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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철 Sep 16. 2020

나만의 성지를 찾아

내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



우리는 일 년에 두 번 추석과 설 큰 명절이 있다.

중국은 춘절(우리의 구정)과 국경일(건국일, 10월 1일)이 있고, 미국은 추수감사절, 러시아는 성 드미트리 토요일, 일본은 오봉절이 있다. 추석과 설이 되면 귀성 차량이 전국의 도로를 점령하고 방송 매체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음을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한다.

요즈음은 역귀성 가족이 늘어나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교통체증은 여전히 심한 편이다.

연어는 긴 여행 끝에 태어난 곳으로 찾아가는 회귀성 어종이지만, 우리는 역 회귀성으로 빠르게 적응해 간다.       


역사 속 민족의 대이동은 강제 이주와 피난, 정복 전쟁, 대홍수, 대기근 등으로 셀 수 없이 많았었다.

지금도 이동하려는 팔레스타인과 이동을 막으려는 이스라엘, 두 민족의 분쟁은 언제 끝날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구 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과 북은 방법에는 견해차가 크지만, 통일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통일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 보완되기도 하지만, 전 정권의 통일 정책을 모조리 무시해 버린다. 통일 정책이 정치인들의 정쟁 도구로 사용되다 폐기 처분된다면,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는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적 민족의 대이동으로 통일을 염원하지만, 주변 여건은 자국의 국익을 내세운 강대국의 지나친 간섭으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통일은 어떤 세력이나 집단의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마지막 신성한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에 의하면, 모세의 인도로 약속의 땅을 찾아 지금의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은 이스라엘에 정착한다. 그들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고 성전을 지어 법궤(십계명을 보관한 상자)를 안치했고, 지금도 남아 있는 서쪽 통곡의 벽은 유대인의 성지 중의 성지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는 통곡의 벽 바로 옆에 있는 황금돔 사원에서 승천했다고 전해진다.

이슬람교의 신자는 의무적으로 일생에 한 번 이상 메카(마호메트가 태어난 곳)나 황금돔 사원 성지를 방문해야 한다. 예루살렘 골고다 언덕에는 예수님이 사후 3일간 머물렀다는 성묘교회가 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교인은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기원하며 각자의 성지를 찾아 순례를 떠난다.

3개 종교의 성지가 있는 예루살렘은 가장 신성한 지역이면서 전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교인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그 기도가 인류에게 영원한 평화를 가져다주는 진정한 기도였으면 한다.


모든 동물은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욕구가 있다.

철새들은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자기 둥지를 찾아 이동한다.

어린 새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명절날 고향을 찾아 조상님의 산소에 절을 올리고 부모님의 얼굴이라도 뵙고 오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이 마음의 평화가 안정을 가져오고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남은 인생을 알차게 살고자 하는 다짐을 한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기거나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고향을 다녀오지 못했다면, 다음 명절까지 마음이 허전하고 꼭 해야만 될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다음 고향을 찾을 때까지 조상님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이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고 평소에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0∼12시간 운전대를 잡고 고향으로 이동한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마음의 성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명절증후군이란 것이 있다.

명절 후유증으로 부부간에 가족 간에 불협화음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렇다고, 인간을 대신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이 자율주행 승용차를 타고 고향을 방문해 성묘도 하고, 동영상을 찍어 주인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해 준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부부간의 불화와 명절증후군은 예방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마음은 왠지 모를 허전함으로 가득하고, 임무를 완수한 로봇은 차가운 안정을 찾을지 모르겠다.     


마음은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쉽게 받은 만큼 쉽게 치유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드러난 상처는 치료라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상처는 남들이 알 수도 없습니다.

상처 위에 상처가 덧씌워지기도 합니다.

느리게라도 치유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곪은 상처는 사채시장의 이자처럼 불어나기도 하고,

새끼손가락만 한 눈덩이가 굴러,

대규모 눈사태를 일으켜 마을을 덮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장소, 나만의 공간,

하나쯤 있다면 얼마간은 위로를 받을 수 있겠지요.

고향이든 사찰이든 교회이든,

아니면 한적한 공원의 오래된 의자 하나쯤,  

나만의 성지를 가져야겠습니다.     


한적한 숲 속에

작은 정원 하나 있어

철 따라 꽃이 피고

꽃잎 따라 별빛 쏟아지는

오직 나만을 위한

내 마음의 영원한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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