인 거다. 떨리는 볼살 가운데 코에 주름도 몇 번 접으셨다.


"어서 가. 그리고 다음 주에 또 봐요."


이때, 아들사장님이 들어왔다.


"어? 안녕하세요. 이모. 너무 오랜만이죠?"


반가웠다. 그리고 괜히 얄미웠다. 쏘떡 가격 올랐던 거 미리미리 말 좀 해주지. 그러나


“다행이다. 얼굴 또 못 보는 줄 알았는데. 너무 축하해요!! 이제 아빠 되셨네!“

“어 그거 어떻게?”

“크흠, 흠. 흠. 흠.”


아버지사장님의 티 나는 기침 소리가 들렸다.


“아, 아부지가 벌써 말씀하셨구나.”

“하하, 네.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늦게  가지라고 말을 했는데도 덜컥 손주가 생겼다고 얼마나 투덜거리셨는데요. 너무 빨리 할아버지 되신다고 입이 아주 귀에 걸리셨어요.“


아버지사장님 한 번 걸린 입이 내려올 줄 모르는 것 같다. 막내 남동생 같은 아들사장님도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꼬마들 슬러시도 넘치게 담아주시고. 저거 바로바로 안 닦으면 어머니사장님한테 혼나실 텐데.


“이모 얼른 가. 좀 있음 아들 오겠다.”

“오! 이모 아드님 한 번 들르라고 하세요. 얼굴 까먹겠어요.”

“이모. 아들 아직 사춘기는 아닌가? 요새 애들 빠르다던데.”


내가 돈 1,000원을 우습게 여겼다가 좋아하고 다시 우습게 안 여기는 척 섭섭해하고 원망했던 그 짧은 순간에 세 사장님들은 각자의 이유로 내 아들 생각을 해 줬다.


“그러면… 저 진짜 그냥 가요?“


기분이 묘했다. 나의 쏘떡쏘떡 충성심을 이제 어머니사장님께도 인정받은 거다. 어머니사장님은 말없이 손을 저으며 순대를 사러 온 어느 할머니 손님을 맞이했다. 아버지사장님은 슬러시에 치킨팝까지 요구하는 또 다른 꼬마들 무리로 정신이 없어지셨고 아들사장님은 힐끗 검은색 봉지에 꼬치가 세 개 보이는 것에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물론 아들사장님 눈치는 나만의 생각이다.)


“어어?! 잠깐만요.”


하는 수 없다. 사소한 이야기에 묻혀 못 이기는 척 1,000원 내기를 포기하고 얼른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아들사장님이 나를 다시 불러 세웠다.


“너 있다가 학원 가는 길에 쏘떡쏘떡 가게에 좀 들러.”

“왜?”


덩치만 컸지 아직도 뺨이며 턱에 쏘떡 양념을 치덕치덕 묻히면서 먹는 아들이 이유를 되묻는다.


“사장님들이 너 보고 싶데. 얼굴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다고. 그러니까 가서 인사 한 번 드리고 와.”

“오! 그래? 다들 나를 엄청 좋아하시겠고만.”

“뭐래? 그건 무슨 자신감이야?”

“자신감 아니야. 사실이야. 가게 사장님들이 나 엄청 좋아해”

“푸하하하! 진짜 웃긴다, 너.”


아들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마 기분이 좋을 것이다. 오늘은 쏘떡도 두 개. 떡꼬치도 두 개다. 아까 아들사장님이 오랜만이라고 가려던 나를 붙잡고 잽싸게 떡꼬치 하나를 더 튀겨 내주셨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엄마가 떡꼬치에 떡 하나만, 아니 두 개만 이러면서 귀찮게 굴지 않을 거다.


금요일이다. 요즘은 직접 현금으로 안 드리고 핸드폰으로 인터넷 계좌 이체를 주로 하지만 대신 꼭 직접 가서 쏘떡 사장님 얼굴을 보고 이체한다. 이체 금액은 5,000원. 그리고 쏘떡 두 개, 떡꼬치 하나를 받아온다. 이체를 할 땐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갓난아기 재우는 법부터 날씨가 요상하다. 아들이 변성기다. 선거에서 누굴 뽑을까. 기타 등등.


내가 우리 동네 쏘떡쏘떡을 전국 기준 Top of the top이라고 했던가? 이런, 실수다. 내가 범위를 잘못 잡았다. 정정하겠다. 우리 동네 쏘떡쏘떡은 전국구가 아닌 글로벌 Top of the world다. 혹시 모르니 우주적 기준만큼만 겸손으로 남겨 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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